위 ‘편삼’과 아래 ‘군자’ 꿰맨 옷으로 

우리가 흔히 보는 잿빛 승복은 ‘장삼’

흑백 모두 아우르는 ‘중도’ 의미도…

A 할아버지 스님들이 입는 옷 빛깔은 어째서 잿빛인가요?

스님들이 입는 옷을 ‘승복’이라고 해. 빛깔을 얘기하기에 앞서 스님들이 입는 옷을 가리켜서 ‘분소의’라고 한단다. 우리말로 풀면 ‘똥 묻은 옷’이라는 얘기야. 무슨 말인가 싶지? 사람 주검을 싸서 버린 헝겊이나 길거리에 버려져 똥이 묻었을 수도 있는 헝겊을 주워 모아 지은 옷이라는 말이야. 

승복은 크게 의식복과 평상복으로 나뉘어. 의식을 하는데 입는 옷 가운데 으뜸은 ‘가사’인데, 인도 말로는 ‘카사야(kasaya)’라고 하는데 ‘무너지거나 흩어진 빛깔’이라는 말이야. 오래되고 낡아 빛깔이 사위었다는 얘기지. 스님들 옷을 ‘납의’라고도 하는데 헌 누더기 여러 조각을 이어 붙여 기운 옷이라는 말이야. 

신라 때 거문고를 잘 타는 백결 선생이란 분이 계셨어. 하도 가난해서 설에도 떡을 지을 쌀조차 없었어. 섣달그믐날 이웃집에서 가래떡을 하려고 찧는 떡방아 소리가 들리니까 선생이 거문고를 당겨서 떡방아 소리를 켜면서 부인과 마음을 달랬다는 얘기가 전해내려 와. 백결 선생이라고 하는 까닭은 옷을 온통 누덕누덕 기워 입을 수밖에 없을 만큼 가난했기 때문이야. 이렇게 가난한 분들도 스님이 시주를 하러 오면 정성껏 모아 둔 곡식을 나눴어요. 이런 공양을 받은 스님 옷 ‘납의’에는 쌀 한 톨, 헝겊 쪼가리 하나라도 허투루 해서는 안 되고 아껴야 한다는 뜻이 담겨 있어. ‘납의’ 가사는 스님들 의식복이자, 몸을 가려주는 외투이면서 추위나 더위, 모기를 피하는 이불과도 같았어. 이 가사 빛깔은 누렇거나 붉은 빛깔이야. 

더운 인도에서는 가사 하나만으로도 오롯이 옷 구실을 맡아했으나 중국에 와서는 기후와 풍습 때문에 ‘편삼’이라는 윗옷과 ‘군자’인 아래옷을 합쳐 꿰맨 옷으로 입게 되었어. 그걸 우리나라에서는 ‘장삼’이라고 해. 우리가 흔히 보는 잿빛 승복은 ‘장삼’이란다. 장삼이 잿빛인 까닭은 떠돌아다니는 출가수행자가 여느 사람들처럼 흰옷을 입으면 감당하기 어려웠기 때문일 거야. 옛날에는 아궁이에 타다 남은 숯이 흔했으니까 숯을 빻아 물을 들이지 않았을까 헤아려볼 수 있지. 

요즘 들어서는 잿빛이 빛을 내뱉어서 드러나는 흰빛이나, 빛을 다 빨아들여 드러나는 검은빛처럼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두루 섞인 빛깔이라고 해서 불교를 드러내는 중도, 가운뎃길을 뜻한다고 말하기도 해. 

[불교신문3300호/2017년5월27일] 

변택주 작가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