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 70년, 이제 우리는 

하나가 돼야 합니다

그래야 남북한과 해외 동포를 

합한 1억명 가까운 한민족이 

그 영명함으로 세계사에 

우뚝 설수 있을 것입니다

통일의 기틀을 이룩한 

대통령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마침내 여름입니다. 이 여름을 맞기가 참으로 힘들었습니다. 지난 가을부터 몰아쳤던 세찬 바람은 사람들을 광화문 광장으로, 대한문 광장으로 불러냈습니다. 그들은 정반대의 구호들을 외쳤습니다. 특검의 수사로 살아 있는 권력의 실세들이 줄줄이 감옥에 갔고, 마침내 대통령은 탄핵됐습니다. 아프고 아픈 세월호가 물 위로 떠오르고 전광석화처럼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진용을 채 가다듬지 못한 보수 중도 진영은 자멸했습니다. 지난 대선에서 석패했던 후보가 당선의 영예를 안았지요.

새 대통령이 취임하던 날, 오랫동안 한반도를 휘감고 있던 미세먼지가 사라지고 하늘이 푸른색을 드러냈습니다. 주가는 사상최고치로 축포를 쏘아 올렸습니다.

오랜 불확실성이 사라지던 날, 스님들은 안거에 드셨습니다. 마을의 불안을 염려하던 스님들이 이제 마음을 놓고 본연의 수행에 드시는 것을 보며, 천하가 태평해졌음을 실감하였습니다.

새 대통령은 산을 좋아한다고 합니다. 그가 히말라야를 등반하는 사진이 신문에 실렸습니다. 흰 수염을 기른 그의 뒤로 역시 흰 설산이 펼쳐져 있는 것을 보며 안도하였습니다. 우선 지자요산(智者樂山)이라 하였으니 그는 지혜로운 사람일 것입니다. 또한 부처님께서 수도하셨던 설산을 좋아한다니 그의 심성이 그릇될 리가 없습니다. 이런 믿음을 그는 주었습니다.

저는 문재인 대통령을 잘 모릅니다. 그러나 그가 존경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은 조금 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선 노 전 대통령과 저는 같은 시기에 같은 도시에 있는 고등학교들을 다녔습니다.

제가 SBS에 근무하고 있을 때 방송사에서도 만난 적이 있습니다. 그때 그는 국회의원 선거에서 떨어지고 낙백해 있었습니다. 마침 개편 철에 낮방송의 MC를 구하던 라디오국이 그에게 출연 의사를 타진했습니다. 조건은 정치를 하면 안 된다는 것이었지요. 그는 순순히 응하고 방송을 시작했습니다.

부인 권양숙 여사가 운전하는 승용차를 타고 방송사에 오면 그는 차안에서 간단한 식사를 하고 스튜디오로 올라왔습니다. 정오 종합뉴스가 끝나면 바로 시작하는 프로그램이었기 때문이지요. 남편의 방송을 부인은 차에서 대기하면서 듣고, 방송을 끝내고 내려오면 모니터를 해주었다고 합니다. 그때 ‘그렇게 사투리가 심해서 무슨 방송을 하느냐?’고 타박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노무현 MC는 보궐선거가 치러지자 곧바로 방송을 그만 두고 출마했고, 그가 갑자기 사라지는 바람에 제가 임시 대타로 투입돼 일주일간 그 프로그램을 진행한 인연이 있습니다. 그 뒤 그가 대통령이 되고,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하는 것을 보며 SBS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던 그때가 그 부부에게는 행복한 시절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보았습니다. 가난했지만 부부는 늘 함께 했던 때였지요.

문 대통령의 취임을 보며 문득 그때가 떠올랐습니다. 문 대통령께서는 자신에게 투표하지 않은 사람이 60%라는 사실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선거 때는 정적이 있어도, 대통령이 되고나면 모든 국민이 보듬어 주어야할 대상입니다. 그 품이 넉넉해야 합니다.

이제 개인의 꿈을 이루었으니 국민의 꿈을 이루는 데 진력하시기 바랍니다. 그 가운데 가장 큰 꿈이 조국 통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분단 70년. 이제 우리는 하나가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남북한과 해외 동포를 합한 1억명 가까운 한민족이 그 영명함으로 세계사에 우뚝 설수 있을 것입니다. 나는 문재인 대통령이 통일의 기틀을 이룩한 대통령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불교신문3300호/2017년5월27일] 

유자효 논설위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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