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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에 울려진 법음에 교민들 '뜨거운 눈물'

기사승인 2017.06.14  14:4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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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드니 정법사 창건 25주년 6.25 참전용사 위문공연

통도사우담바라합창단.

영축총림 통도사 우담바라합창단과 호주 시드니 정법사 합창단이 한마음으로 부른 찬불가로 호주 교민들을 감동시켰다. 창건 25주년을 맞은 시드니 정법사(회주 기후스님)가 6.25전쟁 참전 한인용사 및 호주용사들을 위한 위문음악공연을 개최한 지난 11일 시드니 체스우드 콘코스 예술극장에서는 감동과 환희가 교체했다. '고마워요. 우리는 당신을 영원히 잊지 않을게요(Thank you. We'll never forget you forever)'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공연에는 기후스님과 구미 남화사 주지 성화스님, 윤상수 호주 시드니 총영사, 호주의 6.25 전쟁 참전용사와 가족들 30여 명과 정법사 신도, 교민 등 400여 명이 참석해 서로를 위로했다.

정법사가 창건 25주년 기념법회를 사찰만의 잔치가 아닌 6.25전쟁 참전용사를 위한 행사로 확대한 것은 낯도 모르는 한국인들을 위해 젊음을 희생했던 이들을 기억하고 추모하기 위해서다. 여기에는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사찰로서 지역사회에서 위상을 높이는 의미도 담겨 있다. 기후스님은 "당시 전쟁에 참전한 호주 군인은 모두 1만7000여 명으로 이 중 340명은 전사했다"며 "70여 년 전, 이름조차 몰랐던 한국이란 나라를 위해 참전한 '젊은 영웅'들은 이제 250여 명이 생존해 있는데 모두 팔순, 구순의 나이로 회향의 시간을 앞두고 있다"며 그들이 우리에게 내민 손길을 잊지 말자는 마음을 담아 이번 자리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11일 열린 위문음악공연 사회는 이계진 전 국회의원이 맡았다.

이날 공연은 이계진 전 국회의원의 사회로 진행됐다. 청도 수암사 주지 병천스님이 영축산에서 설법하는 부처님을 그린 괘불을 걸고 웅장한 법고연주를 펼치며 무대를 열었다. 김필분 한국무용가가 망자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지전춤을 선보인데 이어 국악인 남상일이 무대에 올라 흥겨운 우리소리를 들려줬다. 관객들은 신명나게 박수를 치며 호응을 보냈다.

특히 이날 공연에서는 영축총림 통도사 우담바라합창단과 정법사 가릉빈가합창단, 정울림중창단이 감동을 선물했다. 특히 공연을 위해 8300여 km를 날아온 우담바라합창단 47명의 단원과 지휘자 정성민 씨, 반주자 김보성 씨에게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합창단은 지난해 연말부터 7 개월가량 매주 화요일과 토요일마다 모여 연습했다. 박미자 단장은 "정법사 창건 25주년을 축하하고 참전용사에게 고마움을 전하기 위해 단원들이 시간을 내 열심히 연습했다"며 "고국을 떠나 사는 교민들에게 감동을 선물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연습에 임했다"고 한다. 울산, 부산에서 통도사로 모인 단원들은 한 번 모이면 3~4시간씩 연습하며 화음을 맞췄다. 위문음악공연 외에도 수도 캔버라 전쟁기념관에서 봉행한 6.25 전사자 위령재 공연까지 총 11곡을 선보인 단원들은 노래가사를 외우고 안무 익히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단원들의 그간의 노력은 무대에서 빛을 발했다. 합창단이 들려주는 찬불가와 아리랑, 옛 시절 불렀던 동요에 관객들은 눈시울을 붉혔다. 매주 일요일마다 만나 화음을 맞췄다는 정법사 합창단은 기후스님이 노랫말을 붙인 찬불가를 선보여 신도들은 물론 교민들에게 공감을 샀다.

정법사 가릉빈가합창단.

정법사 신도 정경희(58)씨는 "통도사합창단 공연을 보면서 찬불가가 이렇게 좋은 지 처음 알았다. 함께 본 지인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며 "희생자들의 극락왕생을 발원하며 보여준 춤사위도 아름다웠다"고 말했다. 오후2시부터 4시간가량 이어진 공연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봤던 윤상수 호주 시드니 총영사는 "정법사 회주 기후스님이 종교인으로서 사회지도자로서 많은 이들을 제접하는 모습에서 감화를 받았다"며 "오늘 6.25 참전용사를 초청해 가장 한국인다운 우호의 장을 마련하는 지금 스님과 정법사 신도들은 외교사절"이라며 행사를 계기로 한국과 호주 양국 교류가 활성화되길 기대했다.

국악인 남상일 씨도 우리가락을 선보였다.
통도사우담바라합창단.
캔버라 전쟁기념관서 봉행한 위령재에서 법고를 치는 영산스님.
캔버라 전쟁기념관에서 봉행한 위령재서 음성공양한 통도사 우담바라합창단.
전쟁기념관 위령재에는 기후스님과 우경하 호주 대사, 6.25 참전용사와 가족들이 함께 했다.
김필분 한국무용가가 지전춤을 공연하고 있다.

전쟁기념관서 6.25 전사자 추모위령재 봉행

앞서 지난 10일 정법사는 캔버라 전쟁기념관에서 6.25 전사자 추모위령재를 봉행했다. 이 자리에는 우경하 대사, 호주 군목사인 대런 젠시 중령, 6.25전쟁 참전용사 캔버라 지회장을 맡고 있는 콜린 베리맨 오암 씨 등이 참석했다. 젠시 중령은 "호주 젊은 용사들이 UN국 참전용사 가운데 가장 많은 숫자를 기록했고 이 가운데 340명이 전사했다"며 "고령의 참전용사 대개가 생을 마감한 지금 평화를 위해 희생한 그들을 기억해 달라"고 당부했다. 가족의 부축을 받으며 참석한 콜린 씨는 "참전용사를 잊지 않고 추모해주는 정법사 스님과 신도들에게 참전용사를 대표해 고마움을 전한다"며 "전쟁의 상흔을 이겨내고 발전해나가는 한국의 모습을 보면 우리의 희생이 헛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백광현 부산 미로한의원장이 신도들에게 침을 놔주는 모습.

백광현 미로한의원장 의료봉사도

이번 공연단에는 의료봉사단이 함께 동행해 정법사 신도들에게 무료진료를 해줬다. 독일, 일본 등 국외 교민들을 찾아다니며 무료로 진료를 해온 백광현 부산 미로한의원장은 9일과 12일 이틀간 정법사에서 신도들에게 침을 놔줬다. 12일에는 오전9시부터 오후6시까지 15분 간격으로 예약한 신도들이 찾아들면서 백 원장은 화장실 갈 틈도 없이 30여 명을 진료했다.

어깨나 허리통증으로 고생하던 신도들은 침을 맞고 한결 가뿐해진 몸으로 절을 나서며 백 원장에게 연신 고마움을 전했다. 어떤 신도는 대접하고 싶다며 저녁식사에 초대하기도 하고, 몇몇 신도는 무료 진료라는 말에도 그냥 갈 수 없다며 음료수를 건네는 등 정성을 표했다. 한 신도는 시드니까지 왔는데 시내관광도 하지 않고 의료봉사를 하고 있다는 얘기를 전해듣고 가이드를 자청하며 진료 후에 함께 돌아보자고 권유하기도 했다. 김권순(71)씨는 "디스크 때문에 허리가 아파서 콘코스 예술극장에서 두 번이나 넘어졌는데 오늘 침 치료 받고 몸을 움직이는 게 한결 수월해졌다"며 "관광도 마다하고 귀국 직전까지 신도들을 진료해 준 의료진 모두 고맙다"며 인사했다.

"초심 잊지 않고 전법포교 할 것"

시드니 정법사 회주 기후스님

기후스님이 호주 시드니에 온 것은 25년 전이다. 당시 열악했던 불광사와 달마사 두 개 사찰을 통합해 정법사를 창건한 스님은 정기법회와 기도로 불모지와 같았던 호주불교를 일궈냈다. 스님은 신도들과 마음을 모아 사찰을 일신시켰다. 주변의 건물을 매입해 여법한 수행도량을 조성했고 최근에는 복지원도 개원했다. 지금은 회주 스님 외에도 한국에서 온 비구니 성원스님과 호주 출신 비구니 범현스님, 스리랑카 출신 경적스님 등이 주석하고 있으며, 일요일마다 정기법회와 어린이 청년법회를 봉행하고 있다.

정법사가 25년을 한결같이 호주교민들의 안식처가 될 수 있었던 데는 기후스님의 원력이 크다. 종교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해 온 스님은 올해는 6.25 참전용사를 위한 위령재와 위문공연을 준비해 고마움을 전하며 한국정부가 할 일을 대신해냈다. 이날 공연에 참석했던 참전용사와 가족들이 감화를 받은 것은 물론 정법사를 축하하기 위해 함께 한 이웃종교인까지 감동시키면서 민간대사로서 역할을 해낸 것이다.

스님은 정법사의 오늘이 있기까지 크고 작은 일들을 함께 이겨낸 신도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11일 행사 때는 정법사외 오랜 시간을 함께 해온 류병수 해피텔 회장에게 감사패를, 신도회 총무인 김종삼 씨와 봉사단장 이봉례 씨에게 감사장을 전하며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또 행사를 위해 이역만리 걸음을 마다하지 않은 영산스님과 우담바라합창단, 이계진 전 의원, 행사를 총괄한 김윤희 맑은소리맑은나라 대표 등에게도 감사인사를 전했다.

스님은 "처음 정법사를 창건할 때 자리이타와 사홍서원의 원력을 세웠는데 그 마음은 변함없을 것"이라며 "호주교민들의 마음의 쉼터가 돼 온 정법사는 앞으로도 부처님 가르침을 전하고 중생의 이익과 안락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원력을 밝혔다.

"찬불가와 국악에 반했어요"

정법사 청년회 김희연 씨

정법사가 6.25 참전용사를 위해 마련한 위문음악공연은 참전용사 외에 교민에게도 특별한 선물이 됐다. 어르신들은 고향을 떠올렸고, 젊은이들은 한국문화와 불교에 대해 새롭게 인식하는 시간이었다. 또 정법사 신도들은 지역사회에 높아진 사찰 위상을 실감하는 자리기도 했다.

정법사 청년회에서 활동하는 김희연(22)씨는 "한국 아이돌 그룹 노래는 익숙하지만 찬불가나 국악은 들어볼 기회가 없었다"며 "비트가 빠른 신나는 노래도 아니었는데 여러 명이 들려주는 화음이 좋아서 감동을 받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5살 때 부모님을 따라 호주로 온 희연 씨는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호주문화가 더 익숙한 호주사람이다. 부모님과 함께 정법사에서 신행활동을 하면서 한국 스님과 불교를 접한 것 외에 한국문화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고 했다. 바쁜 일상 때문에 한국에 방문한 것도 손에 꼽을 정도다. 케이팝(Kpop)은 들어봤지만 국악이나 한국무용은 접할 기회도 많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이날 공연은 희연 씨에게 특별하게 다가왔다.

희연 씨는 음악을 좋아해 청년회 밴드부 활동을 하며 피아노, 드럼, 기타, 베이스 등 악기를 배웠다. 평소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해서 절 언니 오빠들이랑 같이 음악활동을 해오면서도 찬불가와 불교음악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러다 통도사 우담바라합창단 공연을 보면서 찬불가가 이렇게 아름다운 노래인지 처음으로 알게 됐다고 한다. "우담바라합창단 지휘자와 반주자가 만들었다는 창작찬불가는 처음 듣는데 노랫말과 곡이 마음에 와 닿았다"며 "국악인 남상일 씨가 들려준 판소리도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불교음악과 국악에 매력을 느꼈다는 희연 씨는 음악을 통해 한국문화와 한 걸음 더 가까워진 것 같다고 했다. 또 자신이 하고 싶어 하는 일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했다.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하는 희연 씨는 심리상담사가 되는 것을 목표로 공부하고 있다. 호주에 이민 온 한국인 상당수는 언어장벽과 문화차이,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우울증을 앓는 등 상담치료가 필요하지만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이들을 돕는 일을 하고 싶다는 것이다. 희연 씨는 "한국문화에 관심을 갖고 이해하는데 이번 공연이 도움이 됐다"며 좋은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또 이번 공연이 지역사회에서 정법사 위상을 높인 것 같아 기쁘다고 덧붙였다. "6.25전쟁과 호주군 참전은 평소 생각하지 않았던 부분들인데 이번 행사를 계기로 많은 것을 알게 됐다"며 "정법사가 한국을 대표해 참전군인과 가족들에게 고마움을 표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호주 시드니=어현경 기자 eonaldo@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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