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news_top
default_news_ad1
default_nd_ad1

[최응천 교수의 한국범종 순례] ⑩ 일본 우사진구 소장 천복4년명 종

기사승인 2017.06.19  10:29:30

공유
default_news_ad2

 

조선에서 입수 약탈 가능성도

5080근 금속 범종 주조 사용

장인 밝힌 고대 공예품 추정

통일신라 말 범종의 쇠퇴와 고려 범종으로의 이행 과정을 잘 보여주는 10세기의 중요한 작품이 이번 호에 소개될 일본 오이타현(大分県) 우사진구(宇佐神宮)에 소장된 천복4년명(天復4年銘) 종이다. 

규슈의 벳푸 온천으로 유명한 벳푸(別府)역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한 우사시(宇佐市)의 우사진구(宇佐神宮)는 일본 전역에 4만4000여 곳에 분포하고 있다는 하치만구(八番宮)의 총본산으로 일찍부터 유명한 장소이다. 범종은 신사의 보물관에 들어서면 정면에 위치한 진열장에 전시되어 있어 그나마 보관 상태는 양호한 편이다. 

그러나 종이 들어있는 진열장이 여유 없이 좁은 관계로 세부의 조사나 사진 촬영 등이 상당히 불편하였다. 이 종에 대해서는 일찍이 큐슈대(구주대)의 니시타니 타다시(西谷 正) 교수가 <古代宇佐と朝鮮文化, 宇佐-大陸文化と日本文化(고대 우사와 조선문화, 우사-대륙문화와 일본문화)>란 논문에서 원래 우사진구 경내에 있었던 미륵사(彌勒寺, 738년 창건)의 범종으로 수입한 것으로 전해진다. 아울러 그 시기는 우사진구와 미륵사 조영(造營)에 크게 기여했던 오오우치(大內) 가문이 14세기 후반쯤 우리나라에서 입수하여 우사진구에 기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결국 이 시기는 우리나라에 왜구의 피해가 극심했던 점에서 한국에서의 약탈 가능성에 더 무게가 실린다. 

일반적인 통일신라 종에 비해 왜소한 크기이며 거칠어진 주조기술은 문양을 포함하여 전체적으로 더욱 도식적인 느낌이 든다. 용두는 그 입을 천판 위에 붙이고 있으며 뒤에 붙은 형식적으로 약화된 음통에는 사격자문(斜格子文)의 띠로 구획한 뒤 그 내부에 앙,복련의 연판문으로 장식하였다. 종신의 상·하대에는 당좌를 반으로 자른 것 같은 반원권의 문양을 연속으로 배치하고 이 원권 내부에는 보상화문(寶相華文)과 당초문을, 그리고 원권 사이의 여백 면에는 팔메트형의 당초문으로 시문하였다. 

이 상·하대의 문양은 동일한 형식의 문양이지만 하대의 폭이 조금 더 넓고, 특히 이곳에 사용된 1조의 지문판(地文板)의 경우 상대의 길이가 15cm인데 비해 하대는 36.5cm로 거의 두 배가 넘는다. 상대 아래 4곳에 배치된 방형의 연곽대에는 상·하대와 동일한 형태의 문양으로 시문하였고 연곽 내부에는 지나치리만치 과장된 9개씩의 연뢰(蓮)가 높게 돌출되었다. 종신의 전·후면 두 곳에 배치된 원형 당좌는 통일신라 8~9세기 종과 비교해 볼 때 하대 쪽으로 훨씬 치우쳐 있어 시대적인 차이를 느끼게 한다. 그 형태는 원형의 자방(子房) 주위를 복엽으로 이루어진 7엽 연판문으로 장식하고 다시 외구를 문양 없이 처리한 뒤 그 전체를 연주문대(連珠文帶)의 원권(圓圈)으로 두른 모습이다. 

당좌 사이의 종신 앞, 뒤면에는 동일한 형태와 자세를 취한 주악천인상이 1구씩 부조되어 있는데, 구름 위에 앉아 머리 위로는 천의를 날리며 양손을 들어 배 앞에 놓인 요고(腰鼓)를 치는 모습이다. 이 주악상은 8~9세기 범종과 비교할 때 경직된 자세와 느슨해진 도식적인 천의 등 생동감을 잃고 있으며 종의 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크게 묘사되어 연곽 아래로부터 거의 하대까지 이르고 있다. 한손을 들어 장고를 치는 모습과 달리 양 어깨 위로 들어 올린 어색한 자세와 얼굴 표현은 마치 놀란 표정을 취한 것처럼 어색하고 생경하다. 

한편 이 종에는 당좌와 주악천인상 사이에 해당되는 종신의 한쪽 여백 면을 택해 별도의 장방형의 명문곽(銘文廓)을 만들어 이곳에 거꾸로 새겨진 좌서(左書)의 명문을 양각하였다. 그다지 길지 않은 두 줄로 구성된 명문은 ‘天復四年甲子二月 日松山村, 大寺鑄成內節本和上能與(興)本村主, 連筆一合入金五千八十方(斤) 盒掃成’ 으로 판독된다. 첫머리에 ‘天復四年’의 천복은 당나라의 연호이지만 3년만 사용되었고 그 4년은 원래 천우(天祐) 원년에 해당되지만 신라에서는 그 연호를 그대로 사용하였던 것으로 짐작된다. 

이러한 예는 꿰 많은 금석문에서 확인되는데, 고려시대의 정우년간(貞祐年間, 1213~ 1216)은 4년밖에 사용되지 않았지만 고려에서 10여년 넘게 계속 사용한 경우도 볼 수 있다 천복4년 다음에 갑자년(甲子年)이 기록된 것으로 보아 통일신라 효공왕(孝恭王) 8년인 904년임이 분명하다. 그 다음의 송산촌(松山村)의 위치는 불분명하지만 다음 내용으로 미루어 그 곳에 있었던 대사(大寺), 즉 큰 절에서 조성된 종으로 해석된다. 다음 줄의 성내(成內)는 ‘이루다’ 란 뜻으로 사용된 이두식 표기이며 절(節)은 ‘그 때’로 해석되어 그 때의 화상(和上, 和尙과 같은 표기)은 능여(能與), 본촌주(本村主)는 연필일(連筆一)로서 둘 다 인명으로 보인다. 

여기에 ‘합입금오천팔십방(合入金五千八十方)’ 은 주조시 소요된 금속의 총량을 가리키는 것으로서 앞서 소개한 연지사종(833)에도 동일한 용례로 합입금(合入金), 가입금(加入金)의 명문을 사용한 것이 확인된다. 따라서 이 종 제작에 오천 팔십근의 중량이 소요되었음을 기록한 것으로 보이며 마지막의 ‘합소성(盒掃成)’은 합소라는 주성 장인이 만들었다고 해석된다. 

이 마지막의 명문은 판독이 분명치 않지만 통일신라의 주조 장인의 이름이 분명하다면 장인을 밝힌 예가 극히 드문 고대의 공예품으로서 그 의미가 높게 평가된다. 이러한 양각의 명문이 새겨진 방형의 명문곽은 이미 죠구진자(常宮神社) 소장 연지사종(833)에 처음으로 상대 아래 붙여서 사용된 적을 볼 수 있지만 이제 종신의 한 구석이 아니라 하대에 연결되도록 완전히 독립을 이룬 별도의 장식 문양처럼 배치된 것을 볼 수 있다. 

이러한 명문곽이 고려 범종에까지 그대로 계승되어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천흥사종(天興寺鐘, 1010)의 명문구는 하대에서 조금 떨어져 당좌와 비천 사이에 해당되는 종신의 여백 면을 택해 위패형(位牌形)으로 바뀌어 자리 잡게 됨을 볼 수 있다. 이후 오랜 기간 위패형의 명문곽은 고려시대 범종에 자주 등장되는 커다란 양식적 특징으로 자리 잡게 된다. 또한 통일신라 말에서 고려 초가 되면 다음 호에 소개할 조렌지(照蓮寺) 소장 준풍4년명(峻豊四年銘, 963) 종이나 스미요시진자(住吉神社) 소장 고려초기 종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악기를 연주하는 1구의 주악상이 아니라 몸을 옆으로 뉘인 채 연꽃을 받쳐 든 비행비천상(飛行飛天像)이란 모습으로 바뀌게 되는 점도 두드러진 고려 범종의 새로운 요소라 할 수 있다. 

이 범종은 일반적인 통일신라 종에 비해 조금 왜소한 크기이며 형태, 주조 기술면에서도 거칠고 미숙한 점을 볼 수 있다. 그러나 904년에 제작되었다는 뚜렷한 명문을 지니고 있어 통일신라말 범종 연구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귀중한 자료가 되고 있다. 현재 일본 중요문화재로 지정 관리되고 있다.  

 여음(餘音)

이 종이 위치한 우사역에 내리면 영어로 USA시로 표기된 역 이름이 흥미롭게 들어온다. 일본 중요문화재로 지정되어 일찍부터 관리되어 온 탓에 신사에 마련된 보물관 진열장에 잘 보관되어 있지만 너무 협소한 진열장 안에 넣어져 매우 답답하게 느껴졌다. 여기에 조명이 어두워 스트로보를 이용하여 촬영하였지만 진열장의 한쪽 면만이 개방되는 관계로 반대쪽 면은 반사가 너무 심하여 제대로 찍지 못했던 기억이 난다. 다행히 반대쪽 면은 반사 차단 필터를 끼우고 찍은 사진만이 겨우 상태가 괜찮았지만 나중에 현상해 보니 앞면과 뒷면이 동일한 주악상으로 주조된 점을 알 수 있었다. 

[불교신문3307호/2017년6월21일자] 

최응천 동국대 대학원 미술사학과 교수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5
default_side_ad1
default_nd_ad2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ide_ad4
default_nd_ad6
default_news_bottom
default_nd_ad4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