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불상의 복장기록 연구

유근자 지음/ 불광출판사

지난 2014년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전통문화예술공연장에서 ‘전통 불복장의식 및 점안의식 시연회’가 열렸다. 장장 3시간 동안 이어진 장엄한 불복장 의식에 당시 관객들은 숨죽여 집중했다. 불복장의식이 불상에 생명을 불어넣는 장엄한 의식인 만큼 불상 내부에 넣게 되는 복장(腹藏)에는 사리와 경전 뿐 아니라 불상의 명칭, 조성연대, 봉안장소, 불상을 만든 장인, 조성에 참여한 사람과 신분, 조성배경 등이 정성껏 기록된다. 복장기록은 종교적 가치 뿐 아니라 당대의 문화적 배경과 사상을 정확히 볼 수 있는 중요한 사료다.

1457년 세조는 단종과 단종 복위운동을 도모했던 자신의 동생인 금성대군을 처형한다. 이듬해에 1주기가 되는 1458면 10월에 금성대군을 아들처럼 보살폈던 태종의 후궁 의빈 권 씨는 금성대군이 유배하고 있던 영주지역 정암산 법천사에 아미타삼존불을 조성한다. 당시 권선문 내용은 안타깝게 유명을 달리한 금성대군이 열반에 세계로 들어가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서방의 교주 아미타불은 이 사바세계에서 중생을 고뇌에서 벗어나게 하는 인연이 있어 중생을 인도하여 서방정토 위로 들어간다.

관음보살은 괴로움을 구제해 달라는 소리를 듣고 중생의 고뇌를 구제한다. 지장보살은 죽은 사람의 영혼이 도달하는 곳에 있으면서 중생을 괴로움에서 구제해 낸다. 이 삼존의 위엄과 덕행을 어찌 헤아릴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빈도(貧道)가 삼존의 상을 조성하려 했으나 힘이 미약하여 실행에 옮기기 어려웠다. 널리 존귀한 사람과 미천한 사람들에게 고하여 그들의 도움으로 열반의 아름다운 뿌리를 심어서 다행이다.” 당시 조성했던 삼존불 가운데 아미타불만 지금 영주 흑석사에 모셔져 있다. 왕실과 관련된 인물 시주자들, 태종의 둘째아들 효령대군 이보(1396~1486)와 그의 아들 의성군 이채(1411~1493), 별도의 천에 기록된 세종의 딸인 정의공주(1415~1477)와 그의 남편 연창위 안맹담(1414~1462) 등이다. 그들은 금성대군의 죽음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을 아미타불의 복장 속에 남겼다.

이 같이 타임캡슐처럼 당시 이야기를 전해주는 불상 300기의 복장기록을 해석한 책이 발간됐다. <조선시대 불상의 복장기록 연구>는 조선시대 불상 조성기를 통해 조선시대 불상 연구의 기초 토대를 마련했다. 또한 조선시대 불사 동참자를 데이터베이스화해서 불교조각사와 불교사 연구의 중요한 기초자료로 활용할 수 있어 의미가 크다. 동국대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저자 유근자 씨는 동국대 불교미술 겸임교수, 강원도 문화재전문위원을 맡고 있다. 현재 불교신문에 ‘이야기가 있는 조선시대 불상’을 연재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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