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시대 의상대사의 10대제자인 표훈대덕(表訓大德)이 저술한 것으로 알려진 <표훈대덕발원문>이 복장유물에서 나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중앙승가대 교수 정각스님은 최근 발간된 한국선학회 학회지 <선학(禪學)>에서 ‘갑사 소조보살입상 복장, 백지묵서 사경 고찰 시론’이란 논문을 통해 이같은 사실을 공개했다.

이번에 공개된 <표훈대덕발원문>은 불교문화재연구소가 2015년 6월 갑사 소조보살입상 복장 유물에 대한 현장 조사를 통해 발견된 것으로, 불상 조성 당시 못이 그대로 박혀진 채 개봉되었다. 불교중앙박물관에 위탁 보관된 복장 유물 가운데 서지와 전적류에 주목한 정각스님은 1388년 ‘백지묵서 사경’과 1617년 ‘복장발원문’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삼국유사> ‘충담사 표훈대덕’편에 따르면 표훈대덕은 경덕왕에게 아들을 점지해주려고 옥황상제에게 다녀오는 기이한 행적을 보인 스님으로 금강산 표훈사를 창건했다고 알려졌다. 특히 원효, 의상, 자장 스님 등과 함께 ‘(서라벌) 흥륜사 금당십성(金堂十聖)’으로 불릴 만큼 존경 받은 표훈스님의 저술은 그동안 전해지지 않았다. 다만 균여스님의 <십구장원통기(十句章圓通記)> 와 <법계도기총수록(法界圖記叢隨錄)> 등에 행적 일부와 사상 일면이 소개되었을 뿐이다.

고려말기인 1388년 필사된 <표훈대덕발원문>은 70구에 해당하는 오언구(五言句) 총 350자 분량으로 되어 있다. 크게 계수문(稽首文), 발홍원(發弘願), 참회(懺悔), 홍원내용(弘願內容), 발원이(發願已) 등으로 구분된다. 특히 발원문의 중심에 해당하는 <홍원>은 다시 생시원(生時願), 임종원(臨終願), 사후원(死後願), 재생원(再生願), 도생원(度生願), 증명원(證明願)으로 세분할 수 있다.

정각스님이 <표훈대덕발원문>의 핵심이라고 강조한 ‘사후원’의 내용 일부는 다음과 같다. “이 육신 버린 후, 무량광불(無量光佛) 세계에 상품(上品) 연화생(蓮華生)하여, 모든 대보살과 더불어 친히 여래전(如來前)을 모시며, 미래세가 다하도록 다함이 없는 불사(佛事)를 짓고자 합니다.”

<표훈대덕발원문>에 유식학적 견해의 수용, 정토사상의 수용, <화엄경> 회향의 정신, <법화경>의 서원 등이 담겨있다는 것이 정각스님의 견해이다.

정각스님은 이번에 공개된 <표훈대덕발원문>에 대해 “최초 발견된 신라 고승의 저술로 추정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면서 “기존 연구에서 볼 수 없던 그의 새로운 사상적 일면을 파악할 수 있는 저술로 의상계 화엄종파의 사상 연원을 살피는데 있어 귀중한 자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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