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재단 시설장 연수로 유목과 바람의 땅, 몽골에 왔다. 끝없이 펼쳐진 파란 하늘과 초원은 서로 맞닿아 있어 서로간의 경계와 구분마저 없었다. 그 위로 염소와 블랙야크가 유유히 풀을 뜯는 풍경은 병풍으로 담아 오고 싶은 한 폭의 그림이었다. 

먼지를 폴폴 날리며 덜컹대는 길을 달려 조계종사회복지재단에서 운영하고 있는 몽골드림센터를 방문했다. 취약가정이나 열악한 환경의 아이들에게 학습기회를 주고 지역주민의 자립과 희망을 찾아주기 위해 설립한 해외복지시설이었다. 웅성웅성 손님을 맞이하는 초롱한 눈빛에서 설렘과 호기심이 가득하다. 서툰 우리말로 감사 인사를 하는 아이들과 한국어가 적혀있는 벽 낙서를 보니 마치 초등학생 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반갑기 그지없고 마음이 뭉클하다. 준비해 간 선물 꾸러미를 나눠주니 다소곳이 자기 차례를 기다렸다가 과자를 받아들고서 좋아라 하는 모습이 천진불 그대로다. 

척박하고 메마른 사막에서 듬성듬성한 풀을 뜯고 있는 말의 거친 말갈기와 모래 바람 속에 말을 몰고 오는 유목민 아이의 눈빛에서 강하고 의연한 생명력이 느껴진다. 춥고 긴 겨울과 짧고 무더운 여름 대륙성 기후 속에서 어느 것 하나 삶의 질서와 순리를 거스르지 않고 자연으로 더불어 살아가고 있었다. 새파란 하늘이 환히 보이는 게르에서 가만히 허공을 올려다보았다. 게르마다 천정이 하늘을 향해 뚫려 있는데 이는 신의 숨결이 통하는 길이라고 한다. 그 모성 같은 숨결을 통해서 신의 가호가 있기를 기원했다. 자정이 깊어지자 드넓은 밤하늘에 보석 같은 별들이 와르르 쏟아질 듯 빛났다. 내 별은 어디쯤 유영(遊泳)하고 있는지 얼만큼 주위를 밝히고 있는지 가늠해보았다. 아득하기만 하다.

단체여행에서는 시간과 질서를 지키고 여장을 꾸리느라 자신을 챙기기도 바쁘고 고단하다. 하지만 쟁여온 밑반찬을 대중에게 내어놓고 선득한 아침 커피를 챙겨주는 웅숭깊은 배려는 혼자 떠나는 여행에서는 경험하기 힘든 마음 씀의 공부가 된다. 녹음해 온 몽골초원의 바람소리, 웅장한 말굽소리를 다시 들으니 삶에 역동과 생기가 돈다. 메마른 초지(草地)에 펼쳐진 몽골 초원의 기운처럼 박력 있는 빗줄기 쏴아 쏟아져 내렸으면 좋겠다.

[불교신문3308호/2017년6월24일자] 

 

일광스님 거창 죽림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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