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지 못하는 우리 아들 장기기증으로 새생명 살려”

생명나눔실천본부-불교신문 공동 연중 기획   

7명 목숨 살리고 떠난 아들 

우연히 수혜자와 만나 감격

반대하던 아내도 1년반 지나

전단지라도 돌리고 싶을 정도

장기기증 적극 홍보자로 변신 

장기기증은 이 생에서 마지막 순간 자신의 모든 것을 주고 다른 생명을 살리는 고귀한 행동이다. 사진은 생명나눔실천본부가 장기를 기증하고 세상을 떠난 영령들을 추모하기 위해 마련한 생명나눔 천도재 모습.

장기기증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실제 맞닥뜨리기 전에는 상상하기 쉽지 않다. 실제로 겪은 가족의 사례를 통해 간접적으로 나마 당시의 고민과 상황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장기기증이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겪는 고민과 실행을 옮기게 하는 힘이 무엇인지 실제 사례를 통해 알아본다. 뇌사에 빠진 아들의 장기를 기증한 부모가 번민하는 과정과 조혈모 세포 기증을 한 대학생의 체험담이 잘 드러나 있는 두 편의 글을 싣는다. 독자들도 이 글을 통해 장기기증이 이루어지는 과정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두 글은 질병관리본부 장기기증센터 발간 <희망의 씨앗> 2016년 12월호에서 발췌했다.

 뇌사 아들 장기 기증한 부모 

제 아들 응상이는 4살 때 뇌수막염을 앓다가 6개월을 식물인간으로 살았습니다. 감기인줄 알고 동네 병원에만 갔었는데 알고 보니 뇌수막염이었고, 치료를 위해 모든 것을 다했었습니다. 하지만 상황은 점점 안 좋아졌고 당시 입원했던 병원에서는 호흡기를 뗄 건지 물었지만 부모로서 차마 그럴 수는 없었습니다. 기적적으로 응상이는 식물인간 상태에서 깨어났지만 그만 후유증으로 장애를 입었습니다.

응상이의 어린 시절은 나날이 치열한 삶이었습니다. 아내는 응상이를 업고 유치원 부터 고등학교까지 같이 다녔습니다. 버스, 지하철, 기차 등 일반인이 이용하는 대중교통을 일부러 태워주며 다른 사람들이 경험하는 것을 똑같이 경험하게 해주었지만 그런 과정에서 별의별 소릴 다 들어야 했습니다. 장애를 가진 아이들은 방안에만 처박혀 있어야 한다는 일반인들의 생각이 저희를 더욱 힘들게 했습니다. 하지만 아들이 일반인과 똑같은 삶을 살길 바랐기에 저희 부부는 세상의 편견과 당당히 맞서나갔습니다. 저희의 정성 덕분이었는지 얼마 못 살 거라던 아이는 스물다섯 해를 넘겼습니다.

하지만 2015년 2월, 이렇게 제2의 삶을 살고 있는 25살 응상이에게 믿기지 않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그날은 외할머니 90살 생신 잔치에 온 가족이 모여 저녁식사를 하던 날이었습니다. 뷔페식당에서 갈비를 먹던 응상이가 갑자기 숨을 쉬지 못했습니다. 모두들 당황해 어떻게 할지 몰랐는데 알고 보니 음식물이 기도를 막았던 것입니다. 응급처치를 하고 병원으로 옮겼으나 상태는 좋지 않았습니다. 20여 년 전의 기적을 경험했기에 저희 가족은 한 번 더 기적이 오기를 간절히 바랬지만 일주일을 버티던 응상이는 끝내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저는 응상이를 이대로 보낼 수는 없었습니다. 25년 동안 어렵게 키웠는데, 이왕 갈 아들이라면 다른 아픈 사람들의 고통을 덜어주어야 하지 않을까? 우리 아이가 깨어나기를 간절히 바랐던 것처럼, 질병으로 아픈 다른 가족의 심정도 똑같지 않을까? 저는 그들을 도와주고 싶었습니다. 처음에 펄쩍 뛰며 반대하던 아내도 연락을 받고 달려온 코디네이터로부터 친절한 설명을 듣고 오히려 신뢰가 생겨 마음이 기울었습니다. 우리 아이는 비록 뛰어 다니진 못했지만 이식을 받은 사람을 살리고 숨 쉬며 뛰어 다닐 수 있다 생각하니 마음이 쉽게 돌아섰습니다. 후회하고 또 후회해봐도 돌아오지 못하는 우리 아들, 우리는 결국 장기기증을 선택하였고 7명을 살리게 되었습니다. 장기기증을 반대하던 저희 집사람은 장기기증을 한지 1년 반 정도가 지난 지금은 오히려 지나가는 사람에게 전단지라도 돌려서 장기기증을 권하고 싶을 정도의 마음으로 장기기증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응상이로 인해 새로운 삶을 살고 있습니다. 생명의 소리 합창단이라는 기증자 유가족, 수혜자, 의료진이 함께하는 합창단을 통해 마음이 치유되는 걸 느꼈습니다. 가사 마디 마디가 딱 제 마음 같았고, 노래를 부르다가 많이 울기도 하였습니다. 그런 과정을 거치며 조금이나마 힐링이 된 듯합니다. 그리고 저는 이 합창단을 통해서 평생 잊지 못할 경험을 하였습니다. 2014년 심장을 수혜 받은 홍광진(2014년 심장이식)씨가 멀리 광양에서 합창연습에 참여하였는데, 저희 집이 김포에 있던 터라 자연스레 카풀을 하면서 친해지게 되었습니다. 동생을 보는 순간 너무 신기했습니다. 장기기증을 하긴 했으나 누구를 살렸는지 알지 못하기에 막연하게 생각되던 것을 눈앞에서 보니 너무나 감격스러웠습니다. 언제부터랄 것도 없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저희는 의형제로 지내기로 하였고, 지금까지 형제 같은 정을 나누며 살고 있습니다.

우리의 이런 사연이 알려지면서 지난 10월8일 처음 시작한 KBS1 ‘노래가 좋아’라는 프로그램에 ‘가족의 탄생’ 이라는 팀으로 저희 가족과 동생 가족이 출연했습니다. 저는 사실 노래를 잘 못부르는데, 1승까지 하는 즐거운 추억이 생겼습니다. 난생 처음 TV에도 출연하고, 오랫동안 연락이 닿지 않던 친구들 전화도 많이 받았습니다. 모두 하늘에 간 응상이가 준 선물 같습니다.

7명을 살리고 아름다운 별이 된 우리 응상이, 하늘나라에서도 밝고, 맑게 그리고 편하게 살아가기를 기도합니다. 편치 않은 몸으로 살아왔던 아들이었기에 이제는 다른 사람의 몸에서 건강하고 즐겁게 살아가고 있을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조혈모세포 기증 홍보에 나선 대학생들 모습.

[불교신문3308호/2017년6월2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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