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사찰에서는 백중 우란분절을 앞두고 천도재 등 각종 기도법회와 더불어 재의식의 봉행준비가 한창이다. 천도재(薦度齋)는 본래 “죽은 이의 영혼을 극락으로 보내기 위해 치르는 불교의식”으로 알려져 왔다. 재의식은 고대 인도의 조령제(祖靈祭)를 불교적으로 수용한 것으로 대표적인 불교의 유입과 함께 문화로 전승되고 있다. 

천도재에는 조상과 부모님에 대한 효사상, 삼보에 대한 공양의식, 무진장물의 형성을 통한 어려운 사람의 구제, 범음작법을 비롯한 불교문화의 전승 등 매우 복합적인 내용들이 포함돼 있다. 교리적 관점에서 보면 천도재는 공양을 통해 삼보를 외호하고 그 공덕으로 선망부모와 조상님들의 뜻을 기리고, 더불어 공덕의 회향으로 도움이 필요한 이웃을 보살피는 봉사와 후원을 실천하는 재시와 법시, 무외시를 실천하는 의식이다.

이와 같은 중요한 의미가 내포돼 있는 불교의식임에도 불구하고 최근들어 천도재에 동참하는 불자와 지역주민들의 수가 점차 감소하고 있어 아쉬움이 크다.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게 된 이유 중의 하나는 천도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전통 의식에만 기대어 새로운 해석과 의미를 부여하지 않은 것도 재의식 침체의 원인으로 볼 수 있다.

천도재는 여러 가지 괴로움에 직면하고 있는 현대인들을 불교적으로 치유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집단치유프로그램이다. 그리고 의식 속에는 범패, 승무, 바라춤 등 불교음악적 요소와 괘불과 탱화 등을 비롯한 불교미술, 그리고 각종 음식 진설과 도량 장엄 등의 문화가 다양하게 포함돼 있다. 따라서 준비과정에서 불자들은 불교문화를 배우고, 의식에 동참함으로써 문화치유명상을 체험할 수 있는 것이 천도재의 현대적 의미이며 효과이다.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천도재에 동참하게 하려면 의식을 간소화, 현대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동참자들의 직접 참여와 역할이 더 확대돼야 한다. 의례문의 재정비와 함께 할 수 있는 내용들을 더 보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천도재가 갖고 있는 문화치유명상의 의미가 공유될 수 있도록 종단적 차원에서의 연구와 방법론 개발이 필요하다.

[불교신문3308호/2017년6월24일자] 

김응철 중앙승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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