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불천탑

                             이해완

자네, 천불천탑을 운주사에 가야만 본당가

내 눈엔 천지사방이 다 천불천탑이데

궤짝에 지성으로 쌓아올린 저 사과도 천불천탑이고

저기 저 리어카에 폐지 주워 쌓아올린 것

저것이 천불천탑이 아니면 뭐랑가

부처님 마음으로 보믄 다 천불천탑이제

그런다고 사람들 일만은 아니제

가지에 찢어지게 매달린 저 홍시

저것은 감나무가 쌓아놓은 천불천탑 아니것는가?

돌로 만든 천개의 불상과 불탑을 보러, 석불이 서로 등을 대고 앉아 있는 것을 보러 화순 운주사에 갑니다. 그러나 시인은 천불천탑이 도처에 있다고 말합니다. 수확한 사과를 쌓아올린 궤짝 더미, 쓰고 버린 종이를 주워 쌓은 폐지 덩어리도 천불천탑이라고 말합니다. 심지어 위아래로 주렁주렁 열려 잘 익은 홍시들도 천불천탑이라고 말합니다. 그만큼 지극한 마음 씀과 몸의 노동으로 일군 것이기 때문입니다. 한 층 한 층 밑돌 위에 윗돌 얹듯이 정성으로 삼가고 엄숙하게 한 것들은 모두 천불천탑입니다. 기도하는 마음이 축조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가령 우리가 누군가의 말 위에 나의 말을 올릴 때에도 탑을 쌓듯이 해야 할 일입니다.

[불교신문3308호/2017년6월24일자] 

문태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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