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양성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 모두의 일이다

더욱 후배들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기울여 

그들의 원력과 능력이 

꽃 필 수 있도록 

마음을 모은다면  

더욱 힘찬 도약을 할 것이다

오랜만에 조계사 마당이 환한 스님들의 얼굴로 꽃을 피운다. 손에는 ‘제1회 조계종 학인 설법대회’에 참가하는 도반을 위한 응원도구들이 쑥스럽지만 정성스럽게 들려 있다. 추억과 함께하는 정겨운 얼굴들이 눈에 띄고, 맑은 모습의 스님들을 볼 때면 이 시대를 함께 살고 있음에 그냥 합장이 나온다. 선배님들, 후배님들이 모이고 서로를 걱정하며 응원하는 그런 모습은 참으로 보기 좋다.

미래 한국불교의 지도자가 될 학인들의 역량을 키우고자 새롭게 시작된 교육원의 프로그램은 학인 스님들에게 또 다른 생소한 도전이었다. 하지만 조금씩 대회를 준비하면서 예상치 못한 신심나는 효과들을 보게 됐고 대회를 사랑하게 됐다. 도반을 위한 의상을 준비하고 응원도구를 준비하면서 상대에 대한 배려심이 생겼고 모두가 한 몸이라는 연기법을 그대로 몸소 체득하는 소중한 시간이 됐다.

특히 이번에 설법대회 최우수상을 받은 동학사 승가대학 세광스님의 발전을 바로 옆에서 지켜봤기에 가슴 벅찬 감동을 느꼈다. 6년 전부터 동학사 승가대학에서 불교영어 강의를 맡고 있는 내가 세광스님을 처음 만났을 때, 그는 모든 것이 어설픈 그냥 보통 학인이었다. 하지만 보기 드문 이십대 초의 발심출가자, 이십대이기에 두려움보다는 도전정신이 있었고 교육원의 새로운 제안은 잠자던 능력을 깨우기에 충분했다. 그는 2년 전 영어스피치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연극의 주인공이 됐는데 영어수준이 초급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영어 발음교정은 물론 쑥스러움을 버리고 순간에 몰입하려 노력한 결과, 장려상을 받았다. 또한 이번 설법대회도 열정적으로 준비했다. 늘 ‘어떻게 하면 될까’를 화두 들듯이 고민하고, 주위의 경험 있는 분들을 찾아 의견을 묻는 열정을 보였다. 이에 어른 스님들은 그 모습이 기특해 조언을 아끼지 않았고, 도반들은 한 몸이 돼 원고 암송을 도와줌은 물론 설법 속 등장인물이 돼 주었다. 강당에서의 연습은 물론 대웅전 앞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향해 여러 번 법문을 했다고 한다. 너무도 놀라운 사실이다. 상상도 못했던 용기이다.

이번 설법대회에서 우리는 미래의 희망을 보았다. 출가자가 적어 걱정하고 있었는데 이렇듯 설법을 잘하는 스님들이 많아진다면 그리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다. 하지만 아무리 젊은 스님들이 시대에 맞는 설법을 준비하고 있다하더라도 법문할 기회와 장이 체계적으로 제공되지 않는다면 그 빛을 발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번 학인설법대회에서 나도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의욕을 갖게 해준 참가자 스님들의 노력에 찬탄의 박수를 보낸다.

오래 전 ‘쿤둔’이라는 티베트영화를 보며 한명의 훌륭한 지도자를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분들이 정성을 기울이는지를 보고 크게 감명을 받았다. 인재양성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 모두의 일이다. 앞서간 선배로서, 스승으로서 더욱 후배들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기울여 그들의 원력과 능력이 꽃 필 수 있도록 마음을 모은다면 한국불교는 더욱 힘찬 도약을 할 것이다. 불자님들도 젊은 스님들이 이 시대의 부루나 존자가 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원을 발하여 주면 참으로 좋겠다.

[불교신문3308호/2017년6월24일자] 

자우스님 논설위원·비로자나국제선원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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