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인구 실존상담연구소장이 불교신문에 연재한 상담코너 글과 현장에서 경험한 생생한 상담사례를 엮은 책 <내 마음, 어디까지 알고 있니?>를 최근 펴냈다. 김형주 기자

게임에 빠져있는 고등학생 자녀를 둔 어머니가 답답한 심정으로 묻는다. “게임이 미쳐 사는 고1 아들을 둔 엄마예요. 이번 달 제 카드를 긁어서 100만원에 달하는 게임 아이템을 구입했답니다. 호되게 혼냈더니 애가 울면서 하는 말이, 친구들한테 잘 보이려면 그 아이템이 없으면 안 되는 거라고, 엄마 아빠가 그런 거 하나 못해 주냐고 도리어 역정을 내는 거 있죠?”

이를 경청한 불교상담사는 자녀의 마음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라며 이 같이 답한다. “아이는 게임에 미쳐 100만원을 쓴 바보나 중독자가 아니라, 100만원을 쓰지 않고는 자신이 얼마나 귀한 존재인지를 좀처럼 실감할 수 없었던 슬픈 소년입니다. 그 소년은 친밀한 관계 속에서 자신이 참으로 귀하다는 사실을 얼마나 간절히 확인하고 싶었을까요. 또 그런 것들을 쉽사리 얻지 못해 얼마나 쓸쓸한 마음으로 작은 모니터 속으로 들어가야 했을까요. 엄마의 관심이 향해야 할 곳은 게임중독자 아이가 아니라, 이 세상에서 내가 귀한 것을 누가 좀 알아달라고 목 놓아 외치고 있는 바로 그 슬픈 소년일 것입니다. 그 소년의 목소리를 한번 들어보세요. 반드시 듣게 되실 거예요. 그 소년은 우리 모두에게 속한 까닭입니다.”

이는 ‘젊은 불교상담사’ 임인구 실존상담연구소장이 지난 2015년 불교신문에 연재한 상담코너 ‘똑똑똑 부처님 계세요?’에 게재된 상담사례로 당시 온라인에서 8만 여 건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화제를 모았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말 불교신문에 연재를 마친 임인구 소장이 그 동안의 연재물과 그 동안 현장에서 경험한 생생한 상담사례를 엮은 책 <내 마음, 어디까지 알고 있니?>를 선보여 관심을 모으고 있다. 책 속의 삽화는 불교신문에서 임 소장과 함께 연재한 명상카투니스트 용정운 작가가 맡아 의미를 더한다.

내 마음, 어디까지 알고 있니

임인구 지음·용정운 그림/ 불교신문사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에서 ‘실존상담과 무아적 실재의 조우’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10년 넘게 불교적 관점에서 상담활동을 펼쳐온 불교심리학 박사인 그는 “상담이란 치유와 힐링이 아니다. 온전한 마음 찾기의 생생한 현장”이라고 말한다. 이 책에 집착, 배신, 번뇌, 사랑을 테마로 한 40여 가지 고민상담은 바로 이 ‘온전함의 현실’을 발견하는 일이다.

당초 서양심리학에 관심을 두고 공부했다는 임인구 소장은 불교와 인연을 맺은 후 부처님 가르침으로 마음을 살펴보는 상담기법에 매료됐다고 한다. 그는 “부처님이 브라만들처럼 먼 의식세계 속 피안의 낙원을 추구하는 일을 거부하고, 늘 지금 이 대지 위에서 살아 숨 쉬는 온전함을 발견하고자 하셨다는 사실에 우리는 특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면서 “불교상담은 우리가 새로운 무언가를 해야 하는 것이 아니며, 부처님이 보여준 길을 따라 인간의 문제에 다가가는 대화의 방법론”이라고 정의했다.

그렇다면 부처님이 우리에게 보여준 길은 무엇일까. 17세기 일본의 선승이자 시인이었던 마쓰오 바쇼 스님은 “옛 사람을 좇지 말고, 옛 사람이 좇던 것을 좇으라”고 조언했다. 부처님이 보여준 길을 따른다는 것은 곧 부처님이 좇으시던 것을 우리도 함께 좇는 것이라는 가르침이다. 임 소장은 여기서 부처님이 추구했던 가치를 ‘온전함의 현실’이라고 파악했다. 그는 “온전함은 유사한 단어로 ‘무결함’, ‘여여함’, ‘그러함’ 등으로 표현될 수 있다”면서 “우리의 마음이 구체적으로 이 온전함을 경험할 때, 스스로 이미 아무 잘못이 없고, 괜찮으며, 충만한 감각으로 드러나곤 한다”고 의미를 전했다.

때문에 임 소장의 불교상담은 우리의 일상적인 문제에 관심을 가지며 그 속에서 이를 발견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가령 내담자가 “원래 다들 이렇게 사는 건가요? 잘 모르겠어요”라고 묻는다. 이에 그는 “잘 몰라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는 잘 몰라야 정말로 알 수 있으니까요”라고 답한다. 즉 자신이 현재 닥친 여러 현실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상담을 받으러 오지만, 그 자체를 알고 있다는 것만으로 반은 해결된 것이다. 그리고 상담하는 과정에서 남들도 나와 다르지 않고 너무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이 조금만 다른 관점에서 생각하면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면서 나머지 반을 해결한다. 이처럼 불교상담은 자신의 마음을 알아가면서 스스로 문제가 없음을 확인하는 과정이다. 결국 우리의 마음이 바로 상담사다.

임인구 소장은 최근 ‘삼포세대’ 등으로 힘든 삶을 살고 있는 청년들에 대해서도 “각박한 사회와 마주한 요즘 청년들에게 ‘화’가 많이 있는 것 같다”면서 “이 화를 다스리지 못하면 더욱 힘들어 질 수 밖에 없는 만큼 스스로에게 관심을 주고 안쓰러움을 알아가는 ‘자비의 감수성’을 키워나가야 한다”고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더불어 “앞으로 부처님의 목소리를 현대적으로 전하며, 현대인들의 ‘셀프힐링’을 도울 수 있는 상담 프로그램 개발에 노력할 것”이라고 계획을 전했다.

 

책 속의 상담사례 Q&A

# 수행으로 깨달았는데 주변 사람들은 무시해

Q. “마음공부에 뜻을 두고 15년 정도 열심히 수행한 결과 많은 경험도 하고 한 깨달음도 얻었습니다. 이 진리를 주변 사람들에게도 전하고 함께 나누고 싶은데 사람들은 자꾸 환상에 사로잡혀 못 알아듣는 것 같고 답답해요.”

A. “우리가 깨달음이라는 것을 유지하기 위한 의도로 ‘깨달은 나’라는 정체성을 붙잡고 있다면, 그 정체성은 다른 정체성들과 마찬가지로 관계에 있어서 똑같은 한계로 작동합니다. 이를테면 늘 선생님이고 싶은 사람이 가족에 대해서도 선생님처럼 행동하는 모습을 떠올려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모습을 보이는 사람들이 타인과 관계를 맺는 일에 있어서 어려움을 느낄 것입니다. 수행이나 상담이나 동일하게 바로 앞에 있는 마음을 진정으로 만나는 일이 핵심이지, 특정한 ‘나’의 정체성을 유지하고자 하는 일이 핵심은 아닙니다.”

 

# 엄마는 불안한데, 고3 앞둔 아들은 너무 느긋해

Q. “주변 친척 중에 대학을 못가 인생이 꼬인 분이 계시거든요. 저는 그런 불안한 삶이 싫습니다. 그런 사례를 아들에게 얘기해줘도, 오히려 자신은 불안하지 않은데 왜 자신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냐고 화만 내지, 진지하게 인생을 준비할 다짐을 못하는 것 같아요.”

A. “현재 불안하지 않은 아들에게 어머니 본인과 같은 불안을 느끼도록 요청하는 일은 아들의 행복이라는 목표를 이루는데 조금도 효과적이지 않은 방법입니다. 본인도 불안한 걸 싫어하면서 왜 아들이 불안을 느끼기를 바라시나요? 아들에게는 자신이 이 세상에 태어나서 행복할 권리가 있을 뿐, 어머니의 불안을 대신 해소해야 할 의무는 없습니다.”

 

# 결혼생활이 불만인데 남편과 헤어지긴 싫어

Q. “남편은 더 이상 저를 여자로 느끼지 않아요. 한 살이라도 젊었을 때 이 사람과 헤어지고 새로운 삶을 시작해볼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그렇다고 남편이 나쁜 사람도 아니고 싫은 것도 아니라 그건 또 아닌 것 같고요. 애도 있는데 그건 더욱 어려운 얘기 같아요.”

A. “우리가 물을 받아서 갖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누군가에게 물을 줘보면 됩니다. 그럼으로써 우리는 물을 갖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고, 물이 정말로 우리의 것이며, 그것이 우리에게서 잃어버릴 수 없는 것임을 알게 됩니다. 남편이 더는 ‘산타할아버지’가 아니라면, 이제 다른 ‘산타할아버지’를 찾으러 가실 건가요? 그렇게 계속 당신에게 선물을 줄 ‘산타할아버지’들을 찾아 온 세상을 헤매실 건가요?”

 

# 무능한 회사 동료가 너무 한심해

Q. “회사에 정말 능력은 없고 하는 일마다 답답한 사람이 한명 있어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자기 일을 잘 하지도 못하는데다가 모르면 배울 생각을 해야 하는데 그런 것도 안하니 진짜 답답합니다.”

A. “유능함과 무능함이 결코 뗄 수 없는 한 쌍이며, 누군가가 유능함을 추구하는 만큼 반드시 상대적으로 누군가는 무능해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이해한다면, 우리는 우리가 소외해왔던 무능함에 대해 분명 이전보다 더 상냥해질 수 있게 됩니다. 우리를 대신해 무능해진 누군가의 슬픔을 만날 수 있게 됩니다. 우리 또한 바로 그렇게 슬프고 괴로웠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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