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관람료 의미 국민들에 정확히 알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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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례 천은사는 2013년 6월 문화재관람료 징수 소송 1심에서 패소했다. 재판부는 문화재를 관람하지 않고 사찰 경내 도로를 통과하기만 해도 요금을 걷는 것은 불법이라고 봤다. 종단은 내막을 모르고 하는 소리라며 항소했다. 문제가 된 도로는 정부가 관광객 유치를 위해 협의 없이 사찰 소유지에 일방적으로 낸 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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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문화재연구소는 2016년 6월 <국가지정문화재 소유 및 예산분석> 연구보고서를 펴냈다. 국가가 보유한 문화재에 대한 편중된 예산 지원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화재청이 관리하는 국유문화재에는 평균적으로 건당 9억3500만 원의 나랏돈이 쓰이는 반면 종단이 소유한 사찰문화재는 6600만 원에 불과한 형편이다. 14배차이다. 그것도 문화재가 훼손됐을 때에 보수비만 준다.

불교를 흠잡는 온라인상의 댓글 가운데 상당수는 ’문화재관람료’ 징수에 관한 지청구다. ‘나는 절에 들르지도 않는데 왜 문화재관람료를 내야 하느냐’고 따진다. 그러나 문화재보호법에 명시돼 있는 사찰의 엄연한 권리다. 무엇보다 국립공원을 비롯한 공원구역에 강제 수용된 사찰 토지에 대한 사용료 성격이 짙다. 종단은 오해를 없앨 목적으로 공식 명칭인 문화재관람료 대신 ‘문화재구역입장료’라는 이름을 자체적으로 도입해 이해를 돕고 있다. 그래도 욕한다.

원래는 국립공원관리공단이 문화재관람료를 입장료와 함께 통합 징수해 사찰에 배분하는 방식이었다. 2007년 국립공원입장료가 폐지되면서 사단이 불거졌다. 정부가 뒤로 빠지면서 사찰과 시민이 직접적으로 부딪히게 된 것이다. 어느새 10년이 흘렀으나 여전히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문제다. 이제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다툼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궁극적으로는 단순히 ‘통행료’가 아니라 문화재보호를 위한 정당한 비용이라는 인식을 국민들 사이에 확산시켜야 한다는 게 요지다. ‘전통문화의 계승발전과 민족문화 창달’은 헌법에 정해진 국가의 의무다.

문화재관리비용 한 푼 못 받고

나라가 공짜로 점유한 ‘절 땅’

...국민들은 알고 있을까

1967년 12월 지리산을 1호로 국립공원제도가 신설됐다. 국토의 생태계와 경관을 보호하자는 취지 아래 산 속에 자리한 천년고찰들은 막대한 토지를 나라에 내놓는 희생을 치러야 했다. 2015년 국립공원관리공단 자료에 따르면 육상형 국립공원 가운데 사찰이 소유한 토지 비율은 전체의 7.2%. 279.608㎢로 서울시 면적의 절반에 해당하는 엄청난 넓이다.

규모만이 아니라 질적인 측면에서도 국립공원의 위상을 드높이는 데 이바지하고 있다. 2011년 조계종 총무원이 환경 관련 외부전문가들에게 위탁한 조사에 의하면 심지어 해인총림 해인사는 가야산국립공원의 80%, 내장사는 내장산국립공원의 79%에 이른다. 사찰이 공원을 공원답게 하는 주역임을 보여주는 지표다. 그럼에도 괜한 비난과 불신만 받고 있는 실정이다.

더구나 국립공원이 유원지로 변질되면서 수행환경이 심각하게 망가지고 있다는 게 스님들의 불만이다. 연구에 참여한 이병인 부산대 바이오환경에너지학과 교수는 “국립공원의 아름다움은 대부분 사찰이 제공한 것들”이라며 “공원구역 사찰에 대한 국민들의 오해와 불신은 이러한 사실을 정확히 알리지 않은 정부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국가와 공무원이 직접 관리하는 궁궐이나 왕릉과는 달리 사찰에 지급되는 문화재관리비용은 한 푼도 없다. 문화재관람료 소관 부처가 맥락이 전혀 다른 환경부와 문화재청으로 겹치면서 서로 떠넘기기에 급급한 모습도 개선돼야 할 과제다.

문화재관람료에 대한 대대적인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설득력을 지닌다. 그저 불교문화재를 구경하는 값이 아니라 보존과 계승을 위한 비용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얘기다. 천은사가 소속된 제19교구본사 화엄사 주지 덕문스님은 “문화재관람료는 존속과 폐지라는 협소한 틀을 벗어나야 한다”며 “불교가 어엿한 문화재 관리주체로 거듭날 수 있도록 정부가 대승적인 결단을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불교문화재 관리예산의 대폭 증액’과 ‘문화재관람료 정책의 일원화’를 제시했다.

종단의 요구는 한결같다. 현행 자연공원법에 ‘환경유지 및 보존관리 비용 차원에서 문화재관람료의 필요성에 대한 근거를 적시해달라’는 것이다. 총무원 기획실장 주경스님은 “사찰은 국립공원의 최대기여자임에도 외려 종교적 기능과 권한을 박탈당한 데다 심지어 천덕꾸러기 취급을 당해 왔다”며 “정부와 종단이 동등한 파트너로서 현안을 공유하고 해결하는 논의구조가 구축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동의하는 상황이다. 대선 후보 시절 “전통사찰 등 문화유산과 자연유산 등을 효율적으로 보존하고 관리하기 위해 분산돼 있는 각 부처와 기관의 업무를 통합 조정하는 기구 설치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국립공원 내 문화재뿐 아니라 유무형의 불교문화재를 보존하고 복원하는 사업을 정부 차원에서 적극 추진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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