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대계본부 기획워크숍 ‘한국불교 100년을 디자인하다’

7월20일 한국문화연수원에서 열린 기획워크숍 현장.

불자 300만 감소와 탈종교화의 시대, 한국불교의 미래를 진심으로 고민하는 ‘목소리’들이 한데 모였다. 조계종 백년대계본부(공동본부장 도법 호성 금곡스님)는 ‘한국불교 100년을 디자인하다’를 주제로 한 기획워크숍을 7월20일 공주 한국문화연수원에서 개최했다. 

22일까지 2박3일간 이어지는 워크숍은 오는 8월25일 제2차 사부대중공사에서 다룰 의제를 미리 점검하고 논의의 효율성을 높이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본지가 지난 4월 화쟁위원들을 패널로 진행한 방담에서 제기된 ‘사전(事前)’ ‘집중’ 대중공사의 필요성을 백년대계본부가 받아들인 것이다.

집단지성 형성을 촉진하는 토론진행방식인 ‘퍼실리테이팅(Facilitating)’ 기법이 도입됐다. 이야기는 야간에도 지속됐다. 형식도 내용도 진지했던 셈이다. 손위로는 전 포교원장 혜총스님부터 아래로는 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장을 지낸 이채은 씨까지, 그간 사부대중공사에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해온 40여 명의 스님과 불자들이 원탁에 앉았다. 

화두는 ‘사회의 이웃으로서의 불교’, ‘사부대중공동체로서의 불교’로서 앞으로의 100년을 준비해야 한다는 쪽으로 모아졌다. 바꿔 말하면 세상 속으로 뛰어들지 않거나 스스로 불교를 저주하는 일을 멈추지 않으면, 불교는 멸망하리란 결론이었다.

화쟁위원장 도법스님이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워크숍에선 ‘공동체’라는 단어가 무수히 나왔다. ‘출세간 따로 세간 따로’가 아니라 불교가 곧 세상이란 게 포교원 포교국장 원묵스님의 입장이다. “‘불쌍한 중생을 위해서 돕는다’는 시혜적인 관점은 도리어 ‘내가 힘들면 돕지 않아도 된다’는 자아중심주의의 산물”이라며 “출가란 세상 밖으로 나가는 게 아니며 자신의 삶을 세상 속에서 거룩하게 만드는 것이 해탈”이라고 강조했다. 

유정길 불교환경연대 운영위원장도 ‘함께’에 무게를 실었다. “향후 종교기구로서의 사찰은 신도들의 신행공동체이자 생활공동체를 지향해야 한다”고 했다. “미국의 기독교는 약화되는데 미국에 있는 한국교회가 부흥하는 이유는 바로 공동체이기 때문이다. 하나님을 믿건 안 믿건, 구원에 확신이 있건 없건 그건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현재 나에게 절실하게 필요한 정신적인 도움과 지지, 물질적인 협력을 교회가 직접적으로 제공하는 덕분이다.”

"마을공동체, 불교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

조계사 부주지 원명스님은 “출생부터 사망까지 인생의 모든 통과의례를 사찰이 책임지는 ‘생활밀착형’ 불교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다. 김성권 대한불교청년회장은 “그동안 불교의 사회참여는 약간의 문화행사에 그쳤다”며 “일반 시민이 아니라 지자체장과의 관계만 돈독하게 다져온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사찰을 중심으로 한 마을공동체가 미래불교의 실질적인 모델로 대두되기도 했다. 화쟁위원장 도법스님은 남원 실상사를 거점으로 대안적인 농업과 교육과 수행을 아우르는 인드라망생명공동체를 이룩한 인물이다. “불교의 정신을 직접적으로 구현하며 도시화와 자본주의의 탐욕과 폭력을 극복하고 황폐화된 농촌을 되살리는 방법을 연구해보자”고 당부했다. 사부대중공사추진위원장 호성스님(제16교구본사 고운사 주지) 역시 “사찰만큼 너른 토지와 산림을 가진 종교시설이 있느냐”고 물었다.

인사말을 하고 있는 고운사 주지 호성스님.

물론 세상과 화합하기 전에 우리부터 화합해야 할 일이다. 정웅기 생명평화대학 운영위원장은 ‘정화’와 ‘개혁’이 일군 불교현대사 50년을 발제했다. 1994년 종단개혁 이후 양적으로는 꾸준한 성장이 있었지만 이를 뒷받침할 질적 전환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게 요지였다. 

그는 “선거를 비롯한 대의민주주의의 폐해와 한계, 중앙과 지역현장의 괴리, 종단 운영을 둘러싼 과잉 경쟁과 폭로 등 비승가적인 양상이 표출되면서 구성원들을 이탈시키고 불교에 대한 사회적 호감을 지속적으로 감소시켰다”고 짚었다.

"불자 감소보다 더 두려운 건 신심 감소"

김성권 회장은 “불교계 시민사회단체는 몰락했다”고 진단했다. “다양성이 사라졌을 뿐더러 사회적 반향도 못 이끌어낸다.” “이제는 내부를 향해 총질을 해대는 시민단체만 남은 것 같다”는 발언도 나왔다. 

남양주 구봉암 주지 선엽스님은 병원 지도법사를 하다가 세균에 감염돼 1년 동안 투병했던 개인사를 고백했다. “군포교든 청소년포교든 정말 혼신의 힘을 다해 살아왔는데 매일같이 반(反)종단 시위가 열리는 조계사를 지날 때면 승려란 사실이 너무 고통스럽다”고 말했다. 유정길 위원장은 “불자 감소보다 신심 감소가 더 두렵다”고 털어놨다.

발제를 하고 있는 정웅기 생명평화대학 운영위원장.

‘100년 뒤 한국불교는 어떤 모습일까’라는 질문도 제시됐다. 분위기는 금세 어두워졌다. “100년이 아니라 10년 안에 남북 간에 핵전쟁이 일어나 한반도가 쑥대발이 되면 어떡하나?” 인공지능이 신(神)을 대체할 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과연 종교라는 게 존재하기나 할까?” 그래도 불교는 살아있어야 한다. 

19교구본사 화엄사 포교국장 도운스님은 “100년 뒤에도 인간이 살아간다면 그래서 생로병사의 고통을 겪는다면 불교는 그들과 더불어 숨쉬고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종단만을 탓할 것이 아니라 내가 부처님처럼 살려는 노력이 중요하다”며 “교리를 넘어 구체적인 삶으로 사람을 감화시켜야 한다”고 주문했다. “미래는, 현재의 실천 안에 이미 와있다.”

‘결과→과정, 책임규명→문제해결, 지도자의 지시→구성원 모두의 대화’… 근본적인 변화를 추동하는 생각의 전환에 대한 목소리가 워크숍 내내 면면히 흘렀다. 추진위원장 호성스님은 “잘 먹고 잘 살긴 하는데 원칙이 무너진 나라 아니었더냐”며 “한국불교가 바로 서야 한국의 정치와 사회가 바로 선다”고 정리했다.

인사를 나누며 자기소개를 하는 참가자들.
공주=장영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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