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인 부산대 바이오환경에너지학과 교수가 봉은사 역사문화환경보존대책위원회를 통해 본지에 ‘삼세(三世)의 복합유산, 봉은사 어디로’라는 제목으로 기고문을 보내와 소개한다. 이 교수는 기고문을 통해 천년고찰 봉은사의 사찰환경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현대차부지 복합시설 사업(GBC)과 영동대로개발, 운봉빌딩 건설 등 개발사업들에 대한 문제점을 짚고, 개안방안을 제시했다.

GBC 영동대로개발 운봉빌딩 신축 등

개발로부터 제대로 보존하기 위해

대책 있어야…현명한 결정 필요

대규모 개발로 인한 피해와 영향

단순히 봉은사만의 문제 아니고

서울 강남의 환경의 질과 품격 저하

전체주민들 환경오염과 피해 악화

설상가상(雪上加霜)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눈이 내리는 위에 서리까지 더한다고 연이어서 좋지 않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눈앞의 이익에만 정신을 팔려서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지를 생각하지 않는 전도몽상의 일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지금의 봉은사의 현황이 그렇습니다.

봉은사(奉恩寺)는 794년 창건이래로 자연유산과 문화유산, 그리고, 종교유산을 간직한 우리시대의 복합유산지역(複合遺産地域)입니다. 지난 70년대 말 코엑스와 영동대로가 생기기전까지만 해도 적어도 지난 천수백년동안 서울강남의 랜드마크는 봉은사였습니다. 그런데 군사독재시절 강제로 수용되어 수십 만 평이 넘던 봉은사 토지는 코엑스와 영동대로, 그리고 옛 한전부지(현 현대자동차부지)와 경기고등학교로 이어지는 드넓은 곳이었습니다. 안타깝게도 봉은사 토지의 대부분이 수용된 이후, 단 3천 평만 남아있던 것을 영암스님께서 다시 사들여 지금의 1만 8천 평 정도의 봉은사 경내지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어찌 보면 땅을 거의 전부 빼앗긴 것도 서러운 데 이젠 직·간접적인 개발피해까지 심각하게 본다는 사실입니다. 지난 70년대 말 시작된 개발 붐으로 코엑스와 아셈타워(41층, 176m), 트레이드타워(54층, 228m), 인터콘티넨탈호텔 등 사방이 고층건물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다시 봉은사를 중심으로 한 제2차 개발광풍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현대자동차부지 복합시설 사업(GBC, 105층, 569m)과 영동대로개발(지하6층, 지하 51m), 그리고, 운봉빌딩(14층, 68.78m) 건설 등이 추진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본고에서는 봉은사의 사찰환경을 심각하게 파괴하는 제2차 무분별한 개발사업에 대한 문제점과 개선방안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현대자동차부지 복합시설 사업(GBC)과 영동대로 개발사업은 봉은사뿐만이 아니라, 인근 주변지역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초고층 개발사업이자, 초대형 개발사업입니다. 그러기에 사전에 개발사업으로 인한 환경영향을 제대로 검토하여 충분한 대책을 수립한 후 시행되어야 합니다.

지금의 시점에서 봉은사 주변의 모든 개발사업을 하지말자는 것이 아니라, 제발 이제부터라도 봉은사와 지역의 특성을 살리는 개발을 추진하자는 것이고, ‘개발로 인한 악영향을 사전에 확인하고, 할려면 제대로 하자.’는 것입니다.

그 점에서 현대자동차부지 복합시설 사업(GBC)과 영동대로 개발사업은 명백하게 사업추진을 위해 심각한 주위환경에 대한 위험성을 무시하고 추진하는 개발사업입니다. 다행히 아직은 공사가 착공된 것이 아니고, 환경영향평가 과정 중에 있기에 제기되는 여러 문제점들을 해결한 후 추진되기를 기대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현대자동차부지 복합시설 사업(GBC)과 영동대로 개발사업의 문제점은 무엇이 있을까요?

기본적으로 지금 추진되고 있는 현대자동차부지 복합시설 사업(GBC)과 영동대로개발, 그리고, 운봉빌딩건설 등이 천년고찰 봉은사에 미치는 실질적인 환경영향 및 피해가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현재 진행되는 환경영향평가(環境影響評價)는 사업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사전 예방적 환경관리제도입니다. 그러기에 환경영향평가는 첫째 사업지역과 주변지역에 대한 실질적인 환경현황조사, 둘째 사업으로 인한 정확한 환경영향의 예측 및 평가, 셋째 확인된 영향을 감소시키기 위한 최적대안의 제시가 기본이 됩니다. 그런데 현대자동차부지 복합시설 사업(GBC)과 영동대로 개발사업은 모두 환경영향평가 상에 중대한 문제점과 결함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첫째, 개발만을 위한 현황조사가 진행되어 실제적인 현황조사가 미비하였고, 둘째, 주변지역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는 사전·사후환경오염(지질·지하수, 미세먼지, 소음진동, 문화 환경 등)이 명확히 증가됨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예측 및 평가가 누락되었으며, 셋째,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을 감소시키기 위한 실질적 대안(층고제한, 입지조건 변화 등)을 제외하는 등 사업추진만을 위한 형식적인 보고서로 작성하였다는 사실입니다. 그 결과 여러 미비점들이 확인되어 서울시에서도 현대자동차부지 복합시설 사업(GBC)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는 재심의하기로 결정되었습니다.

더욱 문제가 있는 것은 GBC와 영동대로 개발사업의 사업자가 달라 개별적으로 평가하고 있지만, 무엇보다 사안의 중대성과 유사성, 그리고, 인접성 측면에서 살펴볼 때, 두 사업은 동일한 사업으로 봐야 합니다. 동일한 지역, 동일한 시기에 추진하는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개별적으로 평가하다보니 환경현황과 평가가 축소되고 누락될 수가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GBC와 영동대로 사업으로 인한 환경영향과 평가를 위해서는 두 사업으로 인한 가중피해와 복합오염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기 위해서라도 통합영향평가를 실시해야 합니다.

여기에 최근에는 봉은사 동쪽 경계부에 대규모 빌딩인 운봉빌딩을 착공한다고 합니다. 봉은사에서 몇 백 미터 떨어진 곳도 문제인데, 바로 인접한 지역에 고층빌딩을 세운다는 것은 봉은사의 조망권과 일조권, 그리고, 직접적인 환경권을 침해하는 개발사업입니다. 이 점은 대법원에서도 문제점이 인정되어 층고제한 등의 조치를 취하였습니다. 그렇지만, 근원적으로 봉은사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사업허가를 내준 서울시도 문제이고, 이것은 명백히 천년고찰의 수행환경과 정체성을 파괴하는 일이라고 봅니다.

이와 같은 대규모 개발사업으로 인한 피해와 영향은 단순히 봉은사만의 문제가 아니고, 서울 강남의 환경의 질과 품격을 저하시키는 일이고, 전체 주민들의 환경오염과 피해를 악화시키는 일이기에 역사문화 환경에 대한 온전한 보존과 사회적 공익실천을 위한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됩니다.

무엇보다 봉은사는 창건 이래 서울 강남의 중심으로 역사와 문화를 만들어 왔습니다. 그런 천년의 역사성이 무시되고 있습니다. 현대화 이후에도 도심 속의 공원이자, 전통문화공간으로서 뉴욕의 센트럴 파크 이상으로 소중한 서울강남의 보물이 되었습니다. 그것은 외국수상과 많은 외국인들이 스스로 찾아오고, 코엑스 인터콘티넨탈호텔 봉은사 방향의 방값이 몇 만원 더 비싸다는 사실에서도 구체적으로 확인해 볼 수가 있습니다.

이제부터라도 천년고찰 봉은사를 GBC와 영동대로개발, 운봉빌딩 신축 등의 개발사업으로부터 제대로 보존하기 위한 대책과 대안이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첫째, 충분한 사전검증 및 협의 하에 사업을 추진하여야 하고, 둘째, 봉은사를 뉴욕의 센트럴파크처럼 서울 강남의 보물로서 특성화해야 합니다. 그 대안으로서는 원명주지스님께서 제안하시는 현재 나지인 주차장 부지를 녹지화해 강남의 부족한 생태공간을 녹지화하고, 지하공간에 주차장 및 대공연장을 설치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셋째, 영동대로 개발 시 삼성역은 현대문화공간으로, 봉은사역은 전통문화공간으로 특성화함으로서 봉은사를 과거에서 이어져 왔듯이 현재, 그리고 미래로 이어가는 전통과 문화, 그리고 생태와 문화가 살아있는 복합공간으로 하여 서울시와 봉은사가 서로 상생의 길을 가도록 해야 한다고 봅니다.

개인이건 국가이건 간에 스스로의 역사를 지켜가지 않으면 미래가 없습니다. 아무쪼록 천년고찰 봉은사(奉恩寺)가 과거 천여 년 전부터 물려받았듯이 오늘날 우리 모두의 현명한 결정으로 서울 강남의 보물로서 새롭게 태어나 자연과 문화, 그리고 역사가 함께하는 미래의 복합유산(複合遺産)으로 온전하게 남아지기를 고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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