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백년대계본부가 활동 방향을 정립하기 위해 각계 각층의 이야기를 듣고 기획회의를 개최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는 소식이다. 지난해 출범한 백년대계본부는 그간 종단과 사회의 교류와 소통을 위해 존재했던 여러 기구들을 모아 미래 한국불교를 설계하는 역할을 맡았다. 백년대계본부는 출범 후 언론인 시민단체 초청 간담회와 사부대중 워크숍을 개최하는 등 위상 설정과 방향 정립을 위해 고심하고 있다. 불교 미래를 고민하는 기구가 만들어진 것은 백년대계본부가 처음이라 활동에 앞서 위상 정립과 방향 모색에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은 당연한 모습이다. 그런데 백년대계본부를 향한 관심이 크지 않아 우려스럽다. 백년대계본부가 종단에서 자리 잡고 제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관계자들의 노력과 함께 종단 내 적극적인 지원도 병행돼야한다. 우선 백년대계본부를 법적 기구로 격상해야한다. 지금처럼 종령 기구로는 활동에 한계가 있으며 존립을 장담할 수 없다. 백년대계본부는 긴 호흡이 필요한 조직이다. 실행 부서와 달리 기획 부서는 성과가 당장 나타나지 않는다. 대중적 지지와 배려를 받지 못하면 실행 부서에 밀려 소리 없이 사라질 수 있다. 백년대계본부가 진정 한국불교와 종단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하다면 종법 기구로 격상시켜야한다. 이를 위해서는 중앙종회가 관심을 갖고 지원해야한다. 종단 집행부에 맡겨놓고 외면하면 상황 변화에 따라 백년대계본부 미래도 장담할 수 없다. 

백년대계본부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불교의 사회화가 전 종단 차원으로 확산돼야한다. 본부 내부의 화쟁위원회나 불교사회연구소 사부대중공사 등은 사회와 소통하고 국민과 함께 하는 현 집행부의 의지와 정책이 낳은 결과다. 현 집행부는 과거와 달리 국민과 교감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 왔다. 사회적 약자의 손을 부여잡고 아픔을 함께 하고 정치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펼쳐왔다. 그 결과 종단과 불교의 사회적 위상과 국민적 신뢰가 높아졌다. 그러나 우리 종단에서 사회 문제를 다루고 갈등 현장을 찾아가는 역할은 백년대계본부가 전담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직 집행부 전체로 사회 문제에 대한 관심이 확산되지 못한 것이다. 이런 현상이 계속되면 겨우 지핀 불교 사회화와 소통이 불꽃을 피우기도 전에 사그라질 수 있다. 탈종교화 파도를 극복하고 종단이 존속하기 위해서는 당대 구성원들과 함께 하는 길 밖에 없다. 백년대계본부가 다루는 사회 문제를 사부대중 모두가 고민해야하는 것이다. 

종단 안에서 긴 호흡으로 사회를 바라보고 전략을 수립할 역할을 맡은 곳은 백년대계본부가 유일하다. 사회와 국민이 물이라면 종단은 물 위에 떠 있는 배다. 백년대계본부는 키를 잡은 항해사와 같다. 백년대계본부가 한국불교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방향 정립을 위해 고심하는 백년대계본부를 남의 집 보듯 대해서는 안된다. 종단과 불교 미래를 논하는데 주인이 따로 있을 수 없다.

[불교신문3317호/2017년7월2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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