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엄사 성보박물관은 오는 9월초까지  ‘부처님의 옷을 짓다’를 주제로 가사 특별전을 연다.

통도사, 송광사 등 상설 전시
화엄사 가사불사 특별전 눈길

얼마 남지 않은 여름, 폭염과 장마가 번갈아가며 바깥나들이를 방해하는 요즘이다. 더위가 아직 가실 줄 모르지만 집에만 있다 보니 지루하고, 이 금쪽같은 시간을 그냥 흘려보내자니 안타깝다. 산도 좋고 계곡도 좋지만 여름의 끝을 조금 더 알차게 보내고 싶다면, 고품격 인문 교양의 향기를 느끼며, 신심도 일으키는 성스러운 불교 보물이 살아 숨쉬는 박물관으로 떠나보자.

통도사 성보박물관은 국내 최초 불교회화전문 박물관이다. 2016년 문화체육관광부 전시 및 교육부문 우수박물관으로 선정될 정도로 그 명성에 맞게 다량의 성보문화재를 소장하고 있다. 지하 1층 지상 3층으로 연건평 4280㎡(1295평)에 이르는 웅장한 규모에 4만여 점의 성보 문화재들이 들어서 있는데 신라 선덕여왕 15년 자장율사(慈藏律師)가 절을 지은 이래 사찰에서 보관해온 문화재가 대부분이다.

고려시대 향로인 보물 334호 은입사동제향로와 감지 금분으로 경전을 새긴 보물 757호 감지금니화엄경, 지방유형문화재 111호 천문도(天文圖) 등 보물과 지방문화재 등 200여 점을 상시전시해 언제든 성보를 직접 볼 수 있게 했다. 보물 1041호 팔상도 등 600여 점이 넘는 회화들로 불교회화전문 박물관으로서의 위용을 자랑한다. 무엇보다 높이 15m에 이르는 대형 괘불을 1년에 두 번에 걸쳐 전시할 뿐 아니라 때마다 현괘(懸掛)의식을 봉행해 대중에게 공개함으로써 예경의 의미를 되살리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 볼만하다.

지난 4월 새로 문을 연 송광사 성보박물관은 그동안 일반에 공개되지 않던 국보와 보물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다. 재개관을 맞아 조계총림 송광사가 보유한 국보 3점, 보물 12점 등 120여 점의 성보를 수장고 밖으로 꺼냈다. 고려 고종 3년(1216년) 송광사에 머물던 국사 혜심스님이 왕에게 받은 두루마리 묵서 ‘혜심고신제서’(국보 제43호), 지눌스님을 비롯해 고려 후기 송광사를 중심으로 활약한 국사 16명의 모습을 담은 ‘십육조사진영’(보물 제1043호) 등을 상시 공개한다. 송광사 불조전에 봉안됐던 53불과 도난 40년 만에 되찾은 ‘오불도’를 주제로 한 기획전시는 단순히 성보를 전시하고 보관하는 것이 아닌 지키고 정성스레 가꿔 후대에 물려줘야 함을 돌아보게 한다.

옥천사 성보박물관도 이 같은 의미에서 오는 8월31일까지 ‘우리들의 성자 무생 응진 아라한의 귀향과 염원’ 특별전을 마련했다. 1988년 도난 당했다 2016년 환수된 ‘옥천사 나한상’이 제자리로 돌아오기 전까지의 과정을 담았다. 나한은 부처님 제자 가운데 아라한과를 얻어 깨달음의 경지에 다다른 분으로 무생, 응진 등으로도 불리는데 다양한 얼굴표정과 뛰어난 색감, 섬세한 묘사가 특징이다.  

조금은 색다른 주제를 내건 성보박물관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화엄사 성보박물관은 ‘부처님의 옷을 짓다’를 주제로 가사 특별전을 펼치고 있다. 오는 9월초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는 서산대사와 벽암대사 가사를 비롯해 고려와 조선시대 등 시대별 특징을 담은 전통가사 등 20여 점을 만나 볼 수 있다. 운이 좋다면 조계종 진제종정예하를 비롯 화엄사 대중 300여 명 스님을 위한 가사를 직접 만드는 모습도 볼 수 있다. 

멀리 가기 힘들다면 서울 도심 한복판에 있는 불교중앙박물관을 찾아가보자. 개관 10주년을 맞아 열리는 특별전을 앞두고 상설전과 테마전이 한창이다. 지난 6월부터 열리고 있는 ‘범종, 진리의 울림’ 테마전은 합천 해인사 소장 동제 소종을 비롯해 통일신라, 고려, 조선, 근대 등 시대를 대표하는 범종을 한자리서 볼 수 있는 전시다. 질곡의 역사가 오롯이 새겨진 범종을 통해 불교의 역사를 만날 수 있는 기회다.

자칫 지나치기 쉽지만 찬찬히 둘러볼 만한 곳이 가득하다. 명찰을 찾아 구석구석 누비며 불교의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쉬고 있는 성보박물관 나들이를 계획해보는 것은 어떨까? 멀리 갈 필요 없다. 남은 여름을 아쉬움 없이 알차고 즐겁게 보낼 수 있는 박물관을 찾아 조금만 눈을 돌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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