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서 죽은 참새 지나치지 않고 염한 후 장례식까지
지난 17일 오후 의정부 영석고등학교(교장 정충래) 뒷산에는 색다른 장례가 봉행됐다. 학교 건물로 날아 들어왔다가 출구를 찾지 못해 죽은 참새를 지나치지 않고 사체를 거둬 뒷산에 묻어준 것이다. 이 자리에는 학생 10여 명과 교법사들이 함께 했다.
한 마리 참새의 죽음이 장례식까지 이어지게 된 계기는 한 학생의 선행 때문이었다. 2학년 김상윤 학생은 자율학습을 하러 아침 일찍 등교했다가, 학교 중앙 현관으로 들어온 새 한 마리를 봤다고 한다. 액자 위에 앉아있던 새는 출구를 찾는가 싶더니 이내 현간 유리문에 부딪혀 바닥으로 떨어졌다. 죽은 참새를 두고 잠시 고민하던 상윤 군은 “아무 땅에나 묻자니 왠지 벌 발을 것 같아 두고 갑니다. 삼가 명복을 빌어주세요” 하는 쪽지와 함께 사체를 종이에 곱게 싸서 법사실 문에 붙여놓고 교실로 돌아갔다. “엄밀히 말해서 시체를 가져다 놓은 점은 정말 죄송하다”는 사과도 잊지 않았다.
입시 준비가 한창인 고2 남학생이 죽은 참새를 지나치지 않고 고이 염을 해서 전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학생의 작은 선행에 감동한 교법사들은 상윤 학생과 점심시간에 짬을 내 참새를 학교 뒷산에 묻어줬다. 미물이지만 장례는 여법하게 진행됐다. 법당에 모여 있던 10여 명의 학생들은 참새를 묻을 땅을 함께 판 후 거불, 아미타 정근과 반야심경 봉독을 함께 하며 영가의 극락왕생을 발원했다.
김상윤 학생은 "날아가던 참새가 유리에 부딪혀 떨어지는 모습을 보고 놀라기도 했지만, 제가 수습하지 않으면 그대로 방치될 수 있다는 걱정이 앞서 참새를 돕는 게 우선이란 생각 때문에 나섰다"며 "동물 장례식을 치르는 게 처음이라 어색함도 있었지만 한 생명의 명복을 빌고, 그 죽음을 끝까지 책임졌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이학주 교법사는 “인성교육을 강조하다보니 땅에 지렁이를 보면 함부로 밟지 않고, 법당에 모기가 들어와도 죽이지 않고 내보내는 게 종립학교 아이들 정서”라며 진지하게 장례식에 참석한 학생들의 고운 심성을 칭찬했다. 또 “공부하느라 바빠 주변 돌아볼 틈도 없는 고교생이 작은 동물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은 모습을 보며 교육자로서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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