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엄마 강금순

강이경 지음·그림 김금숙/ 도토리숲

군함도 등 일제 강제동원 증언
기록한 ‘우리 엄마 강금순’

일제 권력 맞서 ‘반전시’ 엮은
‘아우여 죽지 말고 돌아와주오’

민족 수난기 다룬 책 잇달아
“중요한 것 잊지 말기를…”

일제강점기는 일본에게 나라를 빼앗긴 지난 1910년부터 해방된 1945년까지의 민족 수난기다. 우리의 국권을 강탈해 간 일본는 조선총독부를 설치한 뒤 행정, 입법, 사법 및 군대까지 손에 쥐고 다양한 방법으로 우리 민족을 탄압했다. 최근 ‘지옥의 섬’으로 불린 일본 하시마 섬에서 강제동원을 기록한 영화 ‘군함도’에서는 당시 일본의 만행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최근 잇달아 발간된 <우리 엄마 강금순>과 <아우여 죽지 말고 돌아와주오>에서도 일제강점기를 살아 온 우리 민족의 아픔과 전쟁의 참혹함을 전하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먼저 200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아동문학 부문에 당선한 김이경 작가가 쓴 <우리 엄마 강금순>은 1943년 일본 야하타 제철소에서 태어난 실제 강제동원 2세 배동록 할아버지의 실제 증언으로 기록한 책이다. 더욱이 군함도와 민족학교와 재일동포의 아픔에 대한 생생한 증언도 담겨 있어 눈길을 끈다. 이 책은 강제동원으로 일본으로 건너 간 가족의 삶을 통해 슬픈 역사를 거쳐 온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들과 재일동포들의 삶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야기 화자인 배동록 할아버지의 아버지, 어머니는 1940년과 1942년 일본으로 건너와 일본 제국주의의 상징인 야하타 제철소와 여러 곳에서 혹독한 노역에 시달렸다. 결국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일본에서 재일조선인, 재일한국인으로 살아가야만 했다.

또한 책에는 ‘강제동원’과 ‘강제징용’에 대한 설명과 우리가 쉽게 접하기 힘든 군함도 안에 있는 건물 사진과 배치도, 하시마 탄광 희생자 등의 사진자료도 함께 실려 있다. “이 책에서 ‘강제징용’이라는 용어 대신 ‘강제동원’을 썼다”는 저자에 따르면 강제징용은 입영 영장을 받고 가는 ‘징병’처럼 ‘징용장’을 받고 가는 것에 한정되는 의미가 강하다. 반대로 강제동원은 ‘징용’을 포함해 모집이나 소개, 알선 등 여러 형태로 이뤄진 동원을 모두 아우르는 의미다. 일본은 강제동원 피해를 ‘징용’에만 국한시킴으로써 강제동원 사실을 적게 만들려고 하고 있는 만큼 이러한 주장에 현혹되지 않도록 그 의미를 잘 파악해야 한다는 저자의 남다른 분석이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또한 여리고 착한 조선의 소녀와 소년이 강한 어머니와 아버지가 되고, 강제동원자의 삶을 이야기하는 강연자가 되는 과정에 이르기까지 책 속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가 중요한 것을 잊고 살지는 않았는지 돌아보게 된다.

아우여 죽지 말고 돌아와주오

손순옥 지음/ 들녘

이와 더불어 한국 일본언어문화학회장을 역임한 손순옥 중앙대 명예교수가 펴낸 <아우여 죽지 말고 돌아와주오>는 일제강점기 당시 자국의 거대 권력에 맞서 저항했던 일본 시인들의 ‘반전시’를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은 일본 문학, 그중에서 일본 시를 중점적으로 연구해온 저자가 수년간 진행해온 일본 반전시 읽기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아우여 죽지 말고 동아와주오/ 대일본의 천황은 거친 전쟁터/ 귀하신 몸 당신은 납시지 않고/ 서로가 서로에게 피를 뿌리며/ 짐승 같은 길에서 죽어라 하고/ 죽는 것을 사람의 명예라 함은/ 천황폐하의 마음 깊으시거늘/ 어찌 그리하실 수 있었으리오…”(요사노 아키코의 시 ‘아우여 죽지 말고 돌아와주오’ 중에서) 가해자인 일본의 국민인 시인들이 발표한 시가 피해자인 우리에게 선뜻 달갑게 다가올 리 없다. 하지만 저자의 비평을 따라 시를 하나하나 읽어가다 보면, 전쟁의 참화 앞에서는 어느 인간도 자유는커녕 지극히 평범한 일상의 삶마저 박탈당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총 4부로 구성된 이 책은 한국의 역사이자 일본의 역사인 동시에, 동아시아 나아가 세계의 역사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다. 1부 ‘총을 메고서’는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의 반전시를 다루고, 2부 ‘시베리아 출병’은 제1차 세계대전, 3부 ‘불꽃 튀는 전쟁’은 제2차 세계대전과 태평양전쟁, 그리고 패전과 그 이후를 다룬 4부 ‘총성은 끝나고’에서는 핵 피폭 이후 다시금 군사대국 부활을 꿈꾸는 일본 위정자들에 대해 전쟁 반대의 의지를 담은 근래의 시까지를 아우르고 있다. 저자는 “전쟁을 주도한 국가에서 전쟁을 반대했던 그들의 외침을 작금의 상황에서 되새길 필요가 있다”면서 “특히 핵전쟁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이때 핵전쟁의 피해가 어떤 것인지를 생생하게 읊어준 시를 통해 전쟁의 참화를 막아야 한다는 각오를 다져야 한다”고 의미를 전했다.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