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선비 불교를 만나다

박동춘 지음/ 이른아침

억불숭유의 조선시대. 유교와 불교는 대치하는 국면이었다. 그럼에도 유학자와 스님들의 교분과 우정은 끊이지 않았다. 세간에서 이상국가 건설을 목표로 살았던 유학자와 출세간에서 깨달음을 발원했던 스님들이 궁극에서는 통했다. 최근 출간된 <조선의 선비 불교를 만나다>는 조선시대 유가와 불교의 만남을 담백하게 담았다.

성리학이 주도하면서 신분제도가 엄격했던 조선 후기. 유학자와 승려의 가장 활발한 교유는 추사 김정희와 초의 스님이었다. 1815년 수락산 학림암에서 처음 만난 둘은 숙연(宿緣)을 짐작했다고 한다. 추사가 정치적 위기 속에 유배 길에 올랐을 때 해남 일지암에서 만나 차 한 잔을 나누며 서로의 마음을 주고받았다. 이진포 나루에서 유배지 제주로 떠나는 추사에게 급히 그린 <제주화북진도>를 건네며 배웅하기도 했다. “서로 사모하고 경애하는 도리를 잊지 않았다”고 할 만큼 추사와 초의스님의 우정은 깊었다.

이밖에도 이 책에는 다산 정약용, 동악 이안눌, 석주 권필, 월정 윤근수, 보한재 신숙주 등 조선 시대 유학자들과 스님들의 교유, 그리고 선비들이 산사에서 느낀 소회를 만날 수 있다.

60여 명이 넘는 스님과 교유했던 이안눌이 지은 ‘정상인시권(正上人詩卷) 차서경운(次西坰韻)’의 일부를 우리말로 옮기면 이렇다. “그대 산중(山中)으로 왔다가, 다시 산중으로 돌아가네, 내 본래 산중의 객(客)이었기에, 산중의 벗에게 보답함이라…산중으로 돌아갔다가 다시 온다 하더라도 끝내 그대를 저버리지 않으리.”

저자 박동춘 박사는 “유불의 교유사는 긴 역사를 이어가는 동안 끊어질 듯 이어졌다”면서 “억불의 조선시대에도 실제 학문의 지혜를 갈고 닦던 사람들의 인간미 넘치는 만남은 끊어지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유불 교유사에 자취를 남긴 이들의 문집에서 자료를 찾고 글을 완성하는 동안, 따뜻한 인간애로 맺어진 우정은 시공간을 초월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첨언했다. 제2회 화봉학술문화상과 제22회 행원학술특별상을 받은 저자는 <초의선사의 차 문화 연구>, <추사와 초의> 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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