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초 방학을 맞은 청소년과 대학생들을 위한 캠프가 잇따라 열렸다. 불자라는 이름으로 한 자리에 모여 마음을 나누고, 웃고 뛰어노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자니 얼굴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다. 동시에 젊음이 내포하는 밝음과 희망을 놓치고 있는 한국불교 현실이 떠올라 마음 한 곳이 무거워졌다.

불자감소를 말하기 전부터 초중고등학교에서 불자 찾기가 어렵다는 얘기가 심심치 않게 들려왔다. 불도라 불리는 부산의 종립학교에도 한 반에 2~3명에 불과하고, 아예 불자가 없는 경우도 있다는 한탄도 섞여있었다. 대학 캠퍼스도 예외는 아니다. 어렵사리 유지되고 있지만, 규모나 활동이 예전보다 못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간혹 젊은이들보다 중년 불자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어릴 때는 불교를 이해 못하지만 나이가 40~50이 되면 부처님 가르침이 와 닿을 때가 온다”며 지금 절을 찾아오는 불자들에게 초점을 맞춰 전법포교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어릴 때부터 불교와 인연이 전혀 없던 사람이 성인이 됐다고 해서 갑자기 불자가 되는 예는 드물다. 지금 한국불교를 지탱하는 스님과 불교학자, 재가불자들만 봐도 어린이, 중고등학생 법회를 다니면서 배웠던 부처님 가르침을 잊지 않고 실천하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젊은 포교는 중요하다.

2년 전 도심포교당을 개원한 한 스님은 어린이법회를 운영하겠다는 원력을 세웠지만, 정작 찾아오는 어린이가 없었다고 한다. 어린 불자들이 없으니 법회는 당연히 유명무실해졌다. 그러나 스님은 포기하지 않았다. 1년 안에 아이들이 절에 찾아오길 발원하며 기도하고, 공부했다. 동화구현, 심리상담, 미술치료까지 어린이들을 위한 자격증 7개를 취득했다. 노력의 결실도 얻었다. 1년가량 지나자 아이들이 사찰에 나오기 시작했다. 스님은 그간 갈고닦은 역량을 십분 발휘해 법회를 운영하고 있다. 스님 경험담을 들으며, 이정도 열정은 가져야 포교를 할 수 있구나 하고 절감했다.

어린이와 젊은 청년들을 사찰로 오게 하는 일도 마찬가지다. 2층 3층 건물 짓듯 성과가 드러나는 일이 아니기에 여유와 투자가 필요하다. 한 명이 나오건 두 명이 나오건 늘 따뜻하게 맞아주는 스님과 어른 불자들이 있어야 아이들과 청년들이 부처님 품으로 들어올 수 있다. 전법은 종단만의 일은 아니다. 스님 한 명 한 명, 불자 한 명 한 명이 사명감과 의무감을 갖고 해야 하는 일이다. 이는 곧 부처님 가르침을 실천하는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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