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7 법난과의 ‘데자뷰’

1980년 10월27일은 여전히 불자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로 남아있다. 이날 새벽 신군부는 불교계 정화라는 미명하에 ‘45계획’ 작전을 착수했다. 전국 5000여 개의 사찰이 군홧발에 짓밟혔다. 1700여 명의 스님들이 군인들에게 잡혀가 가혹행위를 당했다. 무엇보다 근거 없는  명예훼손이 비참했다. 신군부의 통제 아래 있던 언론은 1700년 한국불교의 전통을 지켜온 종단을 한낱 ‘범죄자들의 소굴’로 깔아뭉갰다.

더욱 통탄할 일은 국가권력의 불교에 대한 근현대 초유의 테러가, 알고 보면 내부자들의 소행으로 벌어졌다는 사실이다. ‘45계획’이 실행에 옮겨진 결정적 이유 가운데 하나는 당시 종단 집행부에 앙심을 품은 이들의 잇따른 비방과 음해성 투서였다. 

군부는 이를 빌미로 스님들 스스로 정화를 원한다며 침탈의 명분을 획득했다. 내부의 불만세력과 외부의 비(非)불교세력 간의 연대에 의한 종단의 분열과 혼란. 물론 단순비교는 어렵지만 발생과 진행 양상의 유사성에서 10.27법난과 작금의 현실이 겹친다는 걱정의 목소리가 많다.

10.27 법난 이후 불교인구는 급감했다. 반면 불행 중 다행으로 국가권력으로부터의 자주화 담론이 교단 안에서 본격적으로 대두됐다. 재앙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는 우려도 크다. 

조계사 부주지 원명스님은 “외부세력에 의해 불교가 안으로는 내홍과 밖으로는 사회적 위상 추락의 고통을 겪고 있다는 점에서 10.27법난 당시와 현재는 비슷한 구석이 있다”며 “우리 스스로 합심하고 소통하면서 종단을 지키고 발전시켜야 한다는 건 종도 모두가 동의하는 가치이자 출가 수행자로서 최소한의 예의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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