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이 가는 곳에 마음이 간다. 마음은 시선이 닿은 사물에 관심을 갖게 하며, 그것은 사물이나 사람, 또는 일(事)일 수도 있다. 그리고 생겨난 관심의 정도에 따라 시선에는 스치는 시선과 머무는 시선이 있다. 그것은 일상 중에 무수하게 스치는 시선에 닿아 그저 보이는 것과 시선을 머물러 관찰해 보고자 하는 것의 차이라고 할 수 있다. 관찰을 오래 해 보고 싶을 때 관심이 생긴다.

그러고 보면 사람은 누구나 관찰자이자 그 관찰의 대상인 피관찰자가 된다. 관찰자로서의 사람은 눈과 귀를 통해 들어오는 모든 보이는 것과 들리는 것에 대해 자기 주관적 견해를 더해 한 뼘도 안 되는 그 입을 통해 쉽게 말하고 판단해서 때론 큰 어리석음을 범하기도 한다. 모든 사람의 주관적 견해가 다 틀리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다 정확하고 진실하다고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것은 사람의 개인차에 있는 것이지만 승가로 출가해서 살아도 마찬가지이다. 출가자는 대부분 이 구절을 기억하고 살 것이다. <치문경훈주해> 서문에 “비불지언(非佛之言)이면 불언(不言)하고 비불지행(非佛之行)이면 불행(不行)도 역시야(亦是也)라”고 하는 이 구절. 입이 닳도록 읽고 또 읽고 외워서 부처님 제자로 살아가는 동안 언행에 있어 기본을 삼으라는 말씀이다. 그런데 그런 기억들은 어디로 실종했는지 잘못된 정보와 주관적 견해를 가지고 아주 하열한 언행을 하며 교만과 자만으로 무장한 사람, 승려의 유니폼은 왜 입었을까 싶다. “아니면 말고~”식이다. 이런 언행은 세속에서 막 사는 사람들도 표현하기 쉽지 않은 말이다.

상대방을 비방하며 “아니면 말고~”식으로 한 치 혀끝으로 내 놓는 말들로 하여 타인에게 끼치는 폐해도 크지만, 결국 그것은 상대방을 향해 겨눈 손가락과 쏟아 놓은 말들이 견고한 창이 되어 자신을 향하고 있다는 것도 알아야 할 것이다. 

요즘 승속을 막론하고 부득이한 일이 아니면 조계사 주변 지나기가 꺼려지며 그곳에 시선을 두려고 하지 않는다. 조계종 1번지라고 하는, 조계종 모든 행정과 승가 교육, 포교를 총괄하고 있는 기관이 자리한 곳이다. 종도들이 선망의 대상으로 두고 싶은 곳, 구성원들을 존경하고 싶은 곳이어야 할 터인데 아이러니컬하게도 시선부터 피하고 싶어 한다면 우리가 함께 무엇을 어떻게 변화해 가야 할 것인가 고민해야 할 것이다. 종도들의 선한 시선이 머물 수 있도록 말이다.

[불교신문3330호/2017년9월16일자] 

진명스님 논설위원·시흥 법련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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