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더 깝깝허까이

                                박성우

강원도 산골 어디서 어지간히 부렸다던 일소를

철산양반이 단단히 값을 쳐주고 사왔다

한데 사달이 났다 워워 핫따매 워워랑께,

내나 같은 말일 것 같은데

일소가 아랫녘 말을 통 알아듣지 못한다

흐미 어찌야 쓰까이, 일소는 일소대로 갑갑하고

철산양반은 철산양반대로 속이 터진다

일소를 판 원주인에게 전화를 넣어봐도

돌아오는 대답은 저번참과 똑같단다

그 소, 날래 일 잘했드래요

논밭에서 일하는 일소도 주인의 사투리를 익힙니다. 그 시골 사람이 쓰는 말을 알아듣고 그 말에 그대로 따릅니다. 그러므로 아무리 힘이 센 소라도 주인이 하는 말을 알아듣지 못하고선 모호하고 어중간하여 난처할 뿐입니다. 농부에게 일소는 자식과도 같은 존재여서 든 정이 매우 두텁습니다.   

박성우 시인은 시 ‘오래된 습관’에서 “지난 초겨울, 별다른 기별 없이/ 시골집 마당에 들어섰을 때였다// 하이고 밥 없는디 어쩐다냐,/ 노모는 멀쩡한 싱크대 수도 놔두고/ 마당 수돗가로 후다닥 나와/ 찬물로 찰찰, 쌀을 씻으셨다”라고 써서 시골 살림의 따뜻함과 정겨움을 유쾌하게 노래했습니다.시인

[불교신문3330호/2017년9월16일자] 

문태준 시인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