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에게

공광규 지음/ 실천문학사

최근 ‘제4회 신석정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공광규 시인이 남북 분단의 아픈 현실을 서정적으로 풍자한 시집 <파주에게>를 펴냈다.

1986년 월간 <동서문학>으로 등단해 현대불교문학상(2011) 등을 수상하고 현재 불교신문에서 ‘문인에세이’를 연재하고 있는 시인의 이번 시집에는 ‘파주에게’를 비롯해 ‘모텔에서 울다’ ‘자화상’ ‘흰빛을 얻다’ ‘열매는 왜 둥근가’ ‘나쁜 짓들의 목록’ 등 모두 60편의 시가 실려 있다.

“저 한심한 바보들/ 자기 국토에 수십 년 가시 철책을 두르고 있는 바보들/ 얼마나 아픈지/ 자기 허리에 가시 철책을 두르고 있어 보라지/ 이러면서 새떼들은 세계만방에 소문 내겠지/ 한반도에는 바보 정말 바보들이 모여 산다고…” 이 가운데 임진강변에서 군복무하는 아들을 면회하고 돌아오며 철새들이 날아오르는 광경에서 영감을 얻은 표제시 ‘파주에게’가 눈길을 끈다. 이 시는 파주시민들이 만드는 신문 ‘파주에서’ 창간 1주년을 기념축시로 발표한 것이다.

그는 남북관계를 해결하지 못하고 전쟁불안에 떠는 삶을 사는 남북사람 모두를 철새들의 입을 빌려 '바보들'이라고 풍자하고 있다. 이는 “현재 북핵과 사드배치로 복잡하고 불안해진 남북관계와 한반도에 사는 사람들을 ‘바보들’이라고 꼬집어 분단 상황에 관심을 더 갖고 주체적으로 해결하도록 노력해 달라”는 시인의 서정적 주문이기도 하다.

또한 시집 뒤에 해설 대신에 시인의 고향인 충남 청양에서 보낸 청소년기 체험을 시로 형상한 시인의 산문 '고향 체험과 시'가 실려 있어 저자의 시 세계와 방법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문학평론가인 유성호 한양대 교수는 “공광규 시인은 인간 존재에 대한 궁극적 긍정을 통해 평정의 미학과 현실탐색의 긴장을 결합해 노래해온 우리 시단의 수범 사례”에 속한다며 “근원 지향과 현실탐색의 결속을 통해 우리 시가 나아가야 할 한 표지를 세웠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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