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보수 이념 떠나 광폭행보 새로운 모습…제대로 계승해야

용산참사 구속 철거민 사면
이석기 전 의원 사면 ‘탄원’
쌍용차ㆍ세월호 문제부터

직영사찰 재정 전면 공개
‘승려복지 기틀’ 마련까지

대내외 과제 해결 앞장서며
‘이웃과 함께 하는 종단’ 구현


오는 10월말이면 제33·34대 조계종 총무원 집행부는 새 집행부에 업무를 인계하고 역사 속으로 들어간다. 33·34대 집행부 활동 중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단연 대사회를 향한 ‘자비나눔 실천’이다. ‘소통과 화합으로 함께하는 불교’, ‘자비와 화쟁으로 함께 하는 불교’를 기치로 내건 집행부는 사회 곳곳의 소외된 이웃과 함께 하는 행보를 보여줬다.

33대 집행부는 첫 시작부터 과거 집행부와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총무원장 자승스님은 2009년 10월말 공식 임기를 시작한 이후, 첫 번째 일정으로 용사 참사현장을 방문하며 사회적 소통을 강조했다. 2012년 용산참사와 관련해 구속된 철거민 8명에 대한 특별사면을 이명박 대통령에게 청원하기도 했다. 당시 총무원장 스님은 “용산참사 아픔을 치유하고 갈등을 해결하는데 미약하나마 마음을 내었던 종교인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참사의 책임을 온전히 철거민에게만 떠넘기는 것은 가혹하다. 이미 져야할 책임은 다했다”고 강조했다. 종단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으로 2013년 1월 구속 철거민 5명은 특별사면 됐다.

이념과 사상이 전혀 달라도 자비의 손길을 내밀었다. 내란음모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9년형을 받은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 사면을 요청하는 탄원서를 법원에 보낸 것. 탄원서를 제출한 사실을 안 보수단체들은 조계사 앞으로 몰려와 ‘국가전복세력 비호하는 종북 종교인’이라며 총무원장 스님을 비방하기도 했다. 하지만 종단은 진보와 보수라는 이분법적인 흑백논리를 떠나 종교인의 자세로 보듬었다. 이에 이석기 전 의원은 총무원장 스님에게 감사의 편지를 보냈다.

총무원장 스님을 중심으로 한 집행부는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 문제, 밀양 송전탑 문제,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립 반대와 같은 사회 문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중재에 나섰다. 국가적으로 중대한 사건인 세월호 참사 등 우리 사회 아픈 곳과 갈등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찾아가 따뜻하게 손을 잡았다.

안으로는 오랜 숙제로 남아있던 종책 과제들을 차근히 실행해 나갔다. 대표적인 사례가 승려복지제도의 전격적인 시행이다. 제도가 마련되기 전까지 종단 차원의 복지대책은 거의 전무했다. 스님들 스스로 노후를 대비하거나 문중이나 사찰에서 챙겨주는 것에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종단은 스님들이 노후에도 수행과 포교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2011년 승려복지법을 제정하고 복지 강화에 힘썼다. 현재 입원진료비와 요양비, 국민연금보험료 등을 지급하고 있다. 물론 앞으로 교구본사 차원의 보다 적극적인 참여와 안정적인 재원마련 등 과제가 산적해 있지만 가장 기본적인 복지정책의 기틀을 마련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

재정 투명화의 일환으로 종단 차원에서 시행한 재정공개도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지난 2016년부터 직영사찰 4곳에 대한 수입과 지출 등 재정자료를 홈페이지에 전면 공개했다. 불전, 법요·행사 수입, 수행·보시 등 수입과 지출을 비교적 상세히 알렸다. 종단의 이러한 움직임을 본받아 종교계 전체로 확산시켜야 한다는 목소리에도 힘을 실어 줬다.

이밖에 분담금 제도개선, 신도시 종교용지 확보, 국가법령 제ㆍ개정, 한국불교 세계화 등 불교중흥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총무원 기획실장 정문스님은 “33·34대 집행부가 이뤄낸 성과들을 차기 집행부는 잘 계승하고, 국민과 사회로부터 더욱 신뢰받는 종단을 만들어 갈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았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특히 대사회적 과제 해결에 앞장선 것은 조계종이라는 큰 공동체를 유지 발전시키려는 원력에 따른 것”이라며 “차기 집행부도 이러한 관점으로 종무행정을 여법하게 수행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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