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생명에 한 없는 자비심을 일으켜라

최근 발생한 부산 여중생들과 강릉 여고생들의 또래 폭행 사건은 공동체 정신이 희미해지고 남을 배려하지 않는 세태의 단면을 반영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입시교육 폐단 인성 강화 

공감능력 타인 배려 부족

배려 부족한 사회환경 탓

최근 부산 여중생들과 강릉 여고생들이 또래를 마구 때려 피투성이로 만든 사건이 파문이 일으키고 있다.

지난 1일 밤. 피해자인 중학교 2학년 여학생은 한 학년 위인 선배 2명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했다. 부산의 한 공장 근처의 골목에서 각종 공사 자재와 술병, 의자 등으로 처참하게 맞았다. 가해 여학생들은 피해자를 무릎 꿇려놓고 스마트폰으로 인증샷까지 찍는 등 전혀 가책을 느끼지 않았다. 더구나 피해자 여학생이 머리채를 붙들린 채 300여 미터를 끌려가는 동안 이를 제지하는 이들이 아무도 없었던 사실이 확인돼 충격을 주었다. 부산 사상경찰서는 가해자인 여학생들을 특가법상 보복 상해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전 국민을 깜짝 놀라게 한 부산 여중생 폭행사건의 충격이 채 가시도 전에 이번에는 강릉 여고생 폭행 사건이 뒤늦게 드러났다. 지난 7월 17일 여고생 5명이 여중생 1명을 경포 해변과 자취방에서 마구 폭행한 사실이 알려진 것이다. 피해자 언니는 지난 5일 SNS에 “부산 사건을 보며 동생 사건도 알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가해자들의 반성 없는 태도와 너무나 당당한 행동들을 더는 참을 수 없었다”고 공개 사유를 밝혔다. 사건을 인지한 강릉경찰서는 여고생 5명을 공동 상해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검찰에 송치했다.

부산과 강릉의 여학생 폭행사건이 세간에 알려지면서 소년법 폐지 청원이 줄을 이어 12만 명을 넘어서는 등 공분이 크게 확산되고 있다. 네티즌을 중심으로 18세 미만이라 해도 중한 범죄를 저지르면 무기징역이나 사형 등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고 있다. 그러나 엄벌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입장도 만만치 않다. 이보다는 오히려 입시위주 제도권 교육의 폐단이 불러온 ‘예견된 참사’라며 인성교육 강화로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와함께 교육계와 법조계에서는 한국사회의 공동체 붕괴와 공감 능력 감소 등을 원인으로 꼽았다. 천종호 부산가정법원 부장판사는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아이들의 인성에 큰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이것은 결국 가족 해체와 사회 공동체 해체로 인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천종호 부장판사는 “인간끼리 대결하는 구도의 게임 속에서 (청소년들이) 아픔과 슬픔을 공감할 능력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부산과 강릉의 여학생 폭행 사건은 폭력이 사라지지 않는 우리 사회의 민낯이다. 이러한 폭력은 불교의 가르침에 어긋난다. 무상(無常)과 연기(緣起)를 중시한 부처님은 자비와 평화를 누구보다 강조했다. 부처님도 사촌 데바닷타를 비롯해 여러 차례 폭력에 노출됐지만, 폭력보다는 비폭력을 선택했다. 폭력을 통해 해결책을 찾고 뜻을 관철하는 것은 불교 가르침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부산 대광명사 주지 목종스님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처벌을 강화하는 것이 불필요하다고 할 수는 없다”면서 “하지만 아직 미성년자인 가해자들에게 어떤 것이 더 귀중한 사회적 가치와 개념인지 기성세대들이 제대로 전해주지 못했다”고 어른들의 책임을 지적했다. 목종스님은 “바람직한 삶의 모습을 부처님 가르침에서 배울 수 있도록 가르쳐 줘야 한다”고 불교계 역할을 강조했다.

불교 입장에서 폭력은 폭력으로 해결 할 수 없다. 부처님 재새시 99명의 목숨을 빼앗아 손가락을 잘라 목에 걸고 다니던 앙굴리말라가 있었다. 그는 길에서 만난 부처님을 죽여 100명을 채우려고 쫓아가면서 “멈추라”고 소리쳤다. 목숨을 빼앗길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부처님은 폭력으로 맞서거나 피하지 않았다. 걸음을 멈추고는 돌아서 “(나는) 번뇌의 끄달림을 멈춘 지 오래됐는데, 그대는 여전히 멈추지 못하고 있구나”라고 답했다. 가르침을 듣고 그동안의 죄를 참회한 앙굴리말라는 부처님 제자가 됐다.

여성긴급전화 1366 경북센터장 진원스님은 “옛날에는 어울려 사는 공동체 문화가 존재했는데, 산업사회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그러한 문화가 사라졌다”며 “착한 사람이 되기보다는 나쁜 짓을 해서라도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기성세대의 그릇된 인식이 아이들까지 확산됐다”고 이번 사건의 원인을 분석했다.

공동체 정신이 희미해지면서 마을 사람들이 함께 했던 양육문화가 사라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문제가 있는 아이들은 단순히 보호관찰 대상으로 전락했고, 근원적인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관찰보다는 치유가 필요한 사실을 잊고 있는 것이다. 진원스님은 “불교는 모든 생명이 평등하다는 생명존중 사상과 남을 배려하는 자비심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면서 “사찰이나 청소년 템플스테이에서 아이들의 심리 상담이 이뤄질 수 있도록 자격을 갖춘 스님과 지도자를 양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 경전에서

살아 있는 것들에게 폭력을 쓰지 말라. 살아 있는 것들을 괴롭히지 말라. … 남을 속여서는 안 된다. 또 남을 멸시해서도 안 된다. 남을 괴롭히거나 고통을 주어서는 더욱 안 된다. 어머니가 외아들을 보호하듯 살아 있는 이 모든 생명체에 한 없는 연민(자비심)을 일으켜야 한다. <숫타니파타>

사람은 노여워하지 않음으로써 노여움을 극복하고, 선행에 의하여 악행을, 베풂으로써 인색함을, 진실로써 거짓을 극복해야 한다. <법구경>

남에게 고통을 줌으로써 자신의 행복을 구하는 자는 미움의 사슬에 얽매어서 미움에서 벗어날 수 없다. <법구경>

폭력 행사에 쓰이는 도구를 만들거나 쌓아두면 안 된다. 그러한 도구로 스스로, 또는 남에게 시켜서 폭력적 살상행위를 하도록 하거나 방편으로 살상행위를 하면 대죄(大罪)를 범하는 것이다. <범망경>

힘이 세거나 약한 어떠한 생명에게도 폭력을 쓰지 않고, 죽이거나 죽이도록 하지 않는 사람, 그를 나는 바라문이라 부른다. 적의를 품은 자들과 함께 있으면서도 그들에게 대적하는 마음이 없고, 폭력을 휘두르는 자와 함께 있으면서도 마음이 온화하며, 집착하는 자들과 같이 있으면서도 집착하지 않는 사람, 그를 나는 바라문이라 부른다. <숫타니파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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