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초(草)

                                정진규

이른 아침 새로 뜬 눈으로
날마다 나무 초록 풀 초록
실컷 바라보는 게 유익하다 

마음을 위해서도 그렇다
생가에 내려와 십 년,
사무치도록 그걸 했더니
어머니도 다녀가셨다 

세상에 다친 눈이 많이 좋아졌다

대단하시다 또한 나는 봄철 나물을 철마다 생으로 받아먹는 염치없는 사람이다 파아랗다 그가 다듬고 있는 나물 손, 손톱 밑이 초록이다

나무의 초록빛과 풀의 초록빛이 사람의 생명을 살립니다. 마음에도 몸에도 이익이 있습니다. 모진 세상에 나갔다 다치고 온 심안(心眼)도 낫게 합니다. 시인은 처음 태어난 집으로 되돌아온 지가 십 년이 되었다고 했는데 시인에게 생가는 바로 초록빛의 생정(生庭)이었을 것입니다. 초록빛의 나물을 다듬는, 손톱 밑이 초록으로 물든 사람이 지은 한 끼의 밥을 함께 먹고 싶습니다. 

정진규 시인은 시 ‘초록 도둑떼들’에서 초록의 새순을 “생명의 점자(點子)”요, “눈엽(嫩葉) 화살”이요, “명적(鳴鏑)”이라고도 표현했습니다. 점자는 타악기요, 눈엽은 새로 나온 연한 어린잎이요, 명적은 우는 화살이니 빼어난 시구라고 하겠습니다. 

[불교신문3332호/2017년9월23일자] 

문태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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