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호 1번 설정스님(가운데)이 제35대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26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서 종책설명회·기자회견 개최

청정수행 가풍 확고히 해
종단의 안정적 변화 이끌고
대중공의에 기초한 종단쇄신
교구 활성화 승가복지 강화
문화재정책 획기적 변화 예고

제35대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기호1번 설정스님이 한국불교와 종단 발전을 위한 새로운 로드맵을 제시했다. 설정스님은 26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2층 국제회의장에서 차기 집행부를 이끌어갈 주요 종책을 발표하고, 출마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날 설정스님은 출마의 변을 통해 “지난 1998년 중앙종회의장을 끝으로 종단 소임을 떠나 오로지 선원에서 정진해 온 저는 오늘 무거운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세계는 과학기술 발달로 물질문명은 고도화되고 있지만 부의 편중으로 심각한 양극화 현상을 맞이하고 있고, 우리사회 또한 남북갈등과 장기적인 경제침체 등으로 국민들 삶이 녹녹치 못한 것이 현실”이라며 “조계종의 현실 또한 불교중흥의 시대를 열 것인지, 불자감소라는 쇠락의 추세에 이끌려 갈 것인지를 가늠하는 선택의 기로위에 놓여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특히 신심과 원력, 공심의 자세로 ‘하심(下心)하는 승가상’ 확립에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했다. 설정스님은 “신심은 수행자로서의 신앙심이고, 원력은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인지를 가늠하는 수행자의 목적의식이며, 공심은 대중과 사찰, 종단을 섬기는 마음”이라며 “이런 근기를 바탕으로 청정 수행 가풍을 확고히 하고 종단의 안정적인 변화를 이끌어갈 것”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한국불교 미래가 달린 교구를 활성화시키고, 대중공의에 기초한 지속적인 종단 쇄신, 내실 있는 승가 교육체계 확립 및 시대에 맞는 포교시스템을 정비할 것을 약속했다. 또 백년대계인 승가복지를 체계화하는 구체적인 방안을 통해 스님들이 깨우침에 일로매진 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을 역설했다.

이날 설정스님은 “전통사찰을 비롯한 문화재 보존을 시혜(施惠)의 대상으로 여겨온 국가 정책 역시 획기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설정스님은 “전통문화 계승 종단으로서 자립(自立)과 자생(自生)의 굳건한 마음가짐으로 불교 위상을 재정립하고 보다 당당한 대 정부 관계를 확립할 것”이라며 “지속적인 이타행과 한국불교 세계화에 적극 나섬으로써 종도에게는 자긍심을, 국민과 사회 나아가 국제 사회로부터 존경과 신뢰를 이끌어 낼 것”을 천명했다.

끝으로 “지금 종단이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지만 1700년 불교역사가 보여주듯 현명하고 슬기롭게 이겨낼 것”이라며 “비우고 다시 채우겠다. 희망을 나누는 도반으로서 사부대중과 함께 새로운 한국불교를 열어가겠다”고 밝혔다.

이날 출마 기자회견에는 중앙종회의장 원행스님, 불교광장 내 4개 종책모임인 화엄회장 금곡스님, 법화회장 범해스님, 금강회장 등운스님, 무량회장 자현스님(이상 중앙종회의원), 전 중앙종회의장 성문스님, 전 교육원장 일면스님, 전 포교원장 지원스님, 월정사 부주지 원행스님, 전 총무원 총무부장 정만스님 등 종단 내 원로 및 중진 스님 50여 명이 함께 했다.

‘신심(信心)·원력(願力)·공심(公心) 새로운 한국불교, 교구에서 시작됩니다’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설정스님은 “한국불교와 종단을 위해 원력을 세우고 신심을 다해 공심으로 매진할 것”을 다짐했다.

이날 설정스님은 향후 4년 동안 한국불교 이끌어갈 청사진으로 종단 운영에 필요한 10가지 기조와 이를 뒷받침 하는 60대 과제를 제시했다. 주요 종책 발표는 선거대책위원회 종책 본부장 금곡스님과 종책 부본부장 일감스님이 진행했다.

한국불교와 종단 운영 중심이 될 10대 기조는 △수행가풍과 승풍 진작 △교구중심제 강화 △대중공사에 기초한 종단 쇄신 △종무행정 시스템 개선 및 종단재정 안정화 △불교·전통문화에 대한 획기적 국가정책 수립 △승려복지시스템 확대 및 내실화 △승가교육 체계화 및 전문인재 양성 △포교정책의 다각화·내실화 △한국불교의 세계화 △종단의 사회적 역량 강화 및 대국민 신뢰 제고이다.

그 첫 번째 기조로 꼽은 수행가풍과 승풍진작을 위해 총림 및 본사 단위의 수행결사를 통한 수행가풍을 선양하고 평생수행지원제도 실시 등을 주요 종책으로 내세웠다. 스님들이 노후에 대한 걱정 없이 수행에 전념할 수 있도록 ‘승려복지시스템 확대 및 내실화’를 최우선 종책 과제로 선정해 승가공동체를 구현한다는 방침이다.

불교·전통문화에 대한 획기적인 국가정책의 수립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주요 공원에 편입된 ‘사찰 토지’ 정부 보상 추진 및 문화재관람료 문제를 해결하고, 문화재 보호 및 유지 관리를 위한 제도개선, 불교 및 전통문화 지원에 관한 국가 예산 비율 제고, 전통사찰 미등기 건축물 양성화 및 이행강제금 면제, 템플스테이 활성화 지원 및 불교문화콘텐츠 산업 진흥을 대표적인 과제로 꼽았다.

종단의 사회적 역량 강화를 통해 대국민 신뢰 제고에도 힘쓴다. 이를 위해 한반도 통일시대 로드맵 구성, (가칭)미래불교원 설립, 불교시민사회 지원방안 마련, 차별금지법 제정 추진, 불교포럼 분야별 확대 등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이날 설정스님의 출마 기자회견에는 중앙종회의장 원행스님, 불교광장 내 4개 종책모임인 화엄회장 금곡스님, 법화회장 범해스님, 금강회장 등운스님, 무량회장 자현스님(이상 중앙종회의원), 전 중앙종회의장 성문스님, 전 교육원장 일면스님, 전 포교원장 지원스님, 월정사 부주지 원행스님, 전 총무원 총무부장 정만스님 등 종단 내 원로 및 중진 스님 50여 명이 함께 했다.  

설정스님은 출마 기자회견에 앞서 조계사 대웅전에서 부처님께 삼배의 예를 올렸다.

다음은 설정스님과의 주요 질의응답을 정리한 것이다.

-임기 4년은 길다 면 길고 짧으면 짧을 수 있다고 본다. 가장 우선적으로 추진하고 싶은 기조와 사업은.

=가장 중요한 것은 승단의 내실화다. 수행가풍 진작으로 스님으로서 그 역할을 확실히 할 수 있도록 하겠다. 여기서부터 모든 전법과 포교가 시작된다. 두 번째로 교구본사 중심제로 모든 것을 추진해 나가겠다. 교구는 한국불교 근간이다. 교육과 수행, 포교가 활성화 됐을 때 한국불교를 확장시키고 활성화할 수 있다. 또 스님들이 출가해 입적할 때까지 안심하고 절에와서 수행정진 할 수 있도록 승려복지 활성화에 힘쓰겠다.

-총무원장이 되면 대정부 기조 원칙과 운영 방향에 대해 말씀해 달라.

=(불교가) 문화재 주최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문화재 보수나 관리 면에서 상당히 정부의 시혜적인 입장에서 운영 유지 되어 왔다. 동등한 입장에서 확실한 관계를 정립해 가겠다. 능동적인 입장으로 전환해 나가겠다.

-비구니부 신설과 특별교구 설립 추진을 종책으로 내세웠는데, 이에 대한 배경.

=한국불교에서 비구니 스님들의 역할은 대단하다. (비구니 스님들 덕분에) 복지와 교육 분야 등에서 괄목할 만한 발전을 이뤘다. 교육과 포교, 복지라고 하는 두 축을 끌고 오는데 대단한 역할을 했다. 숫자가 많은 만큼 그분들의 의견을 집약 반영하고 실천하는 부서를 만들어 유기적인 관계를 현실화 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

-비구니 스님들의 목소리를 듣는 정도가 아니라 비구니 스님들의 위상 강화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과 함께 종단 안팎의 잡음이 많은데 이 부분에 대한 의견 듣고 싶다. 
=종단 총무원 부장 소임을 비구니 스님들이 하고 있고, 이를 더욱 확대시키는 부분은 비구니 중진 스님들과 충분히 논의하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종단은 율장에 근거한 원칙이 있고, 종법이 있다. 종단은 종법에 근거해 질서가 유지되고 있다. 대화합의 차원에서 충분한 대화를 할 의향도 있다. 불교는 정신혁명의 종교다. 우리가 정신혁명을 한 번 해서 화합대중 전체가 한 번 불교를 새롭게 하고 변화시키겠다는 의지를 갖고 접근한다면 불가능은 없다. 그러나 조그만 이익에 집착해 종헌종법을 훼손하고 이교도들과 종단 모순을 성토하고 비판하는 일은 종단 자체를 훼손하는 일이다.

-총무원이 만만한 곳이 아니다. 출마를 결심했을 때 수덕사 내부에서 만류하는 분이 적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총무원장 출마를 결심하게 된 가장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총무원장이 됐을 때 이것만은 꼭 바꾸고 싶은 한 가지를 꼽는다면.

=60여 년을 승단에 와서 살았다. 춥고 배고프고 힘들 때 선배들이 정화를 시작했다. 정화라는 지고지순한 정신을 순수하게 받아들이며 살았던 세대다. 

그런데 근자에 와서 정화정신이 흐릿해 지고 말살되고 있다. 청정가풍이 승가에 없어지고 승가 본연의 질서가 무너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편안을 생각하면 여기 와야 할 이유가 없다. 많은 수좌 스님들로부터 왜 거기 가려고 하느냐고 많은 이야기가 있었다.

하지만 반면 수많은 사람들이 이 어려운 시기를 당신이 나와 한 번 쯤은 정돈해 줘야 하지 않겠냐고 건의와 질책도 받았다. 제 안일이나 편안함을 생각한다면 여기 올 이유가 없다. 부처님 가피 속에서 살았고 부처님 은혜를 갚는다는 심정으로 이 자리에 나왔다. 종단 발전을 위해 몸과 마음을 바쳐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자리에 선 이유다.

-정화 정신 흐려졌다. 승가 본연의 질서 무너진다. 어떤 점에서 이런 문제의식을 갖게 되셨나.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승가는 화합이다. 자리이타가 근본정신이다. 자리를 위해서는 끝없는 정신의 연속 이어야 하고, 피나는 정신이 필요하다. 법당에서는 염불소리가 그치지 않아야 한다. 기도와 염불, 주력과 간경이 그치지 않아야 한다. 선승은 진실로 앉아서 화두참구에 전념해야 한다. 이것이 안 되면 승가 본연의 질서가 무너지고 깨진 것이다. 그렇다고 지금 (이런 것들이) 안 되고 있다는 것은 아니다. 저는 일이 우선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정진이 우선이다. 정진이 안 되면 일꾼일 뿐이지 수도자가 아니다. 수도인은 정진하고 청정하고 여법한 모습으로 부처님 가르침 그대로 살아야 한다. 그것이 여법한 모습이다.

절에 들어와 머리 깎으면 공인이다. ‘나’라는 것을 버리고 불교를 위해 중생을 위해 사는 것이 공인으로서의 삶이다. 한국불교가 갈등을 겪는 것은 공심의 결여에서 오는 것이 많다. 회복하는 길은 정진뿐이다. 열심히 기도하고 주력하고 간경하고 포교하고 정진하면 문제를 해결되는데 이런 것을 않는데서 갈등이 있다. 종단을 이렇게 만드는데 모든 것을 바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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