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가탄신일의 공식명칭이 ‘부처님오신날’로 변경됐다. 정부는 지난 10일 국무회의에서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 일부를 개정하며 이같이 결정했다. 이로써 1975년 1월 대통령령에 따라 공휴일로 지정된 이후 42년 만에 불교계 요구대로 명칭이 제자리를 찾았다. 

우리 종단은 다른 종단들과 함께 석가탄신일을 부처님오신날로 바꿀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한글화 추세에도 맞을 뿐만 아니라 부처님 오신 뜻을 정확하게 표현하는 명칭이기 때문이다. 부처님오신날로 공식 명칭이 확정되면서 부처님오신날 공휴일과 관련된 오랜 논란은 이제 종지부를 찍게 됐다. 

‘부처님오신날’ 공휴일 지정과 명칭에는 가슴 아픈 불교 현대사가 녹아있다. 기독교 성탄절 공휴일은 1949년 정부 수립 직후 곧바로 지정됐지만 부처님오신날 공휴일은 1960년대 통합종단에서 줄기차게 주장해서 어렵게 관철했다. 이승만 정부는 기독교인이 전체 인구의 1%도 안 될 정도로 적은데도 자신이 믿는 종교라는 이유로 일찌감치 공휴일로 지정했다. 대부분의 국민이 불교신자였는데도 불구하고 부처님오신날 공휴일 지정은 20년이나 지난 뒤에 이루어졌던 점과 비교하면 아주 심각한 종교차별이다. 그마저도 불교신문이 앞장서고 종단이 적극 나서 소송을 제기하고 법정 투쟁을 감행한 끝에 얻어낸 결과였다. 이처럼 부처님오신날 공휴일에는 기독교 편향 정책을 편 정부와 그 난관을 극복하고 권리를 찾아낸 종단과 스님 불자들의 노력이 숨어있다. 

이번 부처님오신날 명칭 변경 역시 오랜 권리 찾기 끝에 얻어낸 성과다. 종단과 불자들은 오래 전부터 ‘석가탄신일’이 부처님 오신 뜻을 정확하게 드러내지 못하고 폄하하는 뜻이 숨어있어 명칭변경을 요구했지만 정부는 늘 말도 안되는 이유를 갖다대며 변경을 거부했다. 정부는 명칭 변경에 따른 비용, 성탄절 명칭과의 형평성을 거론하더니 급기야 ‘일’로 끝나는 공휴일과 ‘날’로 끝나는 공휴일이 구분된다는 궤변까지 동원해가면서 거부했었다. 그러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개정을 약속하면서 이번에 명칭 변경이 이루어졌다. 정부는 부처님오신날로 명칭을 변경하면서 “법령 용어를 한글화하고, 불교계 등에서 부처님오신날로 사용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해 명칭을 변경했다”고 밝혔다. 늦었지만 정부의 전향적 조처를 불자들과 함께 감사와 더불어 환영을 표한다. 

부처님오신날 명칭 변경은 부처님 오신 뜻이 성인을 배출한 한 가문의 영광이 아니라 사람이 진정 행복하고 사람답게 사는 길을 보여주는데 있음을 분명하게 하는 의미도 있다. 욕망에 눈이 멀어 고통 속에 헤매는 인간이 본래 부처였음을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몸소 보여주셨으니 이제 우리도 부처로 행동하면 된다는 것이 ‘부처님오신날’에 담긴 진정한 뜻이다. 부처님오신날 명칭 변경이 빛나려면 우리 불자들이 그 뜻을 분명하게 알고 제대로 실천해야한다. 

[불교신문3336호/2017년10월1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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