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무원장 당선의 배경과 의의

득표율 73.4%. 가뿐한 승리였다. 과반을 훌쩍 넘은 여유로운 당선에선 여러 함의를 읽을 수 있다. 설정스님 개인에 대한 존경심 그리고 집요하게 괴롭혀온 이른바 ‘적폐청산’ 세력으로부터 종단을 지켜야 한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궁극적으로는 안정과 화합에 대한 목마름. 33·34대 집행부에서 어렵게 일궈낸 지속가능한 발전의 기반을 헛되이 무너뜨려선 안 된다는 책임감에, 대중이 결속했다는 시각이다.

설정스님 개인에 대한 존경심...
외부세력으로부터 종단 지키자...
종단의 지속가능한 발전 기반 구축
‘3박자’ 조화

설정스님은 이미 공인된 ‘큰스님’이다. 1994년 종단개혁 이후 중앙종회의장으로 재직하며 개혁입법을 진두지휘했다. 공직에서 물러난 이후엔 덕숭총림 수덕사 방장으로서 모범적인 승가공동체를 완성했다. 행장이 재조명되면서 살아온 길이 얼마나 올곧고 담박했는지 새삼 드러났다. 

다들 몸으로 보여 온 공심(公心)에 반했다. 설정스님 선거대책본부에 지도위원으로 참여한 원택스님(백련불교문화재단 이사장)은 “이사(理事)에 능통한 검증된 어른으로서 과연 종단을 위한 헌신이란 게 무엇인지 분명하게 보여주리라 확신한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설정스님은 역대 최악의 금권 및 비방선거를 극복해냈다는 평을 듣는다. 삼류 정치판 뺨칠 무자비한 신상 털기가 난무했다. 대세에 균열이라도 낼 요량에 징계승과 이교도들은 사력을 다 했다. ‘돈이면 다 된다’는 흑심도 부처님도량 곳곳에 뿌려졌다. 조계사 앞에서 보신각에서, 종헌종법은 철저히 무시됐다. 

‘해종언론’의 야료(惹鬧)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그래서 “반드시 이기고야 말겠다는 집착으로 무리하게 짜낸 방법이 도리어 자충수가 됐다”는 어느 유권자의 지적은 정곡을 찌른다. 한편으론 ‘구태’의 비약적인 업그레이드로 인해, 선거제를 아예 없애자는 여론이 비등할 것으로 보인다.

제35대 조계종 총무원장으로 일하게 될 설정스님은 당선 기자회견에서 “불교와 종단 중흥의 결실과 노고는 실로 크다”며 현 총무원장 자승스님의 8년에 박수를 보냈다. 교구중심제, 대중공사에 기초한 종단 쇄신, 승려복지제도 등 기존의 과업을 온전히 계승해 살을 붙이고 열매를 틔우겠다는 다짐이다. 

신규탁 연세대 철학과 교수는 “종단의 현실을 개선해나갈 최적의 인물인 만큼 종도 전체의 지지와 승복이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설정스님이 서원한 ‘존경받는 불교’는 결국 스님을 존경하는 불교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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