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면 편하고 행복해지는 것들

덕문스님 지음/ 불교신문사

율학승가대학원장 맡으며
계율 연구, 강의하는 율사

불교신문에 2년간 연재한
원고 모아 책으로 선보여

“계율 어디에도 누군가를
어렵게 하는 내용이 없다“

“계율은 누구를 구속하거나 어렵게 하기 위해 제정된 것이 아니며 계율 어디에도 그런 내용은 없다. 오직 필요한 사람이 간절히 구하고 소중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데 그 목적이 있는 것이다.”

조계종 단일계단 교수사 갈마사, 사미계 수계교육 유나, 계단위원회 계단위원을 맡으며 종단의 대표적인 율사로 꼽히는 영축총림 통도사 영축율학승가대학원장 덕문스님이 부처님 계율의 본질과 현대적 의미를 재조명한 책 <알면 편하고 행복해지는 것들>을 펴냈다. 이는 덕문스님이 지난 2015년부터 2년 동안 불교신문에 ‘계율이야기’란 제목으로 연재한 원고를 책으로 엮은 것이다.

“수행자가 계율을 지키지 않으면 도(道)를 이룰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승가에서 계율은 기본 중에 기본이다. 이러한 계율을 총망라한 율장에는 비구 250계목과 비구니 348계목의 ‘하지 말라’는 조항에 담겨 있다. 스스로 한계를 극복하고 지혜로운 안목으로 세상을 보는데 계율을 활용해본 경험이 없는 수행자는 이를 불편한 존재로 느낄 수밖에 없다.

영축총림 통도사 영축율학승가대학원장 덕문스님이 부처님 계율의 진정한 의미를 현대적으로 조명한 책 <알면 편하고 행복해지는 것들>을 최근 출간했다. 사진은 조계종 사미·사미니계 수계교육에 입교한 행자들이 삼보일배를 하고 있는 모습.

그러나 덕문스님은 이 책에서 “계율의 그 어디에도 누군가를 속박하고 자유롭지 못하도록 마련된 계목은 없다”고 단언한다. 오히려 율장의 바라제목차에는 ‘7멸쟁법’을 통해 적극적으로 조정을 시도해 화해를 이끄는 승가 분쟁해결방법도 제시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좀 더 수행에 전념하기 위해 성취한 깨달음을 전해줄 수 있는 좋은 여건을 마련해 주기 위해, 승가를 비난하고 승가에 등 돌리며 떠나가는 인연을 줄이기 위해 세심하게 고민한 흔적이 바로 율장”이라며 “율장을 공부하는 대부분의 스님들은 그 가운데서 부처님의 무한한 자비를 느꼈을 것”이라고 말한다.

때문에 덕문스님은 “조계종의 경우 소의율장인 <사분율장>을 꼼꼼히 살펴본 스님들이 전체의 10% 미만”이라고 지적하고 스님들에 대한 계율공부가 선택이 아닌 필수로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방법으로 구족계를 수계하고 최소 5년은 계율을 공부해야만 각종 범계나 대중생활에서 발생하는 제반문제에 대해 여법하게 갈마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수 있다고 전했다. 더불어 종단에서 시행하고 있는 결계와 포살에 대한 종법도 보완해 청정승가의 기본조건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가운데 청정합니까?”라고 세 번 묻는 송계법사의 질문에 청정함을 확인하고 이를 승가의 자긍심으로 느끼며 정진할 때 승보로서의 소중함을 잃지 않는 다는 것이다. 불자들 역시 불교대학 등을 통해 재가계율공부가 알차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처럼 이 책은 계율에 관한 모든 이론과 해설은 물론 구체적인 계목에 대한 정확한 설명과 현대사회에 걸 맞는 사례도 곁들여 독자들의 이해를 높여준다. 예를 들어 고기섭취의 경우 <사분율장>에서 ‘자신을 위해서 죽인다는 것을 보았거나 들은 것, 또는 의심되는 것’을 먹지 말도록 했으며 사람고기, 말고기, 개고기, 코끼리고기 등의 다섯 가지 고기도 먹지 못하도록 금했다. 이밖에도 탁발을 할 때 고기 등에 들어간 좋은 음식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고 했으나 탁발을 통해 인연 맺은 음식은 고기나 생선 등이 들어있어도 먹을 수 있도록 허용했다.

오신채의 경우도 비구니 계목에 마늘을 먹지 말라는 계목이 나오는데, 계목의 연기부분을 보면 마늘에 문제가 있어서 금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신심 있는 불자가 비구니 스님들에게 1인당 다섯 뿌리의 마늘을 가져가도 좋다고 했는데, 너무 많은 마늘을 뽑아서 농사를 망치는 일이 생겼다. 이 사실을 부처님께 알려서 계목이 제정되게 된다. <범망경> 보살계에서 오신채를 금한 모습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능엄경>에서는 오신채를 생으로 먹으면 성내는 마음이 일어나고 익혀서 먹으면 음욕심이 치성해진다고 한 내용이 있으나 율장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덕문스님은 “여전히 이 시대에도 부처님의 계율정신으로 법륜이 쉼 없이 구르는데 소중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중요성을 절감하게 됐다”면서 “이 글들은 부처님의 계율정신에 쉽게 접근해 계율에 대한 오해를 풀어내고, 올바른 승가공동체 운영을 위해 필요한 내용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데 조그마한 역할이라도 했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 쓴 결과물”이라고 소회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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