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하이주민단체협의회 중심 지역사찰, 재가단체도 동참

반갑다 연우야는 다문화가정, 이주민을 위한 독감 예방접종을 해줬다.

옛날 12색 크레파스에 꼭 포함돼 있던 색깔이 ‘살색’이었다. 우리나라 사람 피부색과 비슷해 ‘살색’이라 불렸다가 인종차별이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지금은 ‘살구색’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국사책에서 빠지지 않고 나온 ‘단일민족’이란 말도 이제 잘 쓰지 않는다. 수차례 외침으로 전쟁을 겪으면서 사실상 불가능했을 순수혈통의 강조는 민족성을 고취시키는 동시에 배타성을 부추겼기 때문이다. 다문화시대가 가져온 변화라 하겠다. 

법무부가 지난 8월 발표한 ‘출입국 외국인정책 통계월보’에 따르면 국내체류 중인 외국인이 200만 명을 넘어섰다. 이 중 결혼이주여성은 15만 명, 유학생은 10만 명에 달한다. 이주민 200만 시대, 불교계 역할을 조망했다.

지난 20일 서울 적십자병원 로비에는 엄마 아빠 손을 잡고 독감주사를 맞으러 오는 가족들이 유독 많다. 불교의료봉사단 반갑다 연우야(단장 황채운)가 매년 이맘때면 벌이는 다문화가정 및 해외 이주민들을 위한 독감백신 나눔 캠페인 소식을 듣고 함께 온 가족들이다. 지난 19일부터 21일까지 3일간 진행된 캠페인에는 300여 명이 독감주사를 맞고 돌아갔다. 

반갑다연우야 봉사자 이현정(55, 법연심)씨는 “화성, 평택에서 이주노동자 다문화가정 의료봉사를 해보면 돈도 돈이지만 말이 안 통해 아파도 병원에 못가는 경우가 많다”며 “우리의 작은 손길이 이들의 타지생활을 따뜻하게 해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했다.

이주민과 다문화가정을 위한 불교계 활동은 생각보다 다양하다. 마하이주민지원단체협의회 소속 18개 단체를 중심이 돼 이주노동자 단체를 지원하는 것부터, 한국어교실이나 상담실은 운영하거나 결혼이주여성 쉼터, 다문화가정 지원 사업을 펼친다. 정호스님은 10여 년 전부터 오산 행복한이주민센터를 통해 이주노동자 노동상담과 한국어교실, 다문화가정 지원사업을 꾸준히 벌이고 있다. 

진오스님이 운영하는 구미 꿈을 이루는 사람들은 상담센터 외에 외국인쉼터, 가정폭력피해 이주여성 보호시설 등을 설립해 이주노동자와 결혼이주여성을 보살핀다. 도제스님이 운영하는 광주 아시아밝음공동체는 다문화가족을 위한 이주민전래동화책을 발간하고, 결혼이주여성, 이주노동자, 외국유학생들에게는 한글을 가르쳐주는 일을 한다. 세계 여러 나라 문화를 배우고 음식을 만들어먹어 보는 ‘세계문화수업’은 지역주민에게 각광을 받고 있다.

지역 사찰이나 재가단체에서도 나서고 있다. 강화 전등사 인연지기, 전주 참좋은 우리절 ‘착한벗들’과 양산 불광사, 사단법인 부천이주민센터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다문화가정 어린이들에게 장학금을 주거나, 한글을 가르쳐주고, 결혼이주여성이 고향을 방문할 수 있게 도와주기도 한다. 

화성 용주사는 2006년부터 11년 째 꾸준하게 이주민을 대상으로 한글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화성은 농촌지대가 넓게 형성돼 있고, 중소형 공장이 다수 밀집돼 있어 이주여성과 이주노동자들이 적지 않다. 이에 이들을 대상으로 매주 일요일마다 한글교실을 열어 한글과 한국전통문화를 전한다.

대한불교청년회 경기지구에서도 산하 사단법인 아이길벗(대표 송진용)을 통해 한글다문화교실을 2012년부터 운영 중이다. 지난 14일에는 다문화가정 40여 명을 초청해 경주 불국사와 석굴암, 분황사 일대에서 문화답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가장 가고 싶었던 여행지”로 꼽는 경주 여행을 통해 가족간 우애를 돈독히 하고, 불교문화를 체험할 기회를 제공한 것. 

자녀와 한국인 부인과 함께 참석한 중국인 이 모(36)씨는 “한국에 와 살면서 가족간 여행이 좀처럼 쉽지 않다. 비용도 많이 든다”며 “길벗 다문화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옛날에 어머니와 절에 가던 기억을 났다. 좋은 기회를 만들어줘 감사하다”고 말했다.

군포 정각사가 베트남 이주민을 대상으로 진행한 사찰순례.

이밖에도 이주노동자 단체를 직접 지원하기도 한다. 김포마하이주민지원센터는 방글라데시 공동체를, 탄경스님은 ‘젊은부처들’를 설립해 네팔공동체를 돕는다. 일부 사찰에서는 이주노동자 고국의 스님들이 한국에 방문할 수 있도록 비자발급에 도움을 주기도 한다.

이처럼 지역 사찰에서도 이주노동자와 결혼이주여성, 다문화 가정 아이들을 위해 저마다 활동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타종교에 비하면 숫자적으로도 턱없이 부족하다. 전국 시군구 단위 다문화가족지원센터 대다수는 개신교가 위탁운영 중이다. 또 전국적인 활동이 한 곳으로 집중되지 못하고 있다. 마주협이 있지만 예산이나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보니 종책 개발이나 활성화를 주도할거라 기대하기 어렵다. 뿐만 아니라 종단 구성원이 이주민 다문화가정을 위해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현황파악도 어려운 현실이다. 그러다보니 시너지효과를 일으키지 못한다는 한계를 안고 있다.

불교계가 관심 가져야 할 이주민 포교는 크게 두 갈래로 볼 수 있다. 5~10년가량 한국에서 일을 하고 돌아가는 이주노동자와 한국에서 삶을 꾸려갈 결혼이주여성이 그 대상이다. 우선 이주노동자 상당수는 고등교육을 마치고 온 사람들이다. 돌아가서도 지역 사회에서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만큼 한국불교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

결혼이주여성은 범위가 이주여성 뿐만 아니라 중도입국 자녀 등 다문화 2세로 정책이 확대돼야 한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1911만 가구 중 다문화 가구는 30만 가구로 1.6%를 차지하며, 가구원은 89만 명으로 총 인구의 1.7%에 달한다. 가구구성별로 보면 내국인과 결혼이민자 가구가 11만 가구로 가장 많다. 다문화가구 증가는 고스란히 학교교육현장에 반영됐다. 

교육부가 지난 8월 발표한 교육기본통계를 보면, 현재 초중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다문화 학생 수는 10만9387명으로 지난해에 비해 10.3%가량인 1만201명 늘어났다. 이 가운데 초등학생이 8만2733명으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한다. 특히 초등학생은 5년 새 5만 명가량이 늘어나 빠른 증가추세를 보인다.

학교에 입학했지만 유감스럽게도 다문화가정 아이들은 학창생활이 순탄치 않다. 고학년으로 갈수록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왕따를 당하는 경우가 많아, 30%는 학업을 중단한다고 한다. 정부가 다문화가정 아이들을 위해 위탁형 대안학교를 운영하고 있지만 성공여부는 미지수다. 다문화가정 대다수는 경제적 어려움도 겪고 있다. 여성가족부가 2015년 조사한 바에 따르면 다문화가정 10가구 중 1집은 월소득이 100만원 미만이며 월소득 200만원 미만인 가구가 60%를 상회했다. 

마주협 회장인 정호스님은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고, 차상위계층 가정도 상당수”라며 “사회복지차원에서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한글을 익히고 학교수업을 따라갈 수 있도록 지원해주고, 더 나아가 이주여성이 생계를 책임질 수 있는 상황이 오면 대처할 수 있게 직업교육을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스님은 “다문화가정도 우리 구성원인데 이들의 고통을 외면한다면 결국 우리사회는 더 큰 고통비용을 부담할 수밖에 없다”며 “아이들을 케어하고, 이주여성이 경제적으로 자리를 잡는다면 상당한 문제들이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 아시아밝음공동체는 최근 이주노동자들에게 독감예방접종을 해줬다.

다문화가정에 대한 인식개선도 중요하다. 도제스님은 “다문화가족과 지역 주민이 함께 하는 ‘세계문화수업’을 진행 중인데 광주 정주민 부모들이 다문화가정 아이들에 대한 편견을 극복하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며 “부모가 달라지면 아이도 자연스럽게 학교에서 다문화 친구들을 만나도 소외시키거나 배척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종단차원에 이주민과 다문화가정을 위한 포교정책이 제시돼야 한다. 지금처럼 마주협 회원단체와 스님, 재가불자 원력으로 각각 포교활동을 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구심점이 필요하다. 다문화 어린이, 청소년, 유학생과 이주노동자, 결혼이주여성을 아우르는 조직을 마련해 다문화사회에 적극 대처해나야 한다. 

[불교신문 3340호/ 2017년 10월2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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