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은 대체 불가 … 수행자 양성에 매진해야”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불교의 역할과 불교계의 대응 방법 모색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불교학회는 12월 2일부터 이틀관 ‘불교와 4차산업혁명’이란 주제로 국제학술대회를 연다. 불교신문 자료사진.

4차산업혁명기술 적극 수용
양극화 빈곤 등 명암 ‘존재’

한국불교학회는 2017년 12월 2일부터 3일까지 양일간 동국대학교 중강당에서 4차산업의 과학 기술에 대한 불교적 해석과 응용방안 등을 총체적으로 논의할 국내외 학자 30여명의 발제로 대규모 국제학술대회를 앞두고 있다. 이에 대한 준비과정으로 과학자들과 불교학자들 간의 논의와 토론을 위한 워크숍을 지난 3월부터 7월까지 5차(①AI, ②IOT, ③Robot, ④Smart City, ⑤AR/VR)에 걸쳐 성공적으로 회향했다.

현재 전 세계의 화두는 단연 4차 산업혁명이다. 아침 눈을 뜨면 4차 산업기술에 대한 새로운 언론 기사가 터져 나오고 있다. 1960년대에 시작된 3차 산업혁명은 반도체와 PC, 인터넷이 주도한 디지털 혁명이고, 현재 진행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은 모바일과 인터넷을 기반으로 디지털 기기와 인간, 물리학 환경의 융합을 특징으로 한다. 현재 진행형인 4차 산업혁명은 단순히 기기와 시스템을 연결하고 스마트화 하는데 그치지 않고, 인류의 생활양식과 가치관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에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중심에서, 불교의 역할과 불교계의 대응방법에 대해 살펴본다. 4차 산업혁명의 본질과 특징은 무엇일까? 기계와 같은 물리적인 실체, 인간과 인공지능, 생명학적 존재, 디지털의 융합이 4차 산업의 본질이다. 특징으로는 △초지능성 △초연결성 △예측가능성을 꼽을 수 있다.

초지능성은 인공지능 로봇으로 볼 수 있다. 얼마 전 딥러닝 인공지능인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 대국이 화제였다. 결과는 이세돌이 1승 3패로 패했다. 이후 알파고는 60번 대국을 진행했고 전부 승리했다. 어떻게 이것이 가능한 것인가. 바로 ‘딥러닝(deep learning)’이다. ‘딥러닝’은 알고리즘을 설정하지 않아도 자기가 알아서 규칙을 발견하는 것이다. 그래서 4차산업 초지능성은 인공지능 딥러닝 기술에 대한 것이다. 이 분야는 로봇승려 시아너 (Xianer) IBM의 인공지능(AI) 암 진단 솔루션 ‘왓슨’(Watson for Oncology)과 독일 간병 로봇 '엠마' 등이 있다.

초연결성은 사물인터넷과 연관이 돼 있다. 과거 인터넷은 2명만 주고 받았지만, 지금은 120억 명의 대상에게 정보 교환이 가능해졌다. 인공지능과 스피커,휴대 전화, TV, 사무실 등이 연결돼 스케줄 관리와 쇼핑 등이 이뤄진다. Consumer Electronic Show 에서 다루어진 4차산업의 기술로는 인공지능, 로봇공학, 양자암호, 사물인터넷, 무인운송수단, 3D 프린팅, 나노기술, 연결 및 표시기술 등이 있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에는 명암이 존재한다. 4차 산업혁명의 통합적 종합적 기능은 기존의 산업체계와는 비교할 수 없는 효율과 성과를 가져올 것이 분명하다. 그러한 성과가 모든 국가와 개개인 모두에게 골고루 혜택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인류의 축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진행 과정에서 국가간, 기업간 개별 단위의 생존전략과 결합되어 경쟁과 탐욕으로 상호 간에 통제할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달릴 위험성이 매우 높다.

2017년 5월 서울경제신문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인공지능(AI)과 바이오, 사물인터넷(IoT), 로봇 등이 이끌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최대 부작용으로 양극화 심화가 61.7%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대량실업(14.7%), 인간 효용가치의 하락(8.9%), 기계의 인간지배(12.9%) 등 순이었다.

인간의 전문적인 일자리가 줄어들고 단순 노동만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인간이 인공지능의 보조적 역할 수행자로 전락할 수 있다. 한국정보화진흥원(NIA)이 발표한 ‘미래신호 탐지 기법으로 본 인공지능 윤리 이슈’란 보고서에는 인공지능 발전에 따른 윤리적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즉 인공지능의 안전성과 신뢰성, 프라이버시 침해, 인공지능 기술의 오남용, 불분명한 책임소재, 인간 고유가치의 혼란, 인공지능 공포증 등이 그것이다.

4차 산업혁명을 맞아 불교의 역할도 중요하다. 4차 산업혁명은 인간 삶의 곳곳에 편리성을 가져다주겠지만 인간 고유가치의 혼란, 인공지능의 공포 등으로 인간소외를 부추긴다. 더욱 양극화로 인해 대립과 반목을 가져오는 동시에 빈곤 등의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특히 이러한 문제들은 물질로는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4차 산업혁명은 물론 인간이 행복을 위해서 만들어 가는 세상이다. 4차 산업혁명도 인간의 고통을 극복하는데 있는 것이니 인간이 얼마든지 제어할 수 있고 컨트롤할 수 있다. 이에 불교는 공동체 회복, 자비 정신의 구현 등으로 새로운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불교학자 뿐만 아니라, 세계 유수의 석학들도, 모든 존재가 상호 의존하고 연결돼 있다는 불교의 연기론(緣起論)과 현대 과학의 관계론(關係論), 인과 원리가 서로 통한다고 주장한다. 불교적 입장에서 인공지능 연구에 관심을 갖고, 연구가 올바른 방향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하여, 바른 목적 즉 인간의 행복을 위해서 불교적 철학을 통해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불교 ‘빅데이터’ 구축 활용
통찰력으로 전법 과제 설정
새로운 수행 패러다임 제시
인간 고통 고뇌 해결 ‘기여’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불교계는 다양한 대응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첫째는 종단차원의 연구기관 설립이다. 미국의 마인드&라이프 학회는 뇌공학, 인공지능 등 관련 학자들과 불교학자들이 주기적으로 만나 실질적인 연구와 실험 그리고 토론 등 통해 꾸준히 나아가고 있다. 우리 불교계도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서 이런 연구기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두 번째는 불교 ‘빅데이터’ 구축이다. 빅데이터는 방대한 규모의 정보를 취합해, 미래를 예측할 수 있게 한다. 빅데이터를 활용한 통찰력으로 제4차 산업혁명 시대 전법과제를 설정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특히, 인공지능 경전시스템, 현대 사회에 맞는 경·율·논 재해석, 빅데이터를 통해 포교전략과 개인별 맞춤 수행 프로그램, 신행 상담 등 다양한 변화의 모습을 제시할 수 있다. 벌써 중국의 로봇 승려 시아너 (Xianer), 일본의 장례 진행 로봇 승려 페퍼 등이 등장하고 있다.

세 번째는 4차산업 기술의 활용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누구나 법문을 실시간 영상으로 만나고, 세계유산인 불국사, 해인사 등 대찰(大刹)을 가상현실(VR)로 둘러보고, 스마트폰으로 언제 어디서나 불교를 접할 수 있으며, 불교 성지 또는 대장경류(大藏經類)와 고문헌 등 온갖 불교 관련 정보를 찾아 볼 수 있게 한다. 영상이나 온라인 오프라인 디지털 교육과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등을 이용하여 공간의 제약 없이 명상과 참선, 수행과 신행생활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네 번째 과제는 전문적인 지도자 양성이다. 전문가들은 “로봇이 스님을 대신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로봇이 ‘정보전달’, ‘지식의 학습’ 등에서는 능력이 스님들보다 탁월할 수 있지만, 사람들의 마음을 감화시키는 데까지는 그 영향이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수행자는 기본적 욕망마저 자제하고 수행하여 청정한 삶을 살아가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삶의 가치를 일깨워 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4차 산업혁명시대서도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뿐만 아니라, 묵묵히 수행하고 정진하는 수행자를 양성해야한다.

4차산업에 따른 시대의 변화에 불교의 현명한 대응이 필요한 시점에 와있다. 불교는 4차산업의 기술을 적극 수용하여 수행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전법포교로 인간의 고통과 고뇌를 해결하는데 기여해야 한다. 또한 빈부 격차 심화, 대량 실업, 인간의 가치 하락 등 4차산업 기술 발전의 이면에서 발생하는 부작용들을 불교의 철학을 통하여 인간의 욕망을 제어하고 조절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해야한다. 불교와 4차산업의 기술이 상입상즉(相入相卽)한다면 인간의 행복을 극대화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성운스님(동국대 석좌교수, 한국불교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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