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현실을 보면
인구절벽과는 정반대로 
불교의 황금기가 도래할 수 있는 
다양한 요소들도 존재하고 있다
                 …
그럼에도 한국불교가 
극심한 출가절벽이라는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은 
현대사회의 변화에 
능동적이고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구절벽시대를 맞아 한국불교 역시 본격적인 출가절벽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조계종의 출가자 수는 불과 10년 만에 반토막이 났다. 또 이런 추세대로라면 2~3년 안에는 1년 출가자가 100명 이하로 떨어지는 비관적인 현실을 맞닥트리게 된다. 즉, 100명 이하의 출가시대가 도래하는 것이다. 이로 인해 현재 조계종립 중앙승가대와 동국대 그리고 각 사찰 승가대학의 유지에도 비상이 걸려있는 상태이며, 일부 교육기관의 폐쇄 역시 불가피한 상황이다.

출가자가 줄어든다는 것은 한국불교의 전통적인 방식과 구조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기존 사찰문화의 심각한 변형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 또 더 나아가 열악한 사찰들부터 주지를 파견하기 어려워 폐사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이와 같은 일들은 현재에도 진행되고 있는 목전의 현실이다. 즉, 한국불교는 원하든, 원치 않든 간에 거대한 변화라는 엄숙한 시대상황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사회현실을 보면, 인구절벽과는 정반대로 불교의 황금기가 도래할 수 있는 다양한 요소들도 존재하고 있어 주목된다. 현대는 유사 이래로 가장 많은 독신과 1인 가구가 존재하는 사회이다. 또 젊은이들은 ‘욜로(YOLO : You Only Live Once)’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는 붓다 당시 출가문화가 거대한 붐을 이루며 불교가 확립되던 시대상황과 유사하다.

또 사회적으로는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하면서, 유신론적 종교의 위축과 종언이 예측되고 있다. 즉 개인의 완성과 행복 그리고 함께하는 사회를 제창하는 불교의 입장에서, 현대는 또 다른 방향에서의 황금기인 셈이다. 그럼에도 한국불교가 극심한 출가절벽이라는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은 현대사회의 변화에 능동적이고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의 행복을 추구하는 현대인들을 불교로 유입하기 위해서는 전통과는 별개로 출가자의 삶의 질과 문화력을 신장시킬 필요가 있다. 현대의 젊은이들이 독신으로 살면서도 출가를 선택하지 않는 것은 출가생활에 이들을 막는 무언가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즉 계승해야 할 전통과는 층위가 다른, 개혁해야 할 보수적인 인습이 현대인의 출가를 막고서 밀어내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현대에서의 행복한 삶이란, 소득과 평안의 문제만을 내포하지는 않는다. 여기에는 보람과 낭만 그리고 멋과 같은 다양한 요소들이 존재한다. 특히 현대는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된 사회로 삶의 방향 선택에는 보람과 행복이 가장 큰 무게비중을 차지한다. 이는 현대의 한국불교 속에는 현대인을 매료시킬만한 보람과 행복의 가치가 크게 두드러지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점에서 한국불교는 현재 존폐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점을 준엄하게 자각하고,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을 수 있는 대결단의 개혁을 단행해야만 한다.

그리고 모든 체제와 인사는 과거의 승과제도가 순기능을 발휘하던 불교의 황금기처럼, 승가고시를 통한 엄정하고 투명하며 객관적인 판단기준에 입각해서 이루어져야 한다.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기준 속에서 개방적으로 작동하는 열린 불교만이 현대사회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될 때만이 종도가 단합하고 소속원이 자긍심을 느끼며, 누구나 출가자가 되고 싶어 하는 진정한 붓다의 교단이 우리에게서 재현될 것이다.

[불교신문3343호/2017년11월8일자] 

자현스님 논설위원·중앙승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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