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단 강력 반발에 도로공사는 철거 계획 '중단'
​​​​​​​국가문화재 관리하는 문화재청의 적극적 대응 필요

사찰 안내 명칭을 고속도로 표지판에서 삭제하겠다는 한국도로공사의 발표에 조계종이 강력히 반발하자 도로공사가 삭제 계획을 잠정 중단했다.

고속도로 표지판은 국토교통부 예규 제132호 ‘도로표지 제작·설치 및 관리지침’에 따라 설치돼 왔다. 그러나 현행 관리지침이 관광단지나 관광시설은 허용하고 있지만 역사적 가치가 높은 지역 명소나 사찰, 세계문화유산 등을 표기하는 것은 허용하지 않고 있다.

이에 도로공사는 관련 규정이 없고 관리 지침을 위반이라는 민원이 계속해서 제기됐다는 이유로 사찰 표지판을 철거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벌써 본 표지판을 제외하고 도로명, 지점명, 관광지 등을 안내하기 위해 설치한 보조표지 68곳을 제거한 상태다.

종단은 이같은 결정에 강하게 반발하고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지난 10월13일 종단은 청와대와 국토교통부 등 유관기관에 공문을 발송해 관리지침 개정을 촉구했다. 본지 역시 지난 10월25일자 ‘고속도로 사찰표지판 사라지나’ 제하의 기사를 통해 문제를 제기했다. 도로공사는 “현재 국토부에서 관련지침 개정여부를 검토하고 있으며, 결과가 나올 때까지 철거를 보류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한 지난 8일 진행된 209회 중앙종회 정기회에서는 다수의 문화재를 보유한 천년고찰의 명칭이 고속도로 표지판에서 삭제되고 있는 것을 우려해 국토교통부 도로표지 제작, 설치 및 관리지침 개정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이와 같은 노력에 힘입어 관련 지침 위반 민원을 이행한다던 도로공사는 본지와의 전화통화를 통해 “국토부에서 현재 문화재 관련 도로표식 개정작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철거 결정을 잠정 중단했다”고 밝혔다. 

국토부 역시 “종단의 도로표지 제작·설치 및 관리 지침 개정요청에 의해 연구용역, 전문가 자문 등을 통해 종합적인 개선방안 마련 예정 중”이라는 답변을 내놓았다. 이로써 전국 고속도로에 설치된 200여 개에 달하는 사찰 안내판이 사라질 위기는 벗어났지만 신중한 관련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무엇보다 국가지정문화재를 관리하는 문화재청의 소극적인 대응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총무원 기획실장 정문스님은 “스키장, 놀이시설 등 일반 상업시설은 표지판 기재를 허용하면서 국가지정문화재 및 세계문화유산 안내를 철거하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소중한 문화재가 국민으로부터 멀어지지 않게 관련 부서인 문화재청이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잘못된 정책이 바로잡힐 때까지 강력하게 대처할 뜻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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