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어사는 포용의 시대정신을 담은 곳

지난해 11월, 아리담문화원 주관으로 주어사가 위치한 경기 광주 주어리 마을회관서 열린 추모공연

불교와 가톨릭간 갈등의 현장이었던 경기 광주 주어사가 화합과 포용이라는 시대정신을 담는 공간으로 재조명된다. 수원 아리담문화원(원장 송탁스님)은 오는 28일 오후6시30분 조계종 전통문화예술공연장에서 주어사의 내용을 소재로 한 뮤지컬 ‘주어사, 생명이 중헌디’를 무대에 올린다.

주어사와 인근 천진암은 1777년 권철신 정약전 등 유학자들이 천주교 박해를 피해 강학을 열었던 장소. 당시 스님들은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신진 학자들”을 위해 죽음을 무릅쓰고 사찰을 개방했다. 이로인해 주어사는 가톨릭에서는 ‘천주교 강학이 처음 시작된 성지’이지만, 불교는 ‘스님들이 처형을 당하고 절이 폐사된’ 아픔의 역사로 기록돼 있다.

반면 가톨릭 측은 천진암 성지화를 위해 사찰의 역사를 왜곡하고, 천진암 주변 땅을 사들이면서 사찰마저 강제로 폐사시켰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2015년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제2교구 용주사 신도회와 대한불교청년회 경기지구 회원들이 주어사를 찾아 연등을 달면서 불교와 가톨릭간 마찰을 빚은 바 있다.

아리담문화원장 송탁스님

지난해 이곳을 찾은 송탁스님은 “종교간 포용과 화합을 상징하는 주어사가 시대정신을 담지 못하고 갈등하는 모습”에 안타까움을 느끼고 “종교적 배타성을 극복하고, 종교가 지향해야 할 정신을 회복하기 위해” 활동에 나섰다. 이에 지난해 9월 ‘주어사의 올바른 역사 이해’를 주제로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11월에는 주어사에서 불교, 가톨릭, 유교가 함께 참여한 가운데 합동추모식을 봉행했다.

나아가 이번에 주어사의 역사를 소재로 한 뮤지컬을 제작, 28일 공연하는데 이어 향후 여주시와 경기도 등에서 공연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지난 15일 아리담문화원에서 만난 송탁스님은 “주어사는 현대사회의 갈등을 극복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하는 아름다운 역사의 현장이다. 당시 조선의 모순을 극복하고, 백성들에게 희망을 만들어 주려던 신진학자 세력의 마음을 사찰에서 포용해 문을 열어 줬다. 그 역사를 통해 현대 우리사회가 나갈 화합과 포용의 길을 제시하기 위해 뮤지컬을 기획했다”고 밝혔다.

뮤지컬 ‘주어사, 생명이 중헌디’는 아리담문화원 산하 극단인 제스트컴퍼니에서 시나리오와 음악, 무대 전반을 기획했다. 배우는 뮤지컬 캐츠, 지킬박사와하이드, 브로드웨이42번가 등을 통해 대중에게 알려진 함진수, 김상현, 권준영, 권오성 씨 등이 출연해 열연한다. 또 이날 공연에 이어 마가스님, 이명권 목사, 김영택 신부, 권도갑 원불교 교무, 민학기 조계종제2교구신도회장이 참여한 가운데 토크쇼도 진행된다.

지난해 11월 열린 추모식

송탁스님은 “현대 사회에 종교의 역할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 이번에 제작한 뮤지컬이 주어사가 다종교가 공존하는 화합과 평화의 장으로 자리하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며 뮤지컬 공연에 많은 시민들의 관심을 당부했다.

수원=안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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