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포항에서 규모 5.4의 강진이 발생한지 하루가 지난 16일 오후, 조계종 총무원장 설정스님이 흥해실내체육관을 찾아가 지진 이재민들을 위로했다. 총무원장 스님은 이날 계속되는 여진으로 불안에 떨고 있는 주민들을 따뜻하게 격려하고 안정을 되찾을 때까지 지원에 앞장설 것을 약속했다. 이번 지진피해 현장 방문은 제35대 총무원장 스님의 첫 대외활동이기도 하다.

앞서 지난 15일 발생한 지진 여파로 포항에서는 도로가 갈라지고 건물 외벽이 무너지는 등 피해가 속출해 많은 주민들이 대피했다. 

특히 지진 진앙 진원지인 포항시 북구 흥해읍에서는 지진발생 당일부터 주민 800여 명이 흥해실내체육관으로 대피해 초겨울 밤을 보냈다. 밤새 간헐적인 여진이 이어지면서 거의 뜬눈으로 밤을 보낸 시민들은 “또 다시 지진이 올지도 모른다”는 예측에 불안감을 떨치지 못했다. 몸을 뉘었다고 하지만 편하게 잠을 잘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찬 체육관 마루 바닥에 돗자리 하나 깔고 담요 하나를 덮고 있는데다, 한꺼번에 많은 주민들이 모여 있어 편하게 누울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이런 가운데 이날 총무원장 스님은 일일이 주민들의 손을 잡고 의견을 경청하며, 잠시나마 위로와 격려의 시간을 가졌다. 또 경주에서 교구본사주지협의회를 황급히 마치고 이날 현장에 합류한 전국의 교구본사 주지 스님들도 한 마음으로 위로의 마음을 전했다. 

총무원장 스님은 “갑작스러운 환란을 겪은 여러분들에게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위기 상황이지만 용기 잃지 말고 다함께 극복하자”고 말했다. 이어 “정부와 온 국민이 여러분 뒤에 있으니 어려움을 함께 헤쳐 나가자”고 당부했다. 총무원장 스님은 참사 현장에 20여 분간 머물며 “어디 다친 곳은 없느냐” “항상 조심히 다니시라”는 등의 말을 건네며 용기를 북돋아 주었다.

이날 황옥희 할머니(76)는 눈시울을 붉히며 “불안해서 눈물만 나는데, 스님들이 오셔서 힘이 난다”고 말했다.

이강덕 포항시장도 “용기와 희망을 주셔서 감사하다”며 총무원장 스님의 방문에 고마움을 표했다.

조계종 긴급구호단을 격려하는 모습.

이어 총무원장 스님은 이날 오전 현장으로 급파한 조계종긴급구호단 봉사 단원들을 만나 “애 많이 쓴다”며 노고를 격려했다.

총무원장 스님은 “어려운 일은 여럿이 나눠서 극복해야 한다”면서 “내 스스로가 편안하면 남을 위하는 일을 할 수 없다. 힘들더라도 주민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힘써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봉사단을 대표해 사회복지재단 상임이사 묘장스님은 “주민들 곁에 있으면서 끝까지 지키겠다”고 답했다.

앞서 조계종 사회복지재단은 지진 발생 직후, 긴급구호 매뉴얼에 따라 현지 사찰 및 재단 산하 사회복지시설을 통해 피해 상황을 조사하고 긴급보고를 통해 조계종 긴급구호단 선발대 파견을 결정했다. 봉사단은 지원부스를 설치하고, 경주 지진 이후 1년여 만에 들이닥친 강력한 지진으로 불안에 휩싸인 시민들에게 구호물품을 나눠주는 등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전통사찰 피해 현황을 직접 파악하기 위해 포항 보경사를 찾은 총무원장 스님이 김종진 문화재청장에게 당부의 말을 하고 있는 장면.

총무원장 스님은 이날 전통사찰 피해 현황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 포항 보경사로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오후4시30분경 사찰에 도착한 총무원장 스님은 보경사 피해 현황을 보고받고 경내를 꼼꼼히 둘러보았다. 이날 현장에는 김종진 문화재청장도 함께했다.

포항 보경사는 이번 지진으로 적광전(보물 제1868호) 당골막이 탈락하고, 석축 면석이 탈락하는 등의 피해를 입었다. 또 원진국사부도탑(보물 제252호) 상륜부의 몰탈이 탈락하고, 영산전 벽체에는 균열이 발생했다.

총무원장 스님은 김 청장에게 전통사찰과 문화재 피해와 관련해 관계당국에서 각별히 유의해 조속히 복구할 수 있도록 힘써줄 것을 당부했다. 

총무원장 스님은 “이제 곧 겨울이 오는데 문화재청과 시가 잘 협의해 추가 피해가 없도록 마무리를 잘 해 달라. 균열이 발생한 곳은 후환이 없도록 제대로 보수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또 “아울러 시민들의 상처가 빨리 아물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달라”고 밝혔다. 이에 김종진 문화재청장도 “우려했던 것보다 피해가 크지 않은 것 같지만, 빠른 시일내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약속했다.

석축 면석이 탈락된 현장을 주의 깊게 살펴보는 총무원장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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