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이 처음부터 전후관계를
찬찬히 따져보고
냉정하게 보도했다면
파문이 커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 

즉흥적이고 단편적인
선정적 뉴스가
넘쳐나는 요즘 사안을
한 번 곱씹어보게 하는
언론의 존재가 아쉽다

경찰이 가수 고(故) 김광석 씨의 부인이었던 서해순 씨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했다. 지난 10일 불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김광석 씨의 친형인 김광복 씨가 지난 9월21일 “제수 서해순 씨가 자기 딸을 일부러 사망하게 만들어 저작권 소송에서 유리한 점을 취했다”며 유기치사 및 사기 혐의로 서 씨를 고소·고발한 사건에 대한 결론이다. 경찰은 고발인 김 씨를 두 차례, 피고발인 서 씨를 세 차례 소환 조사했다. 

딸의 죽음과 관련해 제기된 의혹에 더해 김광석 씨의 죽음에 대한 의혹이 일파만파로 퍼져가면서 서 씨에 대한 의심은 눈덩이처럼 커졌다. 이처럼 사회적으로 큰 파장이 일었던 사건인 만큼 경찰 수사도 철저했다. 서 씨의 딸 서연 양이 사망한 당일인 2007년 12월23일 당시 출동했던 구급대원, 당시 서연 양을 진료했던 의사 등 참고인 47명을 조사했다. 경찰은 “서 씨가 서연 양을 고의로 유기했다는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고 김광석 씨의 죽음과 관련한 의혹에 대해서는 공소시효가 지났기 때문에 이번에 수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경찰의 발표 내용을 보면서 떠오른 고사성어가 있다.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 요란하게 일을 벌였으나 그에 맞는 결과를 얻지 못함)’이다. 이런 경우에 딱 들어맞는 고사성어가 아닐까. 이번 사건은 MBC 기자 출신인 이상호 고발뉴스 기자가 영화 ‘김광석’을 제작하면서 불거졌다. 이 영화에서 이 씨는 김광석 씨가 자살이 아니라 타살되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영화가 화제가 되는 상태에서 김 씨의 딸 서연 양이 이미 2007년에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것은 의혹이 증폭되는 결정적 계기로 작용했다. 그동안 서연 양은 외국에 유학 중이라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언론에서 이 씨의 주장을 중심으로 이 사건을 크게 보도하면서 의혹은 커질 대로 커졌다. 언론에서는 김광석 씨와 딸의 죽음에 서 씨가 깊이 개입돼 있을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이에 대해 서 씨는 “이상호 씨가 왜 나를 20년간 쫓아다니고 괴롭히는지 알 수 없다. 왜 국민을 혼란에 빠지게 하는 것인가. 국가 인권위원회에 제소하고 싶은 심정이다”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물론 이런 과정에서 서 씨가 의혹을 키우는 데 일조한 측면도 있다. 딸의 죽음을 자신의 친정어머니에게도 알리지 않은 점, 남편의 죽음 당시 상황에 대한 설명이 달라진 점 등이 대표적이다. 이상호 씨가 의혹을 제기한 직후 바로 반박에 나서지 않았던 것도 의혹이 커진 한 이유였다. 

그러나 더 근본적인 문제는 언론에 있다. 이상호 씨가 기자회견을 했더라도 언론이 처음부터 전후관계를 찬찬히 따져보고 냉정하게 보도했다면 파문이 이처럼 커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언론은 이 씨의 주장을 검증 없이 거의 그대로 보도했다. 선정적 보도를 쏟아내며 의혹을 확산했다. 관련 내용은 SNS를 통해 빠르게 전파됐다. 사실 이 씨의 영화 ‘김광석’에는 ‘김 씨의 죽음에 의혹이 있다’고 보는 이들의 증언이 담겼을 뿐 서 씨는 물론 당시 김 씨를 병원으로 옮긴 구급대원, 담당 의사 등은 등장하지 않는다. 이번 사건은 언론의 경마식 보도, 그에 따른 SNS 시대의 그늘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즉흥적이고 단편적인, 선정적 뉴스가 넘쳐나는 요즘 사안을 한 번 곱씹어보게 하는 언론의 존재가 아쉽다. 

[불교신문3346호/2017년11월18일자] 

소종섭 논설위원·시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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