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이기철

색깔도 무게도 없는 것이 손도 발도 없는 것이 오늘을 만들고 내일을 만들고 영원을 만든다 풀잎을 밀어 올리고 강물을 흐르게 하고 단풍을 갈아입는다 누가 그 요람에 앉아 시를 쓰고 노래를 짓고 그림을 그린다 보이지도 만질 수도 없는 저 힘으로

시간은 과거를 기억하고 현재를 살고 미래를 설계합니다. 시간의 얼굴을 볼 수도 없고, 직업을 알 수도 없지만 시간은 곳곳에서 매 순간에 일을 합니다. 풀잎의 성장과 강물의 흘러감과 잎의 물듦은 모두 시간이 하는 일입니다. 

은밀하게 이뤄지는 이 일을 우리는 잘 눈치채지 못합니다. 눈에 보이거나 손으로 만질 수 없으므로. 다만 우리는 시간의 바다에 뜬 배처럼 시간을 항해하며 삶을 기록하고 사랑하고 노래합니다. 우리 개인 개인에게 순간순간 태어나는 시간들을 소중한 보석처럼 여겨 살아야겠습니다. 시간은 내일에 우리 앞에 보다 많은 낙엽을 갖다놓고, 추운 겨울을 데려오고, 흰 눈 내린 아침을 보여줄 것입니다.

[불교신문3346호/2017년11월18일자] 

문태준 시인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