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무원장 설정스님 목포신항 방문…미수습자 가족 위로

총무원장 설정스님이 미수습자들의 귀환과 세월호 희생자들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기도를 하고 있다.

조계종 총무원장 설정스님이 세월호 희생자 304명 가운데 아직도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다섯 명을 영원히 잊지 않고 기도할 것을 약속했다.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들이 목포신항을 떠나기로 한 하루 전날인 17일 오후, 총무원장 설정스님이 목포신항을 찾아 어려운 결정을 내린 가족들을 만나 슬픔을 함께하고 다시는 이런 비극적 참사가 없기를 두 손 모아 기도했다. 

가족에게 돌아오지 못한 미수습자는 단원고 2학년 학생이었던 박영인·남현철 군, 단원고 양승진 교사, 부자지간인 권재근 씨와 혁규 군이다. 앞서 미수습자 가족들은 지난 16일 세월호 선체 수색이 진행 중인 목포신항 철재부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목포신항을 떠나기로 결정했다. 18일 위령제를 끝으로 이 5명을 가슴에 묻는다. 세월호가 맹골수도에서 침몰한 지 1311일, 목포신항에 선체가 거치된 지 231일 만에 내린 결단이었다.

이날 오후 4시30분경 현장에 도착한 총무원장 스님은 곧바로 목포신항에 옆으로 누워있는 세월호 선체 앞으로 이동했다. 이어 약 20여 분 동안 미수습자들의 귀환과 세월호 희생자들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기도를 진행했다. 법성게와 나무아미타불 염송에 이어 망자를 위한 장엄염불을 이어갔다.

약 20여 분간의 기도를 마친 총무원장 스님은 “세월호 사건 이후 지난 3년 7개월여 동안 희생자 가족들 모두가 피 말리는 고통을 느꼈다. 세월호 사건으로 이런 아픔이 두 번 다시없기를 염원하며 이 자리에 섰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세월호 참사는) 우리 모두의 아픔이며, 국민 모두의 가슴속에도 담겨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미수습자 가족들은 떠나지만 선체 수색은 멈추지 않는 만큼, 미수습자들이 하루 빨리 가족 품에 돌아올 수 있도록 관계 당국을 향해 최선의 노력을 당부했다.

총무원장 스님은 “(세월호 참사는)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며 “최선을 다해 할 수 있는 길을 다시 한 번 생각해 희망의 끈을 놓치지 말고, 찾을 수 있는 데까지 찾아서 (가족들에게) 위안이 되도록 하는 게 도리”라고 강조했다.

총무원장 설정스님이 미수습자 가족을 만나 슬픔을 함께 했다.

또 “꽃도 피워보지 못하고 애련하게 떠났지만 국민들에게도 큰 가르침을 주고 떠났다”며 “앞으로 이 나라가 전화위복이 되어서 안전한 나라, 사랑이 넘치는 나라가 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하고 떠났다”고 밝혔다. 끝으로 총무원장 스님은 “모든 생명에 아름다움을 주고 떠난 모든 영령을 마음 속 깊이 빌면서 꽃다운 청춘과 젊은 학생들의 웃음을 다시 한 번 되새겨 본다”고 말했다.

세월호 희생자들을 위한 위로의 법문이 이어지는 동안 중간 중간 말을 잇지 못하고 눈시울을 붉히다, 끝내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이어 총무원장 스님은 미수습자 가족들이 모여 있는 컨테이너 박스로 자리를 옮겨 가족들을 만나 슬픔을 함께했다. 미수습자 가족 한 명 한 명의 손을 잡아 주며 “법당에서 여러분들을 위해 기도발원 하겠다” “희생자분들도 당당하고 떳떳하게 살아가기를 원할 것이다” “용기 잃지 마시라”고 말했다.

남현철 군 아버지 남경원 씨가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

이날 남경원(안산 단원고 남현철 군 아버지) 씨는 미수습 가족들을 대표해 “저희를 위해 찾아주셔서 감사하다. 대한불교조계종이 저희들을 잊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며 “희생자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을 것이라는 말씀 가슴깊이 새기겠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사고는 일어나더라도 신속한 초기 대응으로 이같은 참사가 다시는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한편 이에 앞서 미수습자 가족들은 지난 16일 기자회견을 열고 목포신항을 떠나기로 결정했다.

이날 미수습자 가족들은 “세월호 선체 수색이 마무리돼 가고 있는 지금 저희 가족들은 비통하고 힘들지만 이제 가족을 가슴에 묻기로 했다”고 밝혔다.가족들은 “세월호가 목포신항에 거치된 후 저희 가족들은 유해라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으로 작은 컨테이너에서 생활하며 매일 아침 세월호를 바라봤다”면서 “가족이 너무 보고 싶어 내려놓지 못했다. 뼛조각 하나라도 찾아 따뜻한 곳으로 보내주고 싶다는 간절한 희망으로 여기까지 왔다”고 호소했다.

이어 “수많은 갈등 속에서 더 이상의 수색은 무리한 요구라고 판단해 저희를 지지해주시는 국민들을 더 이상 아프지 않게 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면서 “평생 갚지 못할 큰 사랑을 받았다. 그분들이 실망하시지 않도록 열심히 살겠다”며 눈물을 흘렸다.

세월호 미수습자 5명의 가족들은 18일 오전 목포신항에서 간소히 영결식을 치른다. 이후 안산 제일장례식장과 서울아산병원에서 3일장을 치른 뒤 평택 서호공원과 인천가족공원 추모관에 안치될 예정이다.

컨테이너에서 생활하고 있는 미수습자 가족들을 만나기 위해 이동하는 모습. 이날 현장에는 총무원장 스님을 비롯해 사회부장 진각스님, 대흥사 주지 월우스님, 중앙종회의원 일감스님, 설도스님 등이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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