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지진피해 현장에서 이재민들을 위로하고, 다음날은 목포신항으로 달려가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들을 만나는 등 취임 이후 활발한 대외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총무원장 설정스님이 이번엔 첫 대중법문을 설했다.

총무원장 설정스님은 18일 오전 조계사 대웅전에서 열린 초하루 법회에서 법사로 나서, 삶을 지혜롭게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법문했다. 인생의 영원한 화두인 ‘어떻게 살 것인가’를 주제로 쉽고 간결한 법문으로 약 35분 동안 대중들과 소통했다.

이날 총무원장 스님은 ‘심전경작(心田耕作)’의 의미를 강조하며 “하심하는 자, 스스로 겸손한 사람에게는 만복이 굴러들어온다”고 피력했다.

다음은 이날 총무원장 스님의 초하루 법문 내용을 요약, 정리한 것이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 어떻게 살아야 행복하고 편안하고 아름답고 보람될까. 이것이 인생의 과제다.

우리 인생에는 크게 세 가지 과제가 있다. 첫째는 남녀노소 불문하고 건강해야 한다. 정신적 육체적으로 건강해야 한다. 두 번째는 인간관계를 잘 해야 한다. 상당히 복잡스러운 것이 인간관계다. 부모 자식, 형제, 이웃, 동창 등 관계를 한 순간도 떠나서 살 수 없는 게 바로 인간이다. 그리고 세 번째는 재물이다. 관계를 잘 하려면 재물이 있어야 한다.

수많은 생명이 이 세상에 살고 있는데 모두가 다 같지 않다. 천차만별이다. 모든 것은 인연의 소치다. 그런데 이것은 자기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이다. 이를 만들어 가는데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일까.

사회도 그렇지만 절에서는 특히 마음을 가장 소중하게 여긴다. 심보를 잘 써야 한다. 결국 마음먹은 대로 행동하기 때문에 어떤 마음을 갖고 사느냐에 따라 행복해 질 수 있고 불행해 질 수 있다.

우리의 일생에서 오롯이 귀의해야 할 신앙을 갖고 있다는 것은 인간에게 가장 행복한 것이다. 불교 신앙은 우리가 가야할 길이요, 등불이다. 부처님 법을 잘 믿어 정진을 잘하면 영원히 변치 않는 생명을 얻고 불행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이 생긴다. 위대한 신앙을 가질 수만 있다고 하는 이 인연만으로도 참으로 소중한 것이다.

심전경작(心田耕作)이라고 했다. 마음 밭을 잘 갈아야 한다. 마음 밭을 갈지 않으면 우리는 이 세상을 잘 살수가 없다. 인간관계도 잘 할 수가 없고 건강도 지킬 수가 없다. 재물도 잘 얻을 수 없다.

심전경작을 잘 하기 위해서는 첫째 강한 마음을 지녀야 한다. 굳센 마음을 가져야 한다. 작심삼일 해서는 안 된다. 신심을 갖고 공부하는 것도 그냥 얻어지는 것은 없다. 농사짓는 것도 마찬가지다. 봄에 씨 뿌리고 여름에 거름 주고 풀을 메고 그래야 가을에 추수할 수 있다. 그와 마찬가지로 마음 밭을 갈지 않으면 안 된다. 조석지변(朝夕之變)하는 마음을 갖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인생을 잘 살아보겠다고 신앙생활을 하는 분들이 적당히 해선 아무것도 성취할 수 없다.

강한 마음을 갖지 못하면 어떻게 되는가. 유혹에 빠지기 쉽다. 원칙 지킬 수가 없고 일을 성취하기도 어렵다.

두 번째는 바른 마음을 갖고 있어야 한다. 마음에 양심을 갖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나쁜 짓을 저지르지 않는다. 양심이 없는 사람은 악을 저지르고 그 악으로 인해 불행해 진다.

세 번째는 자비심을 품고 살아야 한다. 부처님이 말씀한 사랑이라고 하는 것은 참으로 위대하다. 부처님이 가르친 자비는 이기적인 것이 아니라 남을 위하는 것이다.

사랑은 조건을 달면 그때부터 어려워진다. 사랑의 의미를 이야기 할 때 이미 그 사랑은 죽어 버린다. 모든 생명을 춤추게 하고 아름답게 하고 무한히 바라보게 한다. 이것이 불교에서 말하는 자비이고 이타행이다. 불교신자들은 그 사랑을 마음에 담고 실천해야 한다. 마음이 메말라선 안 된다.

불교의 자비는 불보살과 통하는 유일한 길이다. 여러분들이 기도하고 정진하면서 ‘행복하게 해 달라’ 라고 하는 그 심정, 그것이 잘 되려면 무한한 자비를 품고 마음속에 담고 살아야 한다. 자동적으로 불보살의 통로가 된다. 팔만대장경을 다 외워도, 자비가 없는 불제자는 설사 어느 단계, 혹은 지위까지 갈 수 있어도 결국 마경으로 빠진다고 하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자비가 없는 수행은 마구니 경지에 빠질 수 있다. 불교를 자비의 종교라고 하는 의미가 거기에 있다.

네 번째는 세심해야 한다. 인간 세상을 살아가는데 조심스럽게 살아야 한다. 세심하지 않으면 남에게 실례를 하게 되고 상처를 준다. 예의범절이 없는 사람은 세심하지 못해서 그렇다. 자기 위주로 자기 입장만 생각하고 남의 입장을 전혀 생각하지 않는대서 실례를 범한다. 세심한 생각을 갖고 살면 실수도 덜하게 된다.

불자들은 큰마음, 대심으로 살아야 한다. 이기적이고 자기에게 집착하는 사람이 대부분 소갈머리가 좁다. 자기에 집착하고 빠져있는 것을 탁 놔버려야 한다. 그러면 그때부터 편해지고 마음이 허공처럼 넓어져 어떤 사람을 대해도 편해진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 상대도 편하다.

그런데 소갈머리가 좁은 사람들은 어떤 사람을 만나도 계속 부딪힌다.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다. 우리는 다문화 다종교 사회에 살고 있다. 내 것은 내 것대로 소중하지만 상대도 소중하다. 나와 의견이 다르다고 상대를 나쁘다고 하면 안 된다. 서로 다름을 이해하는 것이 큰 마음이고 너그러운 마음이다. 대심으로 가야한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있어 필요한 것이 첫째가 건강, 두 번째가 인간관계, 세 번째가 재물이라 했다. 인간관계를 잘 하는 사람은 잘 산다. 관계를 잘 못하는 사람은 힘들고 불행하다.

어떤 일을 하든 어떤 사람을 만나더라도 정성을 다해야 한다. 부처님에게 절을 할 때도 지극정성으로 해야 한다. 건성으로 하면 안 된다. 염불을 할 때도 다른 생각 다 놓고 지극정성으로 관세음보살을 불러야 한다. 사람을 만나도 마찬가지다. 부모든 친구든 정성을 다해 만났을 때 상대는 감동할 수밖에 없다. 반대로 대충대충 만나서 오만 떨고 잘난 척 하고 말 함부로 하면 누가 좋아하겠는가. 이런 행동이 커지면 커질수록 불행하고 외롭고 쓸쓸하다.

오만을 버려야 한다. 잘난 척 하면 상대도 힘들고 어렵다. 초발심자경문에 ‘범유 하심자는 만복이 자귀의’한다는 경구가 있다. 하심하는 자, 마음을 잘 내려뜨리고 스스로 겸손한 자는 만복이 굴러들어온다. 이 세상을 사는데 기왕이면 복되게 살아야 한다. 박복하게 살아서 항상 어둡고 힘들고 그래선 안 된다. 일과 사람관계에 정성을 다해야 한다. 함부로 하지 않는 것이 이것이 관계의 최우선이다. 여러분들이 관계만 잘해도 오늘부터 괜찮아 진다.

하심하세요. 그리고 그 어떤 것도 기대하지 마시라. 아무 기대 없이 무심할 때 모든 것이 이뤄지기 시작한다. 괜히 마음에 힘주다 보면, 상대에게 부담만 주고 점점 멀어진다.

남에게 마음을 주어야 한다. 저 사람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잘 살았으면 좋겠다. 건강했으면 좋겠다. 이것이 평소에 습관이 되어야 한다. 산천초목에까지도 마음을 주어라. 습관이 되는 순간 복이 들어오고, 인생에 전화위복이 이뤄진다. 돈 들이지 않고 할 수 있는 보시가 천지에 널려 있는데 왜 박복한 짓을 해서 불행해 지는가.

모든 것이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다. 마음을 바꾸는 순간 생활이 넓어지고 삶의 질이 달라진다. 인격은 지식과 관계가 없다. 지식이 아무리 많다 해도 인격 없는 사람이 천지다. 능력 있고 지식이 있다고 해서 그 사람이 훌륭한 사람은 아니다. 마음이 아름다워야 한다. 아름답고 부드러운 마음을 지녔을 때 사람의 질이 달라진다. 결국은 이런 마음을 갖고 부처님을 향해야 가피를 입을 수 있다.

여러분들, 마음을 빨리 세탁기에 넣고 빨아야 한다. 마음에 우글거리는 벌레를 다 잡아내라. 얼굴을 씻고 목욕을 하고 성형수술을 열 번 백번 한 들 마음이 아름답지 않으면 무슨 소용인가. 이 몸은 얼마 안 가서 끝난다. 아무리 좋은 음식을 먹고 좋은 옷을 입어도 이 몸을 보존할 수 없다. 이 몸이 끝났을 때 때 인생이 끝나고 모든 것이 끝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몸은 수없이 바뀌어 질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자성자리는 바뀌지 않는다. 다음 몸을 어떻게 받아서 어떤 삶을 살 것인지 생각해야 한다. 그래서 심전경작이 필요하다.

심전경작을 잘 하기 위해서는 여섯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 강한 마음이 필요하다. 두 번째 바른 마음, 곧은 마음을 갖고 살자. 세 번째 자비스러운 마음을 갖고 살자. 네 번째 세심을 해야 한다. 다섯 번째 큰 마음을 갖고 살아야 한다. 여섯 번째는 일심이다.

마음을 항상 편안하게 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목숨을 바쳐 신앙할 수 있는 이 길을 찾았다는 것이 내 스스로 정말 행복하다. 조계사도 얼마나 근사한가. 주지 스님도 자비스럽고 편안하다. 근사한 도량과 스님들, 함께 신앙생활을 하는 대중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정말 소중하다.

‘밥 팔아 죽 사먹는다’는 속담이 있다. 어리석은 짓 하지 말아라. 소중한 시간들을 잘 간직해야 한다. 이것이 여러분들이 행복으로 가는 길이다. 부처님의 궁전으로 향하는 길이다. 천상천하 무여불이다. 하늘 위 하늘 아래 어디를 돌아봐도 부처님 같은 분 이 세상에 없네. 우리 아미타불을 크게 한 번 불러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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