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엄사, 신도 직접 제작한 가사 304벌 종정예하 등에 승보공양

신도들이 제작한 가사를 봉정하기에 앞서 펼쳐보이고 있다.

가사도감 설치해 신도들 손바느질로 제작
한복명장 참여 조선초 끊긴 금란가사 복원

“우리 불자들은 중생들의 무량복전이신 승보를 공경하고, 부처님의 위대한 가르침이 우주에 가득하길 발원하며 공양 올립니다. 이제 가사장삼을 스님께 공양하는 공덕으로, 탐진치로 생긴 모진 장애들이 사라지고 저희들의 지혜가 밝아져 행복한 삶을 살아가도록 저희를 가피하여 주소서.” 수개월간 신도들이 정성을 담아 한땀 한땀 바느질로 조성한 ‘지혜와 복전의(福田衣)’ 가사를 승보에 공양 올리는 의식이 지리산 화엄사에서 재현됐다.

제19교구본사 화엄사는 11월19일 각황전에서 신도들이 5개월여에 걸쳐 손바느질로 제작한 가사를 스님들에게 공양 올리는 승보공승재를 봉행했다. 1000여 신도들이 동참한 가운데 조계종 진제 종정예하를 비롯한 화엄사 7증사, 화엄사 주지 덕문스님 등에게 총 304벌의 가사를 봉정하는 의식으로 진행됐다.

가사 공양의 3배를 올리고 있는 신도들.

이날 공승재는 선재어린이회와 문수청소년회의 어린이 청소년 불자들을 앞세운 화엄사 신도회가 점안한 가사를 이운해 승보에 봉정하는 의식이다. 신도들은 가사를 정대하고 각황전을 돌며 석가모니불 정근을 염송하며 가사공양의 의미를 되새겼고, 가사를 공양받은 스님들은 부처님 전에서 중생제도의 원력을 다시 살폈다.

가사공양 전통이 점차 사라져 최근에는 흔치 않은 불사가 됐으나, 화엄사는 이번 승보공승재를 통해 한국불교의 전통문화를 복원하고 가사 공양의 의미를 되새기는 불사를 완수했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신도들로부터 가사를 공양받은 스님들이 부처님 전에서 가사를 정대하고 있다.

총 304벌의 가사는 지난 6월 설치된 가사도감에서 제작됐다. 대한민국 명장 제611호 박춘화 한복 명장의 지도로 가사침선반에 참여한 신도들은 가사 제작법을 배우고 재단과 바느질까지 모두 직접 해냈다. 승보공양을 위해 가사를 만드는 손바느질을 수행으로 삼았다. 진제 종정예하를 위한 금란가사는 조선시대 초기까지 전해오다 중단된 첩상가사로 재현됐다. 첩상가사는 그림과 문양을 덧붙여 만든 법의다.

주지 덕문스님은 공승재에서 “가사공승재는 부처님 이래 수천년을 전해오는 수행자의 법의인 가사를 스님들께 올릴 수 있는 최고의 공양이며, 스님들이 수하는 가사는 세상을 밝히는 지혜이자 중생을 이롭게 하는 자비의 상징”이라며 “가사 불사의 공덕으로 재가불자들에게는 한량없는 복덕행의 기회가 되며, 출가수행자들에게는 여법하게 수행할 수 있는 지혜행의 시작이 되기를 기원한다”고 강조했다.

화엄사는 가사 복원과 신도 지도에 힘쓴 박춘화 명장과 가사침선반을 지도한 강선정 불자에게 감사패를 수여했다.

화엄사 신도들은 정성들여 제작한 가사를 정대하고 각황전을 돌며 가사공양의 의미를 되새겼다.
화엄사 주지 덕문스님.
화엄사 신도들이 가사를 봉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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