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풍

                            장석남

소매 끝으로 나비를 날리며 걸어갔지
바위 살림에 귀화(歸化)를 청해보다 돌아왔지
답은 더디고
아래위 옷깃마다 묻은 초록은 무거워 쉬엄쉬엄 왔지
푸른 바위에 허기져 돌아왔지
답은 더디고


이 시는 야외에 한 차례 나갔다 온 일을 노래합니다. 야외의 자연에는 나비가 날고, 바위가 살고, 초록이 짙습니다. 시인은 나비 모양의 소매 자락을 휘날리며 야외로 나아갑니다. 혹은 나비가 날아가는 뒤를 따라갑니다. 바위에게 가서는 감화되어 그 나라에 살고자 청합니다. 그러나 허락을 기다리다, 혹은 아무 것도 이룬 것이 없이 돌아오고 맙니다. 다만 돌아올 적에는 초록을 몸과 마음에 가득 받아 안고 옵니다. 
이 시는 소원하는 바가 이뤄지는 것을 선명하게 보여주지는 않지만 유람(遊覽)의 행위를 통해 탁한 공기의 일상이 조금은 맑게 환기되었음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어떤 뜻이 쏠리어 향하는 쪽으로 움직여보는 것, 그것 자체가 푸르게 설레는 소풍의 경험이라고 말하는 듯도 합니다.

[불교신문3354호/2017년12월16일자] 

문태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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