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최상급 소고기의 비밀

회식과 모임이 많은 연말연시다. 최고급이라고 여긴 마블링이 가득찬 소고기는 비인간적인 공장식 축산의 산물이자 우리 몸을 해치는 기름 덩어리였다. 육류과다 섭취사회에서 벗어나 우리몸과 환경을 생각하는 채식으로의 인식이 전환이 필요하다.

이제 2017년도 달력도 한 장이 남았다. 가는 해를 아쉬워하는 연말연시에는 회식, 송년회 등 모임이 잦은 시기이다. 이 때 메뉴로 가장 먼저 손에 꼽히는 것은 지글지글 불판에 익혀먹는 고기이다. 특히 소고기는 회식 때 단연 인기 있는 메뉴이다. 그만큼 우리 인식 속에는 ‘소고기=고급스러운 음식’ 이라는 공식이 박혀있다. 그래서인지 다른 고기류보다 소고기는 높은 금액을 지불하면서도 먹는다.

우리가 소고기집에 들어가 고기가 나오자마자 확인하는 것은 빨간 살코기 사이에 하얀빛을 띄고 있는 ‘마블링’이다. 마블링이란 육류를 연하게 하고 육즙을 많이 나오게 하는 지방 분포도를 뜻하는데 대부분은 마블링이 있느냐 없느냐를 가지고 소고기의 질을 판단한다.

마블링을 소고기의 기준으로 잡게 된 법적 기준은 바로 1992년 시작된 ‘한우등급제’이다. 제도 시행 취지가 수입 소고기의 한우 둔갑을 막기 위해 근내 지방도를 현저히 높여 눈으로 봐도 차이를 두자는 발상에서 시작했다고 한다. 물론 마블링 이외에도 고기의 조직 및 탄력 등 등급을 매기는 기준이 있다. 그러나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대략 근내 20% 이상 지방이 있는 소고기를 흔히 최고급이라 일컫는 투 플러스(1++) 등급을 받는다. 이어 1+, 1, 2, 3 등급을 차등으로 받게 된다.

최고급 소고기 판단하는 마블링
기름덩어리 그대로 섭취하는 꼴…
과도한 육류섭취사회에 병들고 있어
건강 위해 채식으로 전환해야…

등급제의 나비효과는 이렇게 시작된다. 지방 함량이 높은 즉 마블링이 많이 낀 소고기가 소비자들에게 비싸게 판매된다. 지방 함량이 떨어지면 헐값에 소를 판매해야 되는 축산 농가에서는 풀을 뜯어먹고 농사일을 도와주던 소를 살찌워서 키워야 하는 결론에 도달한다. 특히 옥수수는 최소 가격에 최대의 탄수화물을 공급해주기 때문에 농가에서는 무리하게 옥수수를 소에게 먹이게 된다.

그렇다면 마블링의 문제는 무엇일까? 우선 그걸 섭취하는 우리 몸 건강을 해친다는 점이다. 마블링이 가득 차 있는 소고기는 그만큼 포화지방산이 많다는 뜻인데 이는 체내에 들어오면 몸밖에 배출되지 않고 쌓이게 되고 비만의 원인이 된다. 또한 과도한 포화지방산은 동맥경화의 원인이 되고, 지방에 들어있는 환경 유해물질이 지방질에 다 녹아 있기 때문에 당연히 몸에 좋을 리가 없다.

이뿐만 아니다. 옥수수 자급률이 1%도 채 안 되는 우리나라에서 연간 1000만 톤의 옥수수를 수입해야 한다는 점은 분명 축산 농가 경제적 구조로써 비효율적점은 자명하다. 등급제 시행 20년이 흘러 한국인의 뇌 속엔 마블링이 많은 고기가 최고급 고기라는 인식이 생겨 버렸다. 결국 누가 기름진 소를 잘 길러내는지 경쟁하고 기름을 권하는 사회가 된 것이다.

다른 나라의 사례를 비교해보면 우리가 얼마나 마블링을 ‘맹신’하고 있었는지 깨닫게 된다. 목축업의 나라 호주에서는 최근 지방이 거의 없는 우둔살(엉덩이 살)로 스테이크를 만든다. 미국에서도 기름기가 전혀 없는 초이스나 셀렉트 등급의 소고기를 먹는다. 한국에서는 2등급, 3등급으로 판정 받는 소고기를 주로 먹는다.

기름진 소고기를 먹을 것인가, 아닌가는 결국 우리의 ‘선택’이다. 등급제의 폐해로 인식 속에 깊이 박힌 한우 등급 제도를 개선하자거나 또는 ‘드라이아이징’과 같은 새로운 조리법으로 소고기를 먹자는 의견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소고기 섭취를 지양하고 채식을 습관화하는 식습관을 들이면 된다.

물론 우리 몸을 구성하는데 필수적인 단백질을 섭취하기 위해 소고기를 꼭 먹어야겠다고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이미 채소를 통해 단백질을 충분하게 얻을 수 있다. 콩은 식물성 단백질의 대표 식품으로 필수 아미노산이 풍부하며 두부에는 1모당 18g의 단백질을 얻을 수 있다. 케일, 브로콜리, 시금치와 같은 녹색채소에서도 100g당 평균 3g의 단백질을 가지고 있다. 특히 고기를 통해서 얻는 동물성 단백질보다 채소로부터 섭취하는 식물성 단백질은 지방과 콜레스테롤이 적으며 향산화 성분과 미네랄 등 각종 영양성분이 풍부하다.

이원복 한국채식연합 대표는 “현재 우리사회는 ‘육류과다 섭취사회’라고 할 정도로 어딜가나 고기집이 넘쳐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과도한 육류섭취는 우리 몸에 호르몬 변화에도 큰 영향을 준다”며 “모임이나 회식이 많은 연말연시에 우리 몸과 자연을 생각하는 채식으로의 인식이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불교신문3352호/2017년12월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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