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조계종 사회노동위, 한겨울 광폭 행보 ‘눈길’

사회노동위의 한겨울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세상의 더 낮은 곳,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곳까지 들어가고 있다. 사진은 지난 11월22일 파주 서울시립승화원 추모의집에서 열린 ‘무연고 사망자 극락왕생 위로법회’ 모습.

사회적 약자를 위해 끊임없이 헌신해온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의 활발한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물론 그동안에도 최선을 다 했다. 하지만 최근 행보는 유난히 두드러진다. 세상의 더 낮은 곳,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곳까지 들어가고 있다.

지난 11월22일 파주 서울시립승화원 추모의집에서 열린 ‘무연고 사망자 극락왕생 위로법회’가 대표적이다. 2016년 기준으로 가족이나 친척 등 연고자가 없거나 연고자를 알 수 없는 사망자가 1496명으로 집계되는 상황이다. 떠나는 순간까지 외로웠던 이들에게 어느 누구도 따뜻한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 사회노동위는 그들의 영혼을 위무(慰撫)하는 천도재를 봉행하면서 가장 쓸쓸했던 죽음에 대한 세간의 관심을 일깨웠다는 평가다.

우리사회의 어엿한 한 축을 담당하고 있지만 말썽꾸러기 취급받기 일쑤인 ‘이주민’ 문제에도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지난 11월 가족생계를 책임지려 한국에서 일하다 한국인 회사동료에게 살해당한 태국인 여성을 위해 천도의식을 광화문 광장에서 지냈다. 이와 함께 지난 12일에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직접 찾아가 근본적인 이주민 문제 해결을 위해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기로 했다. 어느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아 고립될 수밖에 없는 이들을 수면 위로 올려 부처님의 자비정신을 더 넓게 퍼뜨리겠다는 생각으로 읽힌다.

무엇보다 보여주기식 1회성 퍼포먼스에 머무르지 않는다는 것이 사회노동위의 저력이다. 강추위가 닥친 지난 11일 청와대 앞에서 열린 쌍용차 해고자 복직 위한 1인 시위에 사노위 실천위원 스님들이 나섰다. ‘쌍용차사태’라는 심각한 홍역을 치룬 뒤 2015년 해고자 복직을 위한 노사합의가 이뤄졌다. 그렇게 사람들의 머릿속엔 지나간 일로 치부돼 있었다. 그러나 아직까지 해고자 복직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1인 시위로써 일깨웠다. 아울러 4300여 일째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KTX 여승무원 문제해결을 위해 19일에는 서울역에서 청와대까지 오체투지를 열었다.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계속한다’는 의지다.

무엇보다 사회노동위의 의미 있는 행보는 지속성에서 더욱 무게가 실린다. 총무원 집행부가 바뀌는 상황에도 행보와 방향에 전연 변화가 없다. 이에 대해 양한웅 사회노동위 집행위원장은 “사회노동위는 종단에 소속된 기구이면서 동시에 우리 사회 소외된 약자들을 위한 조직”이라며 “오직 부처님의 대자비 원력과 중생구제의 정신으로 나아갈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념과 시류에 편승하지 않고 ‘불교다운 불교’를 구현하는 일에 사회노동위도 적극 동참하고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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