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에서 사랑이 이루어진다고 주인공이 산 약은 그저 싸구려 포도주에 불과했다. 속아서 사고, 사기를 쳐서 팔았다. 주인공은 악덕 상인에게 당한 꼴이다. 그러나 어쨌든 주인공은 사랑을 성취하며 그 약의 효능과 효과에 감동하고, 약장수는 콧노래를 부르며 이웃 마을로 떠난다.

사랑의 묘약 같은 상상력이 현실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 확률은 로또 당첨보다 낮다. 왜냐하면 로또는 일주일에 몇 명씩은 꼭 당첨이 되니까. 그런데 가끔 이상한 경험이나 기적 같은 일들이 일어나기도 한다. 

내가 아는 스님은 기치료를 통해 불치병을 고치기도 하고, 손만 대도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 척척 알아맞힌다. 그 방면에서는 꽤 유명한 스님이다. 계행이 철저하고 수행과 포교에도 헌신을 하니 뭇사람들이 존경한다.

그런 특별한 경험도 있지만, 우리 일상생활에서 흔히 겪는 통치약들도 있다. 이를테면 손자가 할아버지 어깨를 주무르면 할아버지는 ‘어 시원하다. 다 나았다’하며 신경통이며 관절염이며 뭐 손자 손길이 닿는 곳은 감쪽같이 치료된다. 또 반대로 아기가 아플 경우 할머니는 ‘할미손이 약손이다’하고 배를 문지르면 손자는 벌떡 일어나 뛰어다닌다. 옛날에 약도 없던 시절에 아기가 배앓이를 하면 뭐 그 수밖에 다른 방도가 없기는 했다.

추운 세밑에 이불을 뒤집어쓰고 가만히 누워있으면 한 해를 살면서 후회되는 일들이 스멀스멀 기어 다닌다. 절집에 살면서 수행과 정진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일에 게으름을 피우고, 대중생활에서 남을 고단하게 하고 등등 있지만, 제일 큰 것은 철저하게 사랑하지 못한 일이다. 계산을 해서 적당히 산 것이야말로 후회막급이다.

병을 고치는 스님이나, 할머니의 약손이나 그 힘은 사랑에 있다. 오페라는 약으로 사랑을 얻지만, 일상에서는 사랑이라는 약으로 몸과 마음의 병을 고친다. 아무리 써도 돈이 들지 않고, 쓰면 쓸수록 늘어나는 묘약이 바로 사랑이 아닐까?

[불교신문3357호/2017년12월27일자] 

만우스님 논설위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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