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불자 인구 300만 감소…숫자가 말해주지 않는 것들

10년 만에 2위로 밀려났다지만 
선호도 개신교 4배…상반된 결과
전문가 “숫자로 전체 판단하는 
통계 함정에 빠지지 말아야"
 
‘사회적 파워’ vs ‘사회적 공감’  
결국은 신뢰도와 호감도 싸움
국민들 욕구 정확히 읽어내고 
지지 이끌어낼 실천이 ‘관건’  
 

#1 지난해 10년 만에 발표된 ‘2015 인구주택총조사’는 종교계에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개신교 인구가 967만명을 기록하면서 불교를 제치고 국내 1위 종교로 올라섰기 때문이다. 불교 인구는 1995년 1015만명, 2005년 1058만명을 기록했던 것과 달리 2015년에는 761만명으로 크게 줄었다. 불교가 최대 종교 자리를 내준 것은 인구주택총조사 이래 처음 있는 일. 한편으론 2015년 처음 도입된 표본조사와 인터넷 조사 방식에 신뢰성 문제도 제기됐다. 개신교계조차 ‘통계 오류 가능성’을 지적했을 정도. 논란의 여지를 막론하고 불교계는 ‘불자 인구 300만 감소’라는 뼈아픈 성적표를 받아들여야 했다.

#2 최근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가 지앤컴리서치에 의뢰해 성인 남녀 5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아이러니하게도 종교인구수와 호감도가 정반대로 집계됐다. 개신교인 비율은 20.3%로 불교(19.6%)와 천주교(6.4%)를 제치고 종교인구수 1위를 차지했지만, 호감도 1위 종교는 개신교가 아닌 불교로 나타났다. 비종교인을 대상으로 진행한 불교(40.6%)에 대한 호감도는 개신교(9.5%)에 비해 4배 이상 압도적으로 높았다. 천주교는 37.6%로 나타났다. ‘많은 사람이 모이는 종교’와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종교’가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음을 보여주는 셈이다.

국내 종교인구수 1위를 공고히 하던 불교가 왜 갑자기 2위로 주저앉았을까. 반면 불자 수 급감과 달리 호감도와 신뢰도 등의 조사결과에서 불교가 여전히 타종교에 비해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전문가들은 불자 수 감소는 세계적 탈종교화 현상에서 이미 오래전부터 예견된 결과라는 분석을 내놨다. 여기에 ‘통계의 함정과 왜곡’에 빠지지 말 것을 경고했다.

상반된 통계에서 드러나듯 종교 인구 증가가 해당 종교에 대한 호감도 증가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여러 조사를 통해 증명된 바 있다. 한국 갤럽이 2015년 발표한 ‘한국인의 종교’ 보고서에 따르면 종교를 믿지 않는 것과 무관하게 가장 호감을 느끼는 종교를 물은 결과 25%가 불교를 꼽았다. 다음은 천주교 18%, 개신교 10% 순이었다.

물론 더 중요한 것은 ‘누가 어떤 종교를 믿느냐’보다 ‘아예 종교를 믿지 않는다’는 것에 대한 걱정이다. 미국의 퓨리서치센터에서 발표한 2014년도 ‘종교지형도 조사’에 따르면 미국 전체 인구 가운데 특정 종교에 속하지 않은 무종교인은 22.8%인 것으로 집계됐다. 2007년도 조사 당시 16.1%에 비해 6.7% 증가한 것이다. 영국도 2014년 조사 결과 기독교인이 43.8%로 무종교인 48.5%로 보다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구사회뿐만 아니라 한국 역시 탈종교화는 기정사실이다. 한국 갤럽 조사에 따르면 비종교인은 2004년 47%에서 2014년 50%로 늘었고, 통계청의 ‘종교가 없는 인구’는 2005년 47.1%에서 2015년 56.1%로 증가했다. 전체 한국인의 절반 이상이 더 이상 종교를 믿지 않는다.

호감도만 믿고 불교인구의 감소를 탈종교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수순이라고 가볍게 여겨선 곤란하다. 퓨리서치센터가 지난 2014년 발표한 ‘세계 종교의 미래’ 보고서는 종교 지형 변화의 핵심으로 ‘이슬람의 등극과 불교의 쇠락’을 꼽았다. 보고서는 “세계인구의 지속적 증가에도 대부분이 종교를 버리는 쪽으로 갈 것이며 2050년 불교도 손실을 입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결정적인 이유는 다소 뜬금없지만 현격히 낮은 출산율 탓이다(이슬람교 가임기 여성 1인당 3.1명, 기독교 2.7명, 불교 1.6명). 보고서는 “적극적 포교로 뒷받침하지 않으면 시간이 갈수록 신도 수는 저절로 줄어들 지경에 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세계적 불교 쇠락, 불교 지역 출산율 저하, 불자 고령화, 젊은층 포교 실패, 이른바 ‘해종(害宗)’ 세력으로 인한 불교 이미지 추락 등 불자 인구 감소에 대한 복합적 문제를 단적으로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한편으론 이런 때일수록 전문가들은 통계 수치에 매달리기보다 그 이면에 있는 종교 지형 변화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분석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윤승용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이사는 “불교는 이미 오래전부터 사회시스템 안에서 제도 종교로 자리한 기독교와 달리 전통과 문화 종교로 자리한 점을 기억해야 한다”며 선택을 요구했다. “스스로 불자라 자부하는 강성 회원 조직의 시스템을 갖추지 않은 불교가 자본주의 아래서 사회적 파워를 공고히 해온 기독교 시스템을 닮아 갈 것인가, 전통과 문화의 종교로 국민 정서에 가까운 종교적 위치를 지킬 것인가에 대한 방향을 잡는 것부터 설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계종 포교원 포교연구실장 원철스님 역시 “종교의 사회적 위상은 결국 숫자가 아닌 종교를 필요로 하는 국민의 정서를 얼마만큼 잘 읽어 내는가, 긍정적 호감과 신뢰를 줄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는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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