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은 것, 늘상 보던 것도 다시 보면 새롭다. 하늘도, 산도, 논밭도, 풀꽃도 그렇다. 사람은 말 할 것도 없다. 하는 일도 마찬가지다. 처음엔, 첫 눈엔 심드렁하다가도 그게 아닌데 하고 다시 보면 새롭다. 
점잖은 내 벗이 한 소리가 있다. “뭐든지 첫 눈에 좋은 것 없고 두 번 보아 싫은 게 없어.” 정말 그렇더라. 그런데 처음 보고나서 덮어두고 지나쳐버리고는 관심조차 멀리 한 경우가 얼마나 많았는가. 그때는 두 번 볼 생각을 갖지 않았었지. 그러니 ‘새로 보인다’는 말도 나오지 않았던 거다. 헌데 요즘들어 다시 보면 새롭다는 말이 생각나고 그 말이 맞다고 공감하게 됐다. 하늘을 언제 새로 본다고 본 적이 있었던가. 들판도 풀꽃도 그냥 그랬다. 사람도, 그 중에서도 할매, 할배도 그랬다. 세월이 가면 늙는 거고 늙으면 저런 모습이 되겠지 했다. 
그러면서도 ‘나는?’ 이라는 생각을 전에는 하지 않았다. 요즘에서야 ‘그래, 나도 늙은이지. 저 할매 할배와 다를 게 뭐 있나’하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됐다. 그러다보니 허망했다. 그 허구한 날 숱한 세월에 몸만 늙었지 뭐 할 말 있느냐는 자괴감이 들 때가 종종 있다. 어느 날 거울에 비친 나를 유심히 보았다. 내가 나를 보니 그 늙은 모습을 인정하기 싫었다. 인정하려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생각을 달리 했다. 그래! 내 모습, 거울에 비친 나를 인정하자. 늙은 건 늙은 것이지 않은가. 그 늙음에 오기까지의 지난날을 돌아보자. 늙지 않았을 때가 있었지 않은가. 그때를 생각하자. 내 삶의 과정에서 그래도 한 때엔 한 곳에 온 몸과 마음을 바쳤던 그 시절이 있었지 않았는가. 그러면 됐지 뭐. 이젠 늙었으니까 옛날 같지 않은 건 당연하지 않은가. 그렇게 생각하고 다시 보니 내가 다시 보이고 새롭게 보였다. 
내가 새롭게 보이니까 하늘도 논밭도 풀꽃도 흐르는 물도 새롭게 보였다. 모르겠다고 내팽겨 쳤던 책도 다시 보니 아는 게 많아지고 있다. 다시 보자. 생각을 달리 하고 다시 보면 새롭게 좋아진다. 우리 그렇게 살자.

[불교신문3360호2018년1월13일자] 

이진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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