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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태준의 오늘은 詩] 황청원 시 ‘그대 발밑을 보라-꽃과 나비2’에서

기사승인 2018.01.12  18: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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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 사랑한 시간이 나비의 사랑한 시간이

언젠가 꽃으로 나비로 온다는 걸 알고 있으니

땅에 떨어진 꽃 보아도 뭉개지도록 밟지 말자

서러운 나비 다시 날아와 울고 싶을지 모르니까

- 황청원 시 ‘그대 발밑을 보라-꽃과 나비2’에서

나비를 사랑한 꽃이 있고, 꽃을 사랑한 나비가 있다. 둘의 인연이 두텁고 깊다. 마치 서로에게 뻗어 올라간 덩굴처럼. 마치 결속된 갈대 묶음처럼. 황청원 시인은 시 ‘인연’에서 이렇게 썼다. “말간 손톱 속/ 하얀 초승달 하나/ 외로이 걸렸다// 나를 쳐다보는/ 유심한 그 눈빛/ 어디서 본 듯하다” 오래 인연을 맺은, 내가 사모한 사람의 가느스름하고 고운 눈은 내 손톱 속에 깨끗한 초승달로 떠 있다. 꽃이 떨어지면 나비는 날아 떨어진 꽃에게로 간다. 내가 사모한 사람이 낙화할 적에는 내 마음도 낙화하는 님의 시간에게로 간다. 서로 잇닿아 붙어 있으므로 비록 인연이 순조롭지 않은 때에 놓이더라도 그 둘은 서로 가엾게 여기고 그리워한다. 개화의 때에나 낙화의 때에나 서로를 사랑한 이들의 관계는 끊어지지 않는다. 굳고 단단하다. 마치 한천(寒天)을 함께 날아가는 기러기의 행렬처럼.  

[불교신문3360호2018년1월13일자] 

문태준 시인·불교방송 PD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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